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낼 결심"…서른살에 英 '워홀' 떠난 유튜버 '발렌시아'[인터뷰]
만 30세에 워홀 결심…용기 얻을 수 있는 콘텐츠
"후회하는 것 보다 2년 낭비하는게 낫다고 생각"
韓과 다른 기업문화…"일은 일터에서 끝, 야근 없어"
"기대 저버리는 것 두려워 말라…삶의 형태는 다양"
[서울=뉴시스] 전선정 리포터 = 워킹홀리데이(Working Holiday). 직역하면 일하는 휴일. 사뭇 모순처럼 들리지만 해외서 취업(Working)과 장기 여행(Holiday)을 함께 할 수 있는 제도에 붙여진 이름이기에 이만큼 어울릴 수가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인원 제한이 없는 호주 워킹홀리데이가 널리 알려졌다. 이에 비해 최근까지 매년 1000명을 대상으로만 비자가 발급됐던 영국은 워킹홀리데이 국가로는 흔하지 않다. 그런데 지난해 영국 워킹홀리데이 신청 가능 연령이 만 35세로 상향되고, 비자 발급 인원이 5000명으로 확대되며 영국이 워킹홀리데이 국가로 새로이 주목받고 있다.
유튜브에도 워킹홀리데이 관련 콘텐츠는 넘쳐난다. 그중에서도 만 30세에 영국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신청해 약 2년 전 영국으로 떠난 유튜버 '발렌시아(장미연·32)'와 그의 유튜브 채널 '발렌시아 로그'를 소개한다.
뉴시스는 지난달 8일 영국 케임브리지서 거주하는 해외 취업·해외살이 유튜버 발렌시아를 화상 통화로 만나 그의 특별한 콘텐츠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발렌시아의 콘텐츠가 특별한 이유는 용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그는 늦은 나이에 영국 워킹홀리데이를 나갔다. 발렌시아는 영국 워킹홀리데이를 지원할 수 있는 마지막 나이인 만 30세에 비자를 신청했고, 운 좋게 추첨이 됐다. 갈까 말까 고민이 많았다.
"30대다 보니 주위에 조언을 구했는데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이제 30대니까 한국에서 그냥 다니던 직장 다니면서 안정적인 삶의 기반을 쌓는 게 좋지 않겠냐'는 의견이 많았다. '2년 낭비(영국 워킹홀리데이는 영국서 2년 거주할 수 있다)는 인생에서 크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컸다."
하지만 그는 자신에게 질문을 던졌다.
"죽는 순간에 어떤 결정을 했던 것이 덜 후회스럽겠느냐고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나이나 다른 걱정 때문에 워홀을 못 나간 것에 후회하기보다는 차라리 워홀로 2년을 낭비한 것에 후회하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결정하고 추진했다."
해외 취업을 고려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발렌시아의 영상을 보고 용기를 얻을 수 있다. 그는 여러 직업을 거쳤지만 결국 목표했던 대로 영국 현지 기업 사무직 취업에 성공했다. 한인 회사 커뮤니케이션 어시스턴트로 시작해 디지털 마케팅 인턴·법률회사 디지털 마케터를 거쳐 번역 회사의 LAQ(Language Quality Assurance·번역 현지화 점검)을 맡았다.
잘 다니던 한인 회사에서 퇴사한 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였다.
"한인 회사는 급여도 나쁘지 않았고 사람들도 좋았다. 그야말로 안전지대였다. 퇴사하면 또 이력서 200통을 돌릴 생각에 고민을 많이 했다. 구직이 얼마나 힘든지 경험을 했던 터라 큰 용기가 필요했다. 그래도 영국에 정말 운 좋게 추첨이 돼서 왔는데 설정한 목표를 이루지 못한다면 시간 낭비라고 생각해 퇴사를 결심했다. 포기하는 것도 정말 용기가 필요하다는 말을 실감했다."
특히 디지털 마케팅 직무의 경우 무경력이었던 그가 노션(메모·문서·프로젝트 관리 등의 기능을 제공하는 웹 기반 플랫폼)을 활용해 포트폴리오를 만들었다는 점과 이력서 200통 이상을 돌리며 인턴십을 따낸 부분이 주목할 만하다.
"영국에서 체류할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으니 '무조건 여기 있을 때 해봐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말도 안 되는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이력서를 몇백 통을 넣었다. 그렇게 시작했다. 인턴 취업이 힘들어서 이직할 때 아쉽긴 했지만 내 길이 아닌 것 같으면 빨리 접는 게 낫겠다 싶었다."
"물론 200통씩 넣어도 떨어지니까 멘탈 관리가 힘들었다. 그래도 (해당 직무의 인턴을) 안 하면 너무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에 계속 이력서를 넣었다. 주방에서 접시 닦기를 하는 한이 있더라도 (인턴이) 될 때까지 무조건 (구직활동을)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해외 취업을 노리는 대학생이나 구직자라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영국에 워킹홀리데이를 와서 사무직 취업을 하고 싶다면 더욱이 그렇다. 지난한 과정을 거쳐 현재의 직업을 갖춘 발렌시아의 구직 이야기를 듣는다면 "오,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용기를 얻을 수도 있다.
런던에서만 살지 않았다는 점도 시청자들의 도전 욕구를 자극하는 부분이다. 발렌시아는 '젊음의 에너지가 넘친다는' 말에 이끌려 영국의 서남부 도시 브리스톨에 정착했다. 하지만 일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 런던 동부로 이동했고, 현재는 케임브리지 대학교가 위치한 것으로 유명한 대학 도시 케임브리지에 거주하고 있다.
영국의 기업문화에 관한 콘텐츠도 있다. 한국의 직장생활과 어떤 점이 달랐냐는 질문에 발렌시아는 "자유로운 연차 사용, 야근의 부재"라고 답했다. 그는 "여기 사람들은 일과 삶을 분리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자기 삶에 업무적인 스트레스를 안 가져오더라. 일은 일터에서 끝내고 삶에 들여오지 않으니 자기 일상이 더 여유로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현재 발렌시아는 공휴일을 포함해 휴가일을 28일을 제공하는 회사에 근무 중이다. 또 주 2회는 재택근무와 주 3회는 사무실 근무가 혼합된 '하이브리드 근무'를 하고 있다. 그는 "잠이 많은 편인데 통근 시간에 잠을 더 잔다거나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하루 만족도를 높이더라. 반면 사무실에서 근무하면 사람들과 소통하는 시간이 있다. 나만의 시간과 다른 사람들과의 시간이 함께 있는 근무 형태가 정말 만족도가 높다"고 답했다.
영국 거주 중 다른 유럽 나라에 방문했던 여행 콘텐츠도 즐길 수 있다. 발렌시아가 최고로 꼽은 여행지는 바로 이탈리아의 수도 로마. 영국 외 유럽에서 처음으로 방문했던 여행지이기도 하고 연이어 운이 좋은 일들이 일어났기 때문이라고.
"영국에서 로마로 가는 것을 국내 비행으로 착각하고 공항에 늦게 도착했다. 그런데 그날 스캐너에 문제가 생겨 꽤 많은 승객이 비행기를 놓쳤다. 그 승객에 포함돼서 정말 운 좋게 다음 비행기를 무료로 타고 갈 수 있었다. 혼자 여행을 가서 호스텔에 묵었다. 그런데 호스텔에서 열린 이벤트에서 너무 좋은 한국인분들과 외국인분들을 만나서 재밌게 놀았다. 그다음 날까지도 같이 다녀서 지금까지도 되게 기억에 남는다."
발렌시아는 오는 2월 워킹홀리데이 비자가 만료된다. 발렌시아 로그에 올라온 2일 자 영상에서 그가 취업 비자를 받지 못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다. 하지만 이번 인터뷰에서 “자신을 향한 믿음을 갖고 목표를 생각하면 언젠가는 도달할 것”이라고 밝혔던 그의 말처럼 발렌시아는 한국에 돌아와 재정비의 시간을 가진 후 해외 취업에 다시 도전할 예정이다.
다음은 청년에게 하고 싶은 말을 요청했던 기자에게 발렌시아가 답한 것이다. 그의 여정이 생각했던 대로만 흘러가지 않더라도 결국엔 원하는 방향으로 풀리기를 바란다.
"사회적으로나 주위에서 기대하는 바가 있기 마련이다. 그 기대를 저버리는데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삶의 형태는 하나도 아니고 정답도 없다. 너무 두려워 말고 목표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나아가면 좋겠다. 그 과정에서 분명히 힘든 순간이 온다. 그 순간마다 스스로를 잘 응원하고 격려하며 나아가면 좋겠다. 본인한테 너무 빡빡하게 굴지 말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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