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특검 정국… 속전속결로 막으려는 與, 총선까지 끌고가려는 野
국회는 4일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진상 규명을 위한 특검법’(김건희 특검법)과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 이른바 쌍특검법을 정부로 이송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5일쯤 임시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재의 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방침이다. 대통령실은 이미 지난달 28일 쌍특검 법안 국회 본회의 통과 직후 거부권 행사를 예고했었다. 대통령실은 국회로 돌려보낸 쌍특검법이 9일 본회의에서 재표결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헌법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며 헌재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할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은 4일 오후 쌍특검법 이송 직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방침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법치국가에선 본인 또는 가족 관련 사안에 대해선 권한 행사를 회피하는 것이 상식과 법리에 맞는다”며 “초유의 국민 저항과 정권 위기를 맞고 싶지 않으면 거부권 행사를 포기하라”고 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헌재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한다는 방침이다. 박주민 원내 수석은 4일 당 회의에서 “대통령 고유 권한이라 해도 남발해선 안 된다”며 “대통령 본인과 배우자 수사가 가능한 법인데 거부권을 행사하면 이해 상충”이라고 했다. 그는 “이런 경우에도 거부권이 무조건 허용돼야 하는지 헌법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러한 민주당의 권한쟁의 심판 추진이 9일 본회의 재표결을 막으려는 ‘꼼수’라고 했다. 헌법 53조를 보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은 재적 의원(298명) 과반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199명)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된다. 현재 야권 의석을 모두 합쳐도 이에 미치지 못한다. 따라서 야권이 9일 재표결을 거부하고 2월까지 특검법을 정쟁화하면서, 여당 공천 탈락자들이 2월 본회에서 찬성표를 던지는 상황을 노린다는 게 여권의 시각이다.
그러나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에서 “권한쟁의 심판을 여러 가지로 따져봤더니 인용·기각 모두를 얘기하는 전문가가 반반이었다”고 했다. 2월 본회의까지 지연을 노린 ‘꼼수’는 아니라는 얘기다. 그런데도 홍 원내대표는 “2월 설 연휴가 끝난 직후에 대정부 질문이나 (법안 재표결) 이런 것들을 하는 게 맞지 않겠느냐”고 했다. 결국 기각되더라도 2월에 재표결을 할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충북 청주 충북도당 행사에서 민주당의 권한쟁의 심판 청구 방침에 대해 “정쟁을 총선 정국 내내 끌기 위한 의도”라며 “민주당이 하는 헌법 재판이 의미 있는 헌법 재판이었느냐”고 했다. 그런데도 다수당인 민주당이 권한쟁의 심판을 강행하고 2월에 재표결을 한다면 소수 여당이 이를 막을 뾰족할 방법은 없다. 여당 관계자는 “공천자 윤곽은 3월쯤에야 드러날 테고, 이탈 표는 야당에서도 나올 것”이라며 “공천에 탈락한다 하더라도 당론을 벗어날 의원이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설 연휴 이후 상황을 낙관할 수 없다는 우려도 여당에서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특정 개인을 겨냥한 특검 법안은 그 자체가 위헌적”이라며 “대통령은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지는 만큼 거부권 행사는 당연하다”고 했다. 이 사건이 윤 대통령이 김 여사와 결혼도 하기 전인 10여 년 전 있었던 일인 만큼 권력형 비리가 개입될 여지 자체가 없으므로 ‘이해 상충’이란 야당의 지적 역시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김건희 특검법과 50억 클럽 특검법은 각각 지난해 3, 2월 발의됐다. 당시 야당 원내대표였던 박홍근 의원은 이날 대통령실 앞 기자회견에서 “내가 당시 여당에 ‘자꾸 끌면 총선이 다가올수록 당신들만 불리해진다’고 말했다”며 “그때는 거들떠보지도 않더니 이제야 ‘총선용 악법’이라고 한다”고 했다. 박주민 수석도 “본인들이 만들어낸 시기(총선 프레임)를 문제 삼아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이날 국회 신년 기자 간담회에서 거부권 행사와 관련,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결정을 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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