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 대표 병원까지 찾아가 난리 치는 정치 유튜버들

조선일보 2024. 1. 5.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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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한의 흉기에 찔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입원 중인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 3일 오후 경찰이 배치되어 경계 근무를 서고 있는 가운데 어린이병원 입구에 유튜버들이 자리잡고 개인방송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2일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 방문 일정을 소화하던 중 피격 당했으며 같은날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다. /남강호 기자

피습당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입원 중인 서울대 병원에 정치 유튜버 수십 명이 몰려들어 소란을 피우고 있다. 유튜버들은 이 대표가 2일 부산에서 이송되기 전부터 모여들기 시작,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은 채 병원 안을 돌아다니며 생중계를 했다. 이 대표 지지자들로 보이는 일부 유튜버들은 병원에서 “심장이 벌렁거린다”며 울먹이거나 “배후를 색출하라”고 외치기도 했다.

병원 측이 사고를 우려해 출입 통제선을 설치하자 그 앞에서 밤을 새우며 생중계를 하기도 했다. 구독자가 10만명이라는 유튜버는 반대 의견이 올라오자 “XX를 뽑아서 줄넘기해야겠다”고 막말을 했다. 어떤 유튜버들은 4일 서울대 병원 측의 기자회견장에 강제로 들어와 마찰을 빚었다.

지난달 배우 이선균씨 장례식장에도 유튜버들이 빈소에 나타나 물의를 빚었다. 이들은 장례 행렬 사이를 누비며 생방송을 하기도 했다. 이씨의 소속사가 “(유튜버들 때문에) 소란이 빚어지는 등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잔혹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자제 요청을 해야 할 정도였다.

이제 정치인, 연예인 등이 관련된 사건이 발생하면 어디든지 유튜버들이 나타나 생중계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자극적인 방송을 통해서 구독자들을 끌어모아 돈을 벌고 있다. 특히 4월 총선이 다가오면서 정치 유튜버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들은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다 보니 가짜 뉴스의 진원지도 되고 있다. 이 대표 피습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피의자의 단독 범행으로 추정된다고 했는데, 친이재명 방송인이라는 김어준씨는 유튜브에서 “이 대표 피습은 틀림없는 계획 범죄로 배후를 밝혀야 한다”고 했다. 그러자 “김건희 여사가 보낸 자객이 벌인 일” “윤 대통령이 김건희 특검법 이슈를 덮기 위해 사주한 것”이라는 댓글이 달렸다.

유튜브는 이용자의 성향을 추정해 그에 맞는 내용을 집중적으로 보내는 방식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정치 내용 유튜브를 보는 사람은 한쪽 주장만 보고 듣게 된다. 이 현상이 우리 사회 정치 양극화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유튜브 조회 수에 따라 돈을 벌게 되니 자극적인 영상과 검증되지 않은 주장을 마구 내보내는 무책임까지 합쳐져 있다.

정치 유튜버의 문제는 여야가 모두 공감하고 있지만 자기편 유튜버들의 불만을 사지 않으려 대책 마련에 소극적이다. 이 대표를 공격한 사람도 평소 정치 유튜브를 즐겨 보며 정치 과몰입 상태에 있었다고 한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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