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60년 오너 경영’ 끝났다
남양유업이 60년 만에 대주주가 바뀌게 됐다. 4일 대법원 판결에 따라 남양유업 창업주의 장남 홍원식 회장과 일가는 사모펀드 한앤코에 자신들이 보유한 남양유업 주식 37만8938주(합계 지분율 52.63%)를 넘겨주게 됐다.
이날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한앤코가 홍 회장과 가족을 상대로 낸 주식양도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의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1964년 창립돼 국내 최초로 분유를 생산했고, 한때 국내 유업계 1위 자리까지 올랐던 남양유업은 잇단 오너 리스크와 악재로 인해 주가가 급락하고 매출이 하락하면서 2021년 5월 오너가 경영에서 물러나 회사 지분을 사모펀드에 팔겠다고 발표했었다. 그러나 이후 홍 회장이 돌연 ‘오너(사주) 일가 처우 보장’ 같은 계약의 일부 세부 세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며 계약 무효를 주장했고, 홍 회장 일가와 한앤코의 법적 공방이 이어졌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 따라 두 회사 간의 긴 경영권 분쟁도 종결된 것이다. 대법 선고 직후 한앤코 측은 “회사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조속히 노력하겠다”고 했다.
◇분유 1등 업체서 불매 대명사로
남양유업은 고(故) 홍두영 남양유업 창업주가 해외 출장에서 선진국의 분유 사업을 보고 국내로 들어와 유가공 시장에 뛰어들면서 시작한 회사다. 1964년 남양 홍씨 본관을 따 회사를 창립했고 1967년 첫 국산 조제분유를 생산했다. 1977년부턴 요구르트·우유·치즈 등을 생산하며 유업계 1위 자리를 지켜왔다.
이런 남양유업이 ‘불매운동’으로 추락하기 시작한 것은 2010년 창업주가 별세한 지 3년 만인 2013년 무렵부터다. 2013년 남양유업 본사 소속 영업사원이 지역 대리점 직원에게 막말을 한 음성파일이 공개되며 이른바 ‘밀어내기’ ‘갑질 사건’ 파문에 휩싸였다.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거나 비인기 상품을 강매하는 소위 ‘밀어내기’ 관행이 세간이 알려진 것이다. 시민 단체와 소비자를 중심으로 불매운동이 벌어졌고, 대리점주들은 남양유업을 고소했다.
2012년까지 줄곧 흑자였던 남양유업은 ‘밀어내기’ 사건의 여파로 적자를 내기 시작했다. 남양유업은 아이스크림 카페 ‘백미당’을 새로 열고, 제품에서 자사 로고를 가리는 등 불매운동의 타격을 벗어나려고 노력했지만, 2019년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씨가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되면서 또다시 큰 타격을 입었다. 2020년엔 홍보대행사를 고용해 경쟁사를 비방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홍원식 회장이 입건되기도 했다.
◇오너 리스크 털고 일어서나
2021년 4월에 터진 불가리스 허위 광고 논란은 남양유업의 60년 오너 경영에 종지부를 찍은 결정적 사건이다. 코로나가 한창 번지던 시기, 남양유업 관계자들은 ‘불가리스가 코로나를 억제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으나, 곧 허위로 드러났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남양유업을 고발했고, 경찰은 본사 압수수색에 나섰다.
홍원식 회장은 책임을 지고 사임하겠다며 대국민 사과 기자 회견을 했고, 같은 달 한앤코에 본인과 가족이 보유한 남양유업 지분을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이후 7월 말 ‘오너(사주) 일가 처우 보장’ 같은 매각 관련 세부 조건이 이행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홍원식 회장은 계약 무효를 주장했고, 한앤코는 8월 주식매매계약 이행 소송을 제기했다.
홍 회장과 한앤코의 소송은 대법 선고까지 총 7차례 진행됐으나 법원은 1심부터 2심, 대법 선고까지 모두 한앤코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 판결로 주식매매계약 효력이 공식 인정되면서 한앤코는 이제 남양유업의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됐다. 한앤코 관계자는 대법 선고 직후 “대법원의 판결을 환영한다”며 “회사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조속히 주식매매계약이 이행돼 남양유업 임직원들과 함께 경영 개선 계획을 세워나갈 것”이라고 했다.
남양유업 주가는 대법원 판결이 있기 한 달 전부터 급등했다. 오너 리스크가 해소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감이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때 30만원대까지 내려갔던 남양유업 주가는 1월 들어서 50만원대까지 올랐고, 4일엔 전날보다 0.34% 오른 59만원에 마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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