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하는 정부' 물밑엔 이관섭 효과[통실톡톡]
공매도·양도세·금투세·확률형 아이템 등 적극 공략
(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첫 부처 업무보고에서 "현장 목소리를 듣고 국민이 원한다면 어떤 문제라도 즉각 해결하는 정부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신년사에서 내세운 '문제 해결을 위해 행동하는 정부'를 집권 3년 차 국정운영 기조로 명확히 강조하며 주요 정책 추진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에서는 용산발 속도전을 두고 '이관섭 효과'라고 보는 시각도 나온다.
5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2024년을 맞아 반복해서 외치고 있는 '행동하는 정부'는 내부 의견 수렴을 거쳐 결정된 구호라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보수를 나타내는 핵심이기도 한 유능함에 관한 메시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현장에 있는 어려움을 발굴해서 유능하게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말 민생현장 행보를 통해 국민이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지 파악했다면 이제는 정부가 본격적으로 해결에 나서야 할 때가 됐다는 뜻이 담겨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올해 처음으로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행동하는 정부'는 '속도'와 '추진력'을 의미한다고 구체화하며 "국민이 잘사는 데 필요한 정책이라면 좌고우면하지 말고 빠르게 가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형식으로 열린 업무보고에서 재차 "신속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답을 내는 정부로 이제 탈바꿈하겠다"고 밝혔다.
'행동'을 강조한 윤 대통령이 잇달아 여론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주요 현안을 건드리고 있는 것도 최근 들어 바뀐 대통령실 내 분위기를 보여준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한시적 공매도 금지에 이어 주식 양도소득세 기준 완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모두 1400만 '개미'(개인투자자) 사이에서 요구가 컸던 사항으로 윤 대통령이 민심에 호응한 셈이다.
특히 세 사항은 세수 감소와 야당 반발을 우려해 일선 부처에서 반대 기류가 강했던 정책들이다. 양도세 문제만 하더라도 기획재정부에서는 연말이 다 돼서야 등 떠밀려 마지못해 결정한 모양새였다.
지난 3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전자거래법상 역대 최대 과징금인 116억4200만원을 넥슨코리아에 부과하며 파장을 낳은 게임업계 불공정 거래 관행도 같은 맥락이다.
게임 이용자 사이에서 꾸준히 지적이 나온 확률형 아이템 확률 조작 문제는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해결을 약속한 사항이지만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게임업계 눈치를 살피느라 미적대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윤 대통령이 지난해 말 국무회의에서 한 차례 질책한 끝에 문체부가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올해 첫 국무회의에서 관련 시행령이 통과됐다.
문체부가 이르면 이달 중으로 발표할 도서정가제 개편 방안 역시 헌법재판소에서 합헌 결정이 나온 뒤 추진 동력이 꺼진 상황에서 대통령실이 재검토를 지시하며 불씨가 되살아났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뉴스1과 한 통화에서 "집권 3년 차 느슨해질 수 있는 분위기를 다잡는 면도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다"며 "행동하는 정부에서 핵심은 불편을 느끼고 힘들어하는 국민이 있다면 옆에 다가가 듣고 돕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안팎에서는 최근 이어진 주요 정책 드라이브에는 '왕수석'에서 비서실장으로 올라선 이관섭 실장 역할론과 연결 짓는 해석도 적지 않다.
자칫 해를 넘길 뻔한 양도세 기준 완화만 해도 당시 정책실장이던 이 실장이 지속해서 주도한 반면 기재부 출신인 김대기 비서실장은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자세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막판에 양도세 기준 완화가 이뤄진 시점도 지난해 11월 말 정책실장직이 신설되면서 경제수석실과 사회수석실이 비서실장 산하에서 정책실장 아래로 들어간 뒤라는 점에서 이목을 끌었다.
해가 넘어가면서 김 실장이 용산을 떠나고 비서실장에 이 실장이 기용되자 정책 속도전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뒷배경이기도 하다.
여권 관계자는 "게임이나 도서 같은 생활 밀착형 공약부터 세제(稅制) 개편까지 추진력 있게 이어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관섭 실장 역할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kingko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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