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글로벌 사우스’를 챙길 때다
북반구 선진국 맞서 협력·연대
도덕주의보다 현실주의 입각
美中 택일 없이 선택적 협력
한국이 글로벌 중추 국가 되려면
지역별 맹주와 협력틀 만들어야
성공스토리·상생길 공유할 때
그들도 한국 G7 공감해 줄 것
대한민국이 2024년 ‘글로벌 중추 국가’ 실현에 다가가려면 인도-태평양 전략의 연장 선상에서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를 챙겨야 한다. 미·중 전략 경쟁 격화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글로벌 사우스가 세계 질서 재편의 주요 변수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아시아, 중남미, 아프리카의 개도국 130여 개를 가리키는 글로벌 사우스는 미국·중국·러시아 그리고 유럽 및 동북아의 선진국 50여 개를 뜻하는 ‘글로벌 노스(Global North)’의 ‘지배’에 저항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국제 질서의 현상 유지를 원하는 미국과, 이에 대한 변경을 원하는 중·러는 모두 글로벌 사우스의 협력과 지지가 필요한 상황이다.
글로벌 사우스는 인도, 브라질, 사우디, 인도네시아, 남아공 등이 각자 또는 서로 연대하면서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이들이 냉전기 비동맹(non-alignment)과 다른 것은 ‘도덕주의’보다 ‘현실주의’에 입각해 있다는 점이다. 과거 비동맹국가들이 미국과 소련 둘 다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멀리했다면, 최근 글로벌 사우스는 미국과 중국 중 택일하지 않고 국익과 세력 균형에 따라 선택적 협력을 한다. 인도는 중국과 경제 협력을 하면서도 중국을 견제하고 첨단 기술 협력을 위해 미국을 가까이한다. 브라질은 기후변화 문제에 관해 미국과 협력하면서도 중국 및 러시아와 잘 지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 대부분이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제재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글로벌 사우스에 대한 중국의 공세적 침투 행태를 경계한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 기술 분야의 필수 광물을 보유한 칠레, 브라질, 아르헨티나, 인도네시아, 콩고 민주공화국 등은 자원을 무기로 자신들의 몸값을 높이고 있다.
이러한 전략적 틈새를 활용해 인도가 글로벌 사우스의 맹주를 자처하고 나섰다. 인도는 2023년 1월 온라인으로 글로벌 사우스 정상회의를 주최한 데 이어, 9월 9~10일 뉴델리 G20 정상회의에서 미국, 중국, 러시아로부터 동시에 러브콜을 받았다. 인도는 채무 위기를 겪고 있는 아프리카 등 50여 국에 대한 채무 탕감을 G20 회원국들에게 요청했다.
이러한 세계 질서의 변곡점에서 글로벌 노스의 일원인 한국은 국력에 걸맞은 역할과 경제안보 제고를 위해 글로벌 사우스를 본격적으로 챙길 시점에 왔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후 지난해까지 1년 7개월 동안 ‘자유와 연대’를 강조하며 국제적 위상을 제고했다. 나토 정상회의에 2년 연속 참석했고, 2023년 G7 정상회의에도 초청받았다. 국익 외교에 가치 외교를 더해 자유주의 국제 질서를 수호하려는 모습을 각인시켰다. 더욱 강력해진 한미 동맹, 한미일 협력, 그리고 우방국과의 관계를 활용하여 이제는 글로벌 사우스를 챙겨야 한다. 한-인도 관계를 인도-태평양 전략의 주요 축으로 발전시키고, 그 연장 선상에서 브라질, 사우디, 인도네시아, 남아공 등 글로벌 사우스의 지역별 맹주들과 협력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
올해 11월 미 대선에서 미국 우선주의와 신고립주의 성향의 후보가 당선될 경우 세계 질서가 요동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노스의 미 동맹국들이 글로벌 사우스 주도국들과 구축한 협력 네트워크가 탄탄해 보이면 미국이 신고립주의로 회귀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글로벌 사우스 내 (지역 맹주들을 제외한) 저개발국과의 협력 역시 한국 혼자보다는 미국, 일본, EU, 캐나다, 호주 등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회원국들과 함께 추진해 가는 게 좋다. 원조 정책을 재점검하고 개선책을 논의할 고위급 협의를 우리가 제안하는 것도 방법이다. 개발 협력 정책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공유하면서 체계적 역할 분담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2022~2023년 지정학적 갈등 속에 글로벌 사우스의 존재감이 새벽 눈 내리듯 소리 없이 부각되면서 2030 엑스포 유치전은 글로벌 노스의 일원인 한국에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가 아프리카, 중동, 중남미 등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의 접촉면을 넓힌 것은 향후 ‘글로벌 사우스 외교’의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우리의 성공 스토리를 공유하고 상생의 길을 제시할 때 대한민국이야말로 G20을 넘어 G7에 들어갈 자격이 있다는 공감대가 국제사회에 자연스럽게 정착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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