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그려보는 2024년 광활한 책들의 지도 [책&생각]

최원형 기자 2024. 1. 5.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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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기대작-교양
세월호 참사 10주기, 무위당 30주기
젠더·장애·동물… 깊고 넓은 주제
알려진 ‘대가’부터 새 작가들까지
사회·세계 비추는 다양한 렌즈들
그래픽 장은영, 게티이미지뱅크, 국립중앙박물관

독서인구가 줄고 있다지만 출판사들은 그치지 않고 좋은 책들을 쏟아낸다. 올해 출간 예정인 책들을 모아봤다. 책 제목과 출간 시점은 유동적일 수 있다.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4월에 나올 ‘기억해도 좋을 이야기’(사계절)는 세월호 가족과 국민이 함께 만든 4·16재단이 매월 16일 발행했던 에세이들을 모은 책이다. 정세랑·천선란·은유·임진아 등 작가 50명이 힘을 보탰다. ‘4·16세월호참사10주기위원회’ 기획으로 작가 10명이 10개의 ‘세월호 기억공간’을 지켜온 활동가와 시민들, 참사 피해자들을 인터뷰해 글과 사진으로 담은 ‘세월호참사 10년의 사람들’(한겨레출판)은 3월 출간 예정이다.

국외 ‘대가’부터 우리만의 렌즈까지

생명 사상의 큰 스승 무위당 장일순(1928~1994) 30주기를 맞아 ‘지학순 평전’의 작가 한상봉이 ‘장일순 평전’(삼인)을 펴낸다. 100주기를 맞은 프란츠 카프카(1883~1924)의 텍스트를 문화적·역사적·정치적 맥락 안에서 새롭게 읽는 ‘케임브리지 카프카 입문’(그린비, 캐롤린 두틀링어 엮음), 그가 남긴 그림을 총망라해 정리한 ‘프란츠 카프카의 그림들’(문학동네, 안드레아스 킬처 엮음·주디스 버틀러 해제)도 나온다. 최근 작고한 재일조선인 작가 서경식(1951~2023)이 남긴 원고들은 ‘나의 미국 인문 기행’(반비), ‘서경식 칼럼집’(연립서가), ‘나의 일본미술 순례 2’(연립서가) 등으로 출간 예정이다.

‘던바의 수’로 유명한 진화심리학자 로빈 던바는 ‘종교는 어떻게 진화하는가’(21세기북스)에서 20년간 수행된 3개의 학제간 연구를 종합하여 진화론적 관점으로 종교의 발자취를 좇는다. 캐나다 심리학자 스티븐 핑커는 ‘이성이란 무엇인가’(사이언스북스)로 이성과 진보에 대한 여전한 믿음을 천명한다. ‘한글의 탄생’을 쓴 일본 언어학자 노마 히데키는 직접 한글로 쓴 ‘K-POP 원론’(연립서가)으로 케이팝이란 종합예술이 왜 세계를 들썩이게 하는지 파고든다. 인도 출신 경제학자 아마르티아 센이 경제·복지·사회 정의에 관한 철학적 성찰을 담은 회고록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생각의힘),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클라우디아 골딘이 하버드대 동료 로렌스 카츠와 함께 미국의 교육 시스템과 불평등을 분석한 ‘교육과 기술의 경주’(생각의힘)도 나온다.

우리 필자들이 인간과 세계를 다양한 렌즈로 탐사한 책들도 기대된다. 역사학자 설혜심은 ‘품격의 역사’(휴머니스트)에서 고대부터 20세기까지 매너와 에티켓의 역사를 추적한다. ‘우리 안의 우생학’(돌베개, 현재환·박지영·김재형)은 한국에 정착한 우생학이 한센인·장애인·혼혈아 등 사회적 타자들에게 어떻게 차별과 배제를 가하게 되었는지 톺아본다. 여성학자 김미선은 한국 역사 속에서 제대로 조명받지 못한 경제적 주체를 탐구한 ‘여사장의 탄생’(마음산책)을 낸다. 사회학자 이철승이 노동이 스스로 자본이 될 수 있는 사회에 대한 모색을 담은 ‘불평등 극복’(문학과지성사)을, 사회학자 조은주는 꿈의 불평등과 서사의 불평등이 긴밀하게 결합해 있다는 점에 주목해 청소년의 삶을 추적하는 ‘서사화되지 않는 꿈’(생각의힘)을 펴낸다.

젠더·장애·동물 등 심화 주제도 풍성

여성·젠더, 장애, 동물 등은 우리 출판계에서 특히 주목하는 주제들이다. 인간의 성별이 생물학적으로 얼마나 다양할 수 있는지 짚는 ‘섹싱 더 바디’(후마니타스, 앤 파우스토 스털링)와 여성의 신체를 새로운 눈으로 탐구하는 ‘버자이너 옵스큐라’(휴머니스트, 레이철 그로스)는 성별 이진법을 깨워줄 여성-과학책. ‘백래시’의 수전 팔루디는 ‘스티프드’(21세기북스)에서 ‘젠더 전쟁’의 근원에 ‘남성다움’의 패러다임 변화가 있다고 짚는다. 흑인 페미니스트 작가 오드리 로드가 유방암, 간암과 싸우며 남긴 기록인 ‘암 일지/빛의 폭발’(후마니타스), 퀴어 이론가 이브 세즈윅에 대한 ‘이브 세즈윅 해설서’(오월의봄, 전혜은)도 나온다. 재미 역사학자 남화숙은 ‘체공녀들’(후마니타스)에서 체공녀 강주룡부터 한진중공업 김진숙까지 여성 노동자의 관점에서 한국 노동운동사를 다시 쓴다.

‘유언을 만난 세계’, ‘전사들의 노래’에 이어 오월의봄은 비장애인 활동가 8명의 생애와 투쟁을 담은 ‘두 번째 사람들’(비마이너 기획, 김원영·홍은전 지음)을 펴낸다. 장애인 무용수이기도 한 김원영은 ‘무용수 되다’(문학동네)에서 “서로의 몸에 차별적으로 주의를 집중하면서도 온전히 평등하게 서로를 대우할 수 없는가” 묻는다. 장애학 연구자 박정수는 ‘오이디푸스, 장애인 되다’(그린비)에서 장애의 관점으로 그리스 비극을 읽는다.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을 썼던 류승연은 학령기 장애 아이 학부모의 고민을 담은 ‘아들의 세계와 아들이 사는 세계’(푸른숲)를 펴낼 예정. 시력을 잃어가는 지은이가 시각과 시각중심사회를 사유한 ‘눈먼 자들의 나라’(어크로스, 앤드류 릴랜드), 일본의 뇌성마비 장애인 모임 ‘푸른잔디회’의 비타협적 장애인차별철폐 운동을 다룬 ‘장애인 차별을 다시 묻는다’(두번째테제, 아라이 유키)도 나온다.

수의사 최태규는 ‘도시의 동물들’(사계절)에서 인간과 동물이 도시에서 조화롭게 살아가는 방법을 고민한다. ‘우린 모두 마음이 있어’(후마니타스, 로렐 브레이트먼)는 6년 동안 정신병에 걸린 동물들을 찾아다니며 쓴 책. 두번째테제는 ‘비판적 동물 이론의 최전선’(이노우에 타이치)과 ‘동물과의 전쟁’(디네시 와디넬) 등 두 권의 책으로 종을 넘은 모든 억압과 차별을 반대하는 최신 ‘비판적 동물 연구’의 흐름을 소개할 예정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지리학자 매슈 후버는 ‘계급전쟁, 기후 위기: 뜨거워지는 행성에서 사회주의 건설하기’(두번째테제)에서 탄소집약적 자본가 계급이 일으키는 기후 변화에 맞서 노동계급에 호소력을 갖는 기후정치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인류세 시대의 자본주의’(한길사)는 대표적인 마르크스주의 생태학자 존 벨라미 포스터의 최신작. 데이터 과학자 해나 리치는 ‘아직 세상의 끝은 아니다’(부키)에서 데이터에 근거해 환경 문제의 현실을 짚는다. 이민 문제를 천착해온 하인 데 하스의 ‘이주, 국가를 선택하는 사람들’(세종서적)은 여러 팩트를 들어 전 지구적 이주의 실태와 작용을 파고든다. 흑인 여성 페미니스트 학자 키냐-야마타 테일러의 ‘이윤을 위한 경쟁: 은행 및 부동산 업계는 어떻게 흑인의 주택 소유를 약화시켰는가’(에코리브르)는 미국 부동산 문제와 그 속의 인종주의를 파헤친 책이다. ‘사고란 없다’(위즈덤하우스, 제시 싱어)는 산재 등에서 ‘사고’라는 말이 기득권에 의해 어떻게 악용되는지 밝힌다.

과학, 역사, 예술 등 여전히 풍성한 광맥

과학과 역사는 여전히 풍성한 광맥이다.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를 연구하는 임창환은 ‘뉴럴 링크’(동아시아)로 가상 비서부터 인공 두개골, 전자두뇌 등 이 분야의 모든 주제를 망라한다. ‘기후의 힘’을 쓴 지리학자 박정재는 ‘한국인의 기원’(바다출판사)에서 고인류학의 최신 유전체 분석 데이터와 기후 데이터를 결합해 우리의 기원을 추적한다. 지상 최대의 북극 탐사 프로젝트 ‘모자익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북극 탐사대 모자익 프로젝트’(바다출판사), 일본의 소행성 탐사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하야부사: 일본 우주 강국의 비밀’(동아시아) 등도 나온다. ‘마스터의 눈’(동녘, 맛떼오 파스퀴넬리)은 인간 사회의 메커니즘이 인공지능의 발전에 얼마나 긴밀하게 활용되어 왔는지 역사적으로 살핀다. ‘은하의 숲을 걷다’(위즈덤하우스)는 서울대 천문학과 최초 졸업생 안홍배가 직접 들려주는 우주 연구의 발전사. 생물학자 브린 넬슨의 ‘플러시’(21세기북스)는 인간의 똥이 지구 건강에 기여할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역사 전문 출판사 책과함께는 2500년 설탕 세계사를 담은 ‘설탕: 2500년 동안 설탕은 어떻게 우리의 정치, 건강, 환경을 변화시켰는가’(윌버 보스마), 19세기 후반 중국인 이주 문제에 대한 기념비적 저작 ‘중국인 문제: 골드러시, 동양인 인종주의의 시작’(메이 응가이) 등을 펴낸다. 오스트레일리아 역사학자 앤서니 리드는 ‘대항해시대의 동남아시아’(글항아리)에서 유럽과 상업적으로 연결된 15~17세기 동남아시아의 역사·문화·경제 등을 총망라한다. 미국 저널리스트의 ‘자카르타 방법: 워싱턴의 반공 십자군과 우리 세계를 만든 대량학살 프로그램’(두번째테제, 빈센트 베빈스)은 60년대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미국 정부가 전 세계 ‘반공 대량학살’을 어떻게 지원하고 공모했는지 파헤친다. 메디치는 ‘나토의 동진’, ‘붕괴’, ‘1989’ 등 베를린 장벽 붕괴와 그 후 국제 질서를 톺아보는 국제관계 전문가 메리 서로티의 책 3권을 펴낸다.

‘우리는 유령이 아닙니다: 한 번도 나 자신인 적이 없었던 입양인들의 목소리’(글항아리, 한분영 외)는 타국에서 표류하듯 살아온 입양인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들려줄 예정. ‘전쟁 같은 맛’을 쓴 한인 2세 사회학자 그레이스 조는 ‘그 많던 양공주는 다 어디로 갔을까’(동녘)에 자신의 어머니로 시작했던 미국 내 ‘양공주’ 연구를 담았다. 근대 세계에서 주방이 어떻게 시스템화되었는지 파헤친 ‘나치의 주방: ‘먹는 일’의 환경사’(사월의책)는 ‘분해의 철학’을 쓴 일본 농업사학자 후지하라 다쓰시의 대표작.

이창훈 4.9통일평화재단 사료실장은 인혁당 사건으로 하루아침에 형장 이슬로 사라진 조용수 등 8명에 대한 이야기를 ‘인혁당 8인 약전’(삼인)에 담는다. 러시아 출신 한국학자 박노자는 ‘전쟁 이후의 세계’(한겨레출판)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이해하기 위해 알아야 할 러시아 사회에 대해 말한다. 유럽의 ‘한국학 석좌’ 라몬 파체코 파르도는 ‘새우에서 고래로’(열린책들)에서 한국이 어떻게 국제 사회에서 ‘고래’로 성장했는지 분석한다. ‘고기로 태어나서’를 쓴 ‘체험형’ 르포 작가 한승태는 ‘어떤 감각의 멸종’(시대의창)에 “사라져가는 직업들의 비망록”을 담는다. ‘메리와 메리’(교양인)는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와 그의 딸 메리 셸리의 삶을 교차하는 최초의 전기다. 김영사는 시인 정호승의 두 번째 산문집 ‘고통 없는 사랑은 없다’, 이해인 수녀의 입회 60년을 기념하는 산문집 ‘소중한 보물들’을 펴낸다. 더퀘스트는 노르웨이 인류학자 토마스 힐란드 에릭슨이 죽음을 앞두고 정리한 인생의 참된 의미에 대해 쓴 ‘인생의 7가지 희망’을 펴낸다. 2022년 노르웨이 화제의 베스트셀러였다고.

예술 분야에서는 애니메이션 연구자 김일림이 애니메이션을 철학적·미학적으로 이해하려 시도한 ‘미키와 아톰을 넘어’(돌베개), 러시아 출신 미국 화가인 마크 로스코가 예술가이자 사색가로 발전해가는 과정을 담은 ‘예술가의 리얼리티’(위즈덤하우스), 미국의 작가 클레어 데더러가 위대한 예술가들의 추악한 범죄와 행실을 낱낱이 들춰내면서도 그들의 예술을 끊임없이 소비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모순과 이중성을 다룬 ‘몬스터: 팬의 딜레마’(을유문화사), 영화평론가 정성일이 중국의 다큐멘터리 감독 왕빙의 영화 세계를 탐구하는 ‘왕빙과 영화’(마음산책) 등이 기대작이다.

만화가 박시백의 ‘박시백의 고려사’(휴머니스트, 전 5권)와 윤태호의 ‘미생’(21세기북스, 전 21권)은 3월에 완간되어 긴 여정을 끝낸다. 비슷한 시기 중문학자 김명호의 ‘중국인 이야기’도 10~11권 동시 출간으로 완간 예정. 문학동네는 하반기에 고전이 된 고우영의 만화 ‘고우영 초한지’를 무삭제로 복간하여 펴낸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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