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컵 안긴 그 감각 그대로 아시안컵 출격
결승골 넣으며 경기 최우수선수
킥오프 휘슬이 울리고 3분 만에 이강인(23·파리 생제르맹)의 발끝이 번뜩였다. 4일 프랑스 파리 생제르맹(PSG)과 툴루즈가 맞붙은 2023 트로페 데 샹피옹(프랑스 수퍼컵). 전반 3분 이강인이 골 지역 정면으로 파고들자 우스만 뎀벨레(27·프랑스)가 오른쪽 측면에서 패스를 내줬고, 이강인은 감각적인 왼발 슛으로 ‘툭’ 찔러넣었다. 수비수 다리 사이를 지나간 공은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전반 44분 킬리안 음바페(26)의 추가 골로 PSG는 2대0 승리를 거뒀다.
이강인은 올 시즌 프랑스 리그 진출 후 처음으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트로페 데 샹피옹은 프랑스 정규 리그 리그1 우승 팀과 FA컵 격인 쿠프 드 프랑스(프랑스컵) 우승 팀이 단판 승부로 우승을 가리는 대회. PSG가 리그 1, 툴루즈는 프랑스컵 챔피언 자격으로 이날 맞붙었고, PSG가 승리하며 통산 12번째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선제 결승골을 터뜨린 이강인은 경기 최우수 선수(Man Of the Match·MOM)에 뽑혔다. 그의 프로 우승 경험은 이번이 두 번째. 2019년 소속팀 발렌시아가 코파 델 레이(스페인 국왕컵) 결승에서 바르셀로나를 2대1로 누르고 우승을 차지한 바 있는데 당시 이강인은 폴란드 U-20(20세 이하) 월드컵에 참가하느라 8강까지만 뛰었다. 4년 전과 달리 이번엔 우승 주역으로 맹활약하며 활짝 웃었다.
이날 경기 출전엔 이강인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다. 그는 원래 A매치 소집 일정에 따라 지난 2일 소속 팀을 떠나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전지훈련 중인 아시안컵 대표 팀에 합류했어야 했다. 하지만 이번 수퍼컵 출전을 위해 위르겐 클린스만(60·독일) 대표팀 감독의 허락을 받고 UAE로 가는 일정을 늦췄다. 이강인은 “우리는 트로피를 들어 올리려는 야망이 있었다. 이 팀에 있어서 무척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강인이 5일 대표팀에 합류하면 클린스만호는 26명 ‘완전체’로 훈련에 임하게 된다. 6일엔 이라크와 평가전이 예정돼 있다. 수퍼컵 우승을 이끌며 쾌조의 컨디션을 보인 이강인을 포함해 한국이 자랑하는 유럽파 공격수들이 최근 물오른 득점 감각을 보인 점이 64년 만에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하는 대표팀엔 호재다.
따로 겨울 휴식기를 가지지 않는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EPL)의 두 공격수 손흥민(32·토트넘)과 황희찬(28·울버햄프턴)은 대표 팀 합류를 앞두고 부지런히 공격 포인트를 쌓았다. 손흥민은 24일 에버턴전에서 1골, 29일 브라이턴전 1도움, 31일 본머스전에서 1골을 넣었고, 황희찬은 28일 브렌트퍼드전에서 2골, 31일 에버턴전에서 1도움을 기록했다. 손흥민은 12골로 EPL 득점 3위, 황희찬은 10골로 6위다. 조규성(26·미트윌란)은 지난달 5일 덴마크 리그 전반기 마지막 경기인 비보르전에서 멀티 골을 넣었다. 대표팀 중앙 수비수 김민재(28·바이에른 뮌헨)는 지난 2일 “최근 대표 팀 공격수들의 화력이 워낙 좋아 수비수들이 집중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반면 한국과 함께 강력한 우승 후보로 거론되는 일본 대표팀은 뒤숭숭한 분위기. 주축 공격수인 미토마 가오루(27·브라이턴)가 발목을 다쳐 대회 출전 여부가 불투명한 가운데 구보 다케후사(23·레알 소시에다드)는 “내게 돈을 주는 팀은 소시에다드인데, 대회 참가 의무 때문에 강제로 (아시안컵에) 갈 수밖에 없다”고 불평해 일본 축구 팬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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