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농촌 선거구 획정, 지역 대표성 약화되면 지역소멸 부채질”

오은정 기자 2024. 1. 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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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지금까지 국회의원 선거구를 획정할 때 선거구간 인구 편차를 줄이는 데만 골몰했다.

제21대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획정위) 위원으로 활동한 지병근 조선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만나 농촌의 지역 대표성을 확보할 방안에 대해 물었다.

- 농촌지역에서는 선거구를 획정할 때 '지역 대표성'을 고려해달라고 요구한다.

- 우리나라는 선거구를 획정할 때 '인구등가성의 원칙'에 과도하게 집착한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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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농업·농촌 6대 과제] 지병근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충분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 전제
비수도권에 최소 선거구 할당 등
인구 과소지역 배려 반드시 필요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국회의원 선거구를 획정할 때 선거구간 인구 편차를 줄이는 데만 골몰했다. 헌법재판소는 1995년 국회의원 선거구 인구 편차가 4대1을 넘는 것은 위법이라는 결정을 내린 이후 2014년에는 인구 편차를 3대1에서 2대1로 바꾸라는 입법 기준을 제시했다. 1표의 가치를 평등하게 맞추는 데만 집중한 사이 인구가 급속하게 줄어드는 농촌지역의 대표성은 빠르게 약화했다. 제21대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획정위) 위원으로 활동한 지병근 조선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만나 농촌의 지역 대표성을 확보할 방안에 대해 물었다.

- 최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 초안이 나왔다.

▶시·도별 의석수로 보면 서울과 전북의 의석수가 한자리씩 줄고, 인천과 경기는 한자리씩 늘었다. 의석수만큼 중요하게 봐야 할 것은 선거구가 어떻게 조정됐는지다. 전남의 경우 순천시가 인구수 증가로 분구가 불가피해지자 다른 지역에서 1석을 줄이기 위해 선거구가 연쇄적으로 조정됐다. 이에 따라 기존 영암·무안·신안 지역구가 해체됐다. 강원은 구역을 조정하면서 또다시 ‘공룡선거구’가 등장했다. 경제·문화적으로 동질성을 가진 지역을 인구수로만 따져 해체하거나 이질적인 지역을 하나로 묶는 것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

- 농촌지역에서는 선거구를 획정할 때 ‘지역 대표성’을 고려해달라고 요구한다.

▶선거구 획정에 농촌과 같은 인구 과소지역에 대한 배려가 분명히 필요하다. 21대 획정위 위원으로 활동할 당시 지역별 공청회를 다니면서 주민들이 자신의 정치적 대표를 강하게 원한다는 것을 실감했다. 지역 인구수가 줄어드는 이유는 정주여건이 좋지 않기 때문인데 지역구 의석수마저 줄면 그 사실을 정치적으로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는 셈이다. 지역민들이 느끼는 박탈감은 엄청나다. 게다가 인구수가 적다는 이유로 정치적 대표성마저 약화되면 이는 지역소멸을 더 부채질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 우리나라는 선거구를 획정할 때 ‘인구등가성의 원칙’에 과도하게 집착한다는 지적도 있다.

▶226개국의 선거구 획정 기준을 분석한 외국의 연구 결과를 보면 많은 국가가 인구수 외에도 ‘행정구역’ ‘자연적 경계’ ‘조밀성’ ‘지리적 선거구의 크기’ 등 다양한 기준을 뒀다. 또 인구수에 비례한 선거구 획정의 원칙을 얼마나 엄격하게 적용하는가는 국가마다 달랐다. 주(州)별로 2명의 상원의원을 두는 미국은 하원의원을 선출할 땐 엄격하게 인구비례성의 원칙을 지킨다. 반면 캐나다는 ‘인구 밀도가 낮은 농촌 선거구는 관장할 수 있는 지리적 크기를 유지해야 한다’는 원칙을 두고 있다. 뉴질랜드·파키스탄 등 소수민족이 있는 국가에서는 이들을 위한 특별선거구를 만들기도 한다.

- 지역 대표성을 반영할 수 있는 방법은.

▶비수도권 지역에 대한 최소 선거구를 할당하는 방안이 있다. 권역별로 최소한의 정치적 대표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배려하자는 취지에서다. 물론 수도권 지역의 반발을 낳을 수 있어 충분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전제돼야 한다. 선거구 획정 주기를 현행 4년에서 8∼10년으로 늘리는 것도 방법이다. 극단적인 사례지만 인도는 지역균열이 심각해 선거구 획정을 20년 이상 유예하기도 했다. 또 강원처럼 공룡선거구가 나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단일 선거구에 포함되는 행정구역수 혹은 단위면적을 제한하도록 제도를 바꿀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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