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서 신년보고 받은 尹, 전국 돌며 민생 토론회 연다
윤석열 대통령은 4일 올해 첫 부처 업무보고회를 경기 용인 중소기업인력개발원에서 열었다. 행사 제목은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 토론회’. 토론회에는 중소기업인, 개인투자자, 소상공인, 대학생, 노인, 주부 등 시민 70여 명이 참석했다. 온라인으로도 시민 60여 명이 참여했다. 윤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정부와 국민 사이에 핵이 터져도 깨지지 않을 만한 아주 두툼한 콘크리트 벽이 있다고 하는데 깨야 한다”며 “새해 업무보고는 부처 칸막이를 없애고 과제·주제별로 전국 민생 현장을 찾아 국민과 함께 토론하는 자리로 만들어가겠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작년 부처 업무보고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었던 것과 달리 올해는 민생 주제별로 현장을 찾아 ‘민생 토론회’ 형식으로 10회 정도 진행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도 이날 “검토만 하는 정부가 아니라 신속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답을 내는 정부로 탈바꿈할 것”이라며 “현장 목소리를 듣고 국민이 원한다면 어떤 문제라도 즉각 해결하는 정부가 돼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토론회를 시작하면서 “이곳 용인은 세계 최대 규모가 될 반도체 클러스터가 조성될 예정이다. 모두 알고 계시죠?”라고 말문을 열었다. 토론회가 열린 중소기업인력개발원은 대기업의 기부로 건립돼 대·중소기업의 상생 협력을 상징하며, 용인에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가 조성되는 점도 고려했다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상생 경제와 첨단 기술 산업 강화라는 윤석열 정부 국정 기조를 상징할 수 있는 곳을 첫 보고회장으로 택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재임 중 R&D(연구 개발) 예산을 대폭 늘리겠다”며 “R&D 투자가 국민 경제를 살찌우는 방향으로 효과를 발휘하게 과감하게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민생·현장·소통과 함께 속도감 있는 실행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기조는 작년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가 기점이 됐다. 윤 대통령은 작년 한 해 “제일 중요한 것은 이념”이라고 강조하다가 강서구청장 선거 패배 후엔 “이념보다 민생이 중요하다”며 기조 전환에 나섰다. 윤 대통령이 용인을 시작으로 전국 산업단지, 노후 아파트, 병원 등을 찾아 민생 경제 활성화와 저출산,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 과제 등을 토론하기로 한 것도 이런 차원이라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여권 관계자는 “글로벌 복합 위기 속에서 한국 경제가 세계적으로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국민이 느끼는 체감 경제는 회복이 더디다는 판단에 따라 올해는 민생에 온기를 돌게 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뜻도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작년 한 해 ‘세일즈 외교’를 내걸고 13차례 해외 순방을 다녀왔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영국 이코노미스트지가 작년 한국 경제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2위라고 평가한 것을 언급하면서도 “늘 부족하고 송구스러운 마음”이라고 했었다.
윤 대통령이 새해 들어 전국 순행(巡行)에 나선 것을 두고 4월 총선을 염두에 둔 움직임이란 해석도 나온다. 야당은 올 총선을 겨냥해 정권 심판론을 거세게 제기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가 지난 2년의 국정 성과와 새해 비전을 실증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전략지를 돌며 국정 홍보를 강화하겠다는 뜻도 담겼다는 것이다. 첫 업무보고회를 한 용인은 국민의힘이 4월 총선에서 집중 공략하려는 경기 동부 벨트의 요충지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정부의 공매도 한시 금지 조치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추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야당에서 총선 표심(票心)을 겨냥했다고 비판하는 정책이다. 윤 대통령은 다만 “(일각에서) 공매도는 6월까지 한시적으로만 금지하고 선거 끝나면 풀릴 거라고 하는 부분도 있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고 했고, “금융투자소득세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폐지를 결정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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