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기독교 근본주의가 숭배하는 ‘완벽한 성서’는 세상에 없다”

고명섭 기자 2024. 1. 5. 05:0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기독교 성서는 기독교 신앙의 바탕이 되는 책이기도 하지만, 서구 정신사를 형성한 위대한 문화유산이기도 하다.

성서가 기독교 신앙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는 통상적인 생각을 거부하는 것이다.

지은이는 성서에는 기독교 신앙에 문제를 일으키는 요소들이 많이 담겨 있다고 말한다.

지은이는 이런 비판적 읽기를 통해 기독교 성서를 완고한 종교적 선입관에서 해방함과 동시에 역사적·신학적 맥락을 통해 다시 읽음으로써 성서가 신앙의 텍스트로 나타날 수 있음을 입증해 간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성서학자 존 바턴. 위키미디어 코먼스

성서의 역사
세상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책 이야기
존 바턴 지음, 박규태 옮김 l 비아토르 l 5만5000원

기독교 성서는 기독교 신앙의 바탕이 되는 책이기도 하지만, 서구 정신사를 형성한 위대한 문화유산이기도 하다. ‘성서의 역사’는 영국 성공회 사제이자 성서학자인 존 바턴 옥스퍼드대학 명예교수가 쓴 대작이다. 기독교 성서의 3000년 역사를 상세히 밝혔다.

지은이는 기독교 성서가 신앙의 텍스트이기 이전에 독특한 문학작품이라는 점에 먼저 주목한다. 이런 태도는 캐나다 문학비평가 노스럽 프라이가 한 말을 앞세우는 데서도 확인된다. 프라이는 이렇게 썼다. “거대하고 아무렇게나 휘갈겨 쓴 것처럼 불규칙하고 무뚝뚝한 이 책은 수수께끼처럼 우리 문화유산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앉아 (…) 이 책을 두루 돌아보려는 우리의 모든 노력을 꺾어 버린다.” 서구 역사에 압도적 영향을 끼친 이 문학작품에 담긴 ‘수수께끼’를 제대로 풀어보겠다는 것이 지은이의 목표다. “나는 이 책이 성서를 검은 가죽 표지 사이에 담긴 거룩한 덩어리로 보는 생각을 몰아내고, 성서가 유구하고 흥미로운 과정의 산물이라는 인식을 되살려내며, 사람들이 오랜 세월에 걸쳐 성서를 놀라울 정도로 다양하게 읽어 왔음을 생생히 보여주길 소망한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성서를 읽는 것만으로는 종교적 신앙으로 옮겨가는 게 어렵다’는 지은이의 생각이다. 성서가 기독교 신앙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는 통상적인 생각을 거부하는 것이다. 지은이는 성서에는 기독교 신앙에 문제를 일으키는 요소들이 많이 담겨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이스라엘 백성이 약속받은 땅을 정복하는 이야기(신명기)에서 신이 죄 없는 사람들을 파멸시키는 “도덕상 용납할 수 없는 모습들”을 보여준다는 사실을 사례로 거론한다. 그런가 하면 성서에는 기독교 교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 이야기들도 무수히 많다. 그런 사실을 열거하면서도 지은이는 성서에 묶인 글들이 탄생할 당시의 역사적·사회적 맥락과 조건에 비춰 성서를 읽으면, 이 역사적 텍스트에서 종교적 통찰을 제공하는 중요한 자료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성서를 종교적 진리와 무관한 문학작품으로 읽되, 그런 읽기를 통해 성서의 종교적 의미를 발견해나가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이 책이 특히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유대교 근본주의나 기독교 근본주의의 성서 이해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것이다. “기독교 근본주의는 성서를 우상화하면서도 성서를 크게 오해한다. 근본주의자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성서, 다시 말해 그들이 믿는 것을 완벽히 반영하는 완벽한 텍스트를 숭배한다.” 이런 오해에 맞서 지은이는 “성서만이 유대교나 기독교의 모든 기초는 아니며 그럴 수도 없다”고 말한다. 기독교 교리의 핵심이 되는 ‘삼위일체’가 그런 경우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이 하나라는 삼위일체 교리를 성서에서 직접 확인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지은이는 이런 비판적 읽기를 통해 기독교 성서를 완고한 종교적 선입관에서 해방함과 동시에 역사적·신학적 맥락을 통해 다시 읽음으로써 성서가 신앙의 텍스트로 나타날 수 있음을 입증해 간다.

고명섭 선임기자 michael@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