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이긴 AI, 아직 임요환의 벽 넘지 못한 까닭은

박지민 기자 2024. 1. 5. 0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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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바둑·고전게임 정복했지만
실시간 전략게임은 쉽게 못 이겨
2012년 11월 8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지스타 2012'가 열리고 있다./남강호 기자

사람의 즐거움을 위해 만들어진 게임은 오래전부터 인공지능(AI)의 성능을 검증하고, 발전 가능성을 시험하기 위해 활용돼왔다. 인간의 사고방식과 직관력, 수읽기 등을 AI가 모방하고 따라잡을 수 있느냐를 검증할 수 있는 최적의 수단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AI의 급속한 발전은 ‘기계의 지능은 인간을 넘어설 수 없다’는 고정관념을 하나씩 깨고 있다. IBM의 수퍼컴퓨터 ‘딥 블루’는 1997년 세계 체스 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를 넘어섰고, 2016년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는 이세돌 9단을 압도하며 전 세계에 충격을 줬다. 이후 AI는 미 게임 업체 아타리의 고전 비디오 게임 49개에서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고, 레이싱 게임 대결에서도 인간 챔피언을 이겼다.

그렇다고 AI와 인간의 게임 대결이 AI의 압승으로 끝난 것은 아니다. ‘스타크래프트’ 같은 실시간 전략 게임이 대표적이다. 이런 게임은 수많은 유닛에 개별적으로 명령을 해야 하기 때문에 경우의 수가 다른 게임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고, 상대방의 행동에 따라 그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게임이 진행된다고 해서 체스나 바둑처럼 경우의 수가 줄어들지도 않는다. 딥마인드는 2018년 스타크래프트2 AI인 ‘알파스타’를 개발해 프로게이머와 경기를 치렀다. 10차례 게임에서 알파스타가 전부 이겼지만, 단순히 컨트롤로 승부한 결과였다. 인간 프로게이머는 분당 300~400회의 동작만 할 수 있지만, 알파스타는 1500회까지 치솟았다. 일종의 치트키를 사용한 셈이다. 또 알파스타가 전체 게임 지도를 한눈에 보지 못하도록 사람과 동일한 조건을 부여하자 인간 프로게이머에게 완패했다. 당시 딥마인드는 “스타크래프트 온라인 대결장인 배틀넷에는 여전히 50~100명가량이 알파스타를 앞선다”고 발표한 뒤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도 2018년 비슷한 시도를 했다. 10명의 이용자가 5대5로 나눠 싸우는 ‘도타2′를 플레이하는 AI를 내놓은 것이다. 이 AI는 1대1 대결에선 적수가 없었지만, 프로 팀과의 5대5 경기에선 제대로 된 전략을 펼치지 못하고 패배했다. 1년 뒤 개선된 AI는 프로팀을 이겼지만, 117종의 캐릭터 중 17종의 캐릭터만 쓸 수 있게 제한한 결과였다. 89조개에 달하는 경우의 수를 약 2만개로 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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