미 “러, 북한산 탄도미사일로 우크라이나 공격…안보리서 문제제기할 것”

북한 제공 탄도미사일 사거리 약 900㎞ 달해
시험발사만 했던 북, 러시아에 의해 ‘실전테스트’
러, 탄도미사일 제공 대가로 전투기 등 지원 가능성

최근 우크라이나를 무차별 공격하고 있는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제공받은 탄도미사일을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우크라이나에 발사했다고 백악관이 4일(현지시간) 밝혔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 정보에 의하면 북한은 최근 러시아에 탄도미사일 발사대와 여러 발의 탄도미사일을 제공했다”며 러시아가 이를 우크라이나 전쟁에 사용한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했다.

커비 조정관은 러시아군이 지난달 30일 최소 1발의 북한산 탄도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발사했으며, 해당 미사일은 자포리자 지역 노지에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은 또 지난 2일에도 우크라이나를 겨냥한 야간 공습에 여러 발의 북한산 탄도미사일을 사용했으며, 이 미사일의 영향은 현재 평가를 진행 중이라고 커비 조정관은 전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발사한 북한산 탄도미사일의 탄착 지점을 담은 그래픽 자료도 함께 공개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이 4일(현지시간)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제공받은 탄도미사일을 우크라이나 공격에 사용했다고 발표하면서 제시한 그래픽. 백악관 제공

커비 조정관은 “러시아가 향후에도 우크라이나 민간 인프라나 민간인을 공격하는 데 추가로 북한 탄도미사일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러시아에 제공한 탄도미사일의 사거리는 약 900㎞에 달한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이는 북한이 한국을 향해 사용할 수 있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의 성능을 러시아를 통해 실전 테스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은 빈번하게 탄도 미사일 시험발사를 했지만 실전에서 쓸 일은 없었는데, 러시아가 이를 우크라이나 공격에 실전 투입한 것이다. 북한은 이를 통해 드러난 탄도미사일의 결함 또는 단점을 보완해 정확도를 높이려 할 것으로 보인다.

커비 조정관은 이어 “북한은 탄도미사일을 제공한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전투기와 지대공 미사일, 장갑차, 탄도미사일 생산 장비 및 원료, 기타 첨단 기술 등을 받기를 원하고 있다고 평가한다”면서 “이는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에 우려스러운 안보상 함의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커비 조정관은 이날 러시아가 이란으로부터도 단거리 미사일 등을 제공받으려고 시도하고 있으며, 아직 실제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도 공개했다.

백악관은 이 문제와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차원의 대응은 물론 동맹국들과의 대북 추가 제재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커비 조정관은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탄도미사일을 획득한 것은 다수의 유엔 안보리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한다”며 “우리는 동맹, 파트너 국가들과 함께 유엔 안보리에서 이들 무기거래에 대해 문제제기하고, 러시아가 국제 의무를 위반한 것에 대해 책임을 질 것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러시아와 북한, 러시아와 이란 간 무기 거래를 촉진하는 데 관여한 이들에 대해서도 추가 제재를 발동하겠다고 덧붙였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도 이날 성명을 통해 오는 10일 유엔 안보리의 우크라이나 관련 브리핑에서 러시아와 북한 간 무기 거래 문제를 다루겠다고 밝혔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북한과 러시아는 노골적으로 유엔의 대북 무기 금수 조치를 위반하고 있다”며 “모든 회원국은 안보리 결의상 법적으로 구속력있는 조치를 이행할 의무가 있고, 국제 비확산 체제를 수호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그동안 러시아와 북한 간 무기 거래에 대해 사전 첩보까지 공개하며 강력한 우려를 표명해 왔다. 미 정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쓸 무기를 북한으로부터 이전받고, 북한은 이를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위성과 미사일 기술 등을 제공받으려 하는 정황이 있다고 밝혀 왔다.

한·미 당국은 북한이 지난해 7월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의 방북을 계기로 러시아에 포탄과 미사일 등 군수품을 대량 이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북·러 무기 거래 협상은 지난해 9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 이후 급진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지난달 발사에 성공한 군사 정찰위성에 러시아로부터 제공받은 위성 기술이 포함됐을 가능성도 한·미 당국은 주목하고 있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