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정기적·반복적 움직임이 시계의 기초

최재봉 기자 2024. 1. 5.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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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의 뉴그레인지와 영국의 스톤헨지 유적은 하지나 동지의 일출 지점에 맞추어 정렬되어 있다.

이것들을 포함해 세계 곳곳의 많은 고대 유적들이 본질적으로 시계에 해당하고, 그것은 인간이 오래전부터 시간의 흐름과 계절의 순환에 관심을 지녀 왔다는 증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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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의 탄생
해시계부터 원자시계까지 시간 측정의 역사
채드 오젤 지음, 김동규 옮김, 김범준 감수 l 21세기북스 l 2만8000원

아일랜드의 뉴그레인지와 영국의 스톤헨지 유적은 하지나 동지의 일출 지점에 맞추어 정렬되어 있다. 이것들을 포함해 세계 곳곳의 많은 고대 유적들이 본질적으로 시계에 해당하고, 그것은 인간이 오래전부터 시간의 흐름과 계절의 순환에 관심을 지녀 왔다는 증거가 된다. 그도 그럴 것이 인류의 조상들이 농사를 짓게 되었을 때 날씨와 계절의 변화는 사활적인 중요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종교의 각종 기념일도 그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 유니언 칼리지 교수인 물리학자 채드 오젤이 쓴 ‘1초의 탄생’은 시간을 측정하는 도구인 시계의 발달사를 정리한 책이다. 지은이는 해가 떴다가 지는 느린 움직임에서부터 원자시계의 기초가 되는 초당 90억 회의 전자기파 진동까지 “정기적이고 반복적인 움직임”이 모든 시계의 기초가 된다고 설명한다. “세슘-133 원자의 에너지 바닥 상태의 두 초미세 준위에서 방출되는 전자기파가 진동하는 주기의 91억 9263만 1770배에 해당하는 시간”이라는, 1967년에 도입된 1초의 정의는 10억년에 1초 미만의 오차를 지닐 정도의 정확도를 자랑하지만, 지은이는 이것이 시계 발달사의 끝은 아닐 것이며 앞으로 이온 시계를 비롯해 더 정교한 시계가 출현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해시계와 물시계, 모래시계를 거쳐 기계식 시계와 수정시계, 원자시계까지 시계의 발달사는 과학 발전의 역사이기도 하다. 종교와 과학이 길항하며 합의점을 찾아간 과정, 본초 자오선 등 현대의 시간대 체제를 낳은 정치적 협상, 시계 발달사에서 명멸한 인물들의 흥미로운 일화 등이 과학적 서술의 난해함을 상쇄한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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