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누군가의 기댈 언덕이 되려, 책으로 일군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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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살롱 텍스트북'의 가장 중요한 일은 문을 여는 것이다.
본격적으로 서점에 진입하기 위해 문을 열면 왼편에 근래 도착한 새 책들이 보이고, 맨 앞으로는 2024의 전망을 담은 테이블이 선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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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살롱 텍스트북’의 가장 중요한 일은 문을 여는 것이다. 부암동에 사는 부부가 서둘러 집을 나서는 주말 아침의 이유가 되기 위해, 크리스마스이브 부산역에서 케이티엑스(KTX)를 타고 지도 앱을 켜고 찾아온 손님의 서울 거점이 되기 위해, 번아웃이 되었다며 문을 열기도 전에 서성이다 들어와 하이볼을 주문한 직장인의 기댈 언덕이 되기 위해, 평일 아침 일찍 채비를 서둘러 인천에서 달려온 두 친구의 후일담이 되기 위해, 퇴근 후 집에 가지 못하고 스카치위스키 탈리스커 한잔을 시켜 숨을 고르는 젊은 친구를 위해, 서점은 쉬지 않고 문을 여는 것이다. 그 곁에 책과 커피, 맥주와 위스키 한잔으로 숨 쉴 곳을 제공하는 것이다. 책과 서점은 당신 곁에 그렇게 서 있다.
경복궁역에서 인왕산을 향해 사직공원을 끼고 낮은 언덕길을 오르다 보면 배화여대 앞 필운동이 나온다. 마당에는 세 그루의 커다란 은행나무가 있어 겨울 나목, 봄 연두, 여름 초록의 상징과 함께 가을 노란 낙엽은 풍광의 절정을 이룬다. 그곳이다. 1980년대 외국인 선교사들이 숙소로 쓰던 빨간 벽돌 건물 2층에 3년 차 북살롱 텍스트북이 자리 잡고 있다. 고궁과 광장에서 조금 벗어나면 순식간에 고요와 한적함을 동반한 평화를 얻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공간과 가구와 책을 구성했다. 휴식과 충전의 천혜의 요새, 라이프스타일과 워크스타일의 안내자이며 수호자로 삼을 수 있도록 책방지기들과 요일제 파트너들은 온갖 디테일에 빠져든다.
책 코너는 끊임없는 피드백을 받으며 계속 변화하고 있다. 서점 앞에 도착하면 한쪽 벽으로는 비매품으로 구성된, 오래된 공부책들이 있다. 상대편 벽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색색의 포스트잇으로 빼곡하게 적혀 있다. 본격적으로 서점에 진입하기 위해 문을 열면 왼편에 근래 도착한 새 책들이 보이고, 맨 앞으로는 2024의 전망을 담은 테이블이 선을 보인다. 그 뒤로는 새로운 감각을 담은 코너에 이어 문구 소품들이 자리 잡고 있다. 리스너의 방이라 불리는 유리문 안에는 공간과 건축, 생각을 모은 책들이 북유럽에서 들여온 책장을 차지한다. 유리방 밖으로는 글쓰기에 대한 책들이 모여 있고, 서창에 기대어 놓인 두 개의 책상에는 인물들이 한 줄로 정렬되어 있고, 기업 히스토리를 담은 책들이 앞을 채우고, 그 옆으로 캠페인 전략과 위기관리, 시이오(CEO) 브랜딩을 포함한 전략 커뮤니케이션 교과서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남창으로 가면 인생코너다. 공항처럼 출발, 환승, 도착의 세 책장으로 나뉘어 인생의 국면마다 닥칠 수 있는 질문에 답하는 구성이다. 그 옆에는 이 공간을 만든 분들이 보내온 인생 책들 코너가 있다. 자화상 연작 두 점의 작품이 있고, 제주 앞바다 그림이 벽 하나를 차지하고 있다.
공간은 그 자리에 서서 우연과 만나고 서사로 채워진다. 콘서트부터 워크숍, 피로연까지 다양한 만남이 들어온다. 책으로 연결된 공간은 스스로 끊임없이 새로운 세계를 품는다.
글·사진 유민영 북살롱 텍스트북 대표
북살롱 텍스트북
서울시 종로구 사직로9길 22, 2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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