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나를 조사하라”더니 검찰 조사 다 불응한 송영길 전 대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으로 기소됐다. 지난달 18일 구속된 후 17일 만이다. 검찰은 통상 피의자를 구속하면 여러 차례 소환해 조사한다. 검찰은 송 전 대표 구속 이후 다섯 차례 소환 조사를 통보했지만 사실상 그가 모두 불응해 조사 한번 제대로 못 하고 기소했다. 송 전 대표가 한 차례 출석하긴 했지만 묵비권을 행사하면서 “다시는 부르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보통의 피의자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구속 피의자가 소환 조사를 계속 거부하면 통상 검찰은 영장을 받아 강제 구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송 전 대표가 조사에 불응한 것은 민주당 전 대표를 검찰이 어떻게 하겠느냐는 생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실제 검찰은 강제 구인을 하지 않았다.
송 전 대표는 구속되기 전 검찰이 부르지도 않았는데 검찰청에 두 차례나 나와 “나를 소환해 조사하라”고 외쳤던 사람이다. 그런데 정작 검찰이 지난달 피의자로 소환하자 “정치 보복 수사”라며 묵비권을 행사하더니 구속된 이후엔 소환에도 불응했다. 자신을 먼저 조사하라는 것은 검찰에 해명하겠다는 뜻이다. 그래 놓고 묵비권을 행사하는 것은 무엇인지 알 수 없다. 묵비권은 피의자의 권리라지만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는 “검사에게 억울한 점 해명해봐야 실효성이 없다”고 했지만 그럼 두 차례 ‘셀프 출석’은 왜 한 것인가.
송 전 대표만이 아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지난해 백현동 사건으로 검찰에 소환됐을 때 지지자들 앞에서 14분간 입장문을 읽고는 검찰 조사에선 사실상 묵비권을 행사했다. 조국 전 법무장관도 장관 후보자 시절엔 국회에서 자신의 비리와 관련한 해명 기자회견까지 하더니 정작 검찰 조사에선 묵비권을 행사했다. 돈 봉투 사건에 연루된 윤관석 의원도 “결백을 밝히겠다”고 하고는 검찰 조사에선 묵비권을 행사하다 구속된 후 결국 법정에서 혐의를 시인했다. 불법 혐의가 드러나면 일단 ‘정치 보복’이라는 프레임부터 씌우려는 행태는 정치의 일상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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