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이차전지·車로… ‘외국인 투자’ 43조원 쏟아졌다

조재희 기자 2024. 1. 5.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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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국내 투자액 역대 최고치

지난해 우리나라에 신고한 해외 기업 투자액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미국과 중국,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등 주요 국가로의 투자가 줄어든 상황에서 거둔 성과다. 반도체와 이차전지, 자동차 등 글로벌 경쟁력을 지닌 주력 첨단 산업이 투자 유치를 이끌었다.

◇반도체·이차전지·자동차가 증가세 이끌어

산업통상자원부는 4일 2023년 외국인직접투자(FDI) 신고액이 전년보다 7.5% 증가한 327억2000만달러(약 43조원)를 기록,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고 밝혔다. FDI 신고액은 2022년(304억5000만달러) 300억달러 벽을 넘어섰고, 지난해에도 더욱 늘었다. 2020년(207억5000만달러)과 비교하면 3년 만에 57.7% 급증했다.

반도체·이차전지 등이 포함된 전기·전자 투자는 전년보다 17.7% 증가한 40억6000만달러(약 5조3000억원), 자동차·부품 등이 포함된 운송용 기계·투자가 168% 급증한 17억6000만달러(약 2조3000억원)를 기록하며 증가세를 이끌었다. 우리 수출 1위 품목인 반도체를 비롯해 새로운 수출 동력으로 떠오르는 이차전지와 자동차가 투자 유치에서도 효자 역할을 했다.

그래픽=박상훈

반도체 분야에서는 2024년 완공을 목표로 경기도 화성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인근에 장비 부품 재제조센터와 트레이닝센터 등 ‘화성 뉴캠퍼스’를 조성하는 네덜란드 ASML의 투자가 이어졌다. 2022년 11월 착공한 뒤 지난해 본격적으로 투자 신고와 집행이 이뤄졌다. 미국 전력 반도체 업체 온세미컨덕터와 세계 5대 반도체 패키징 업체인 미국 엠코 테크놀로지도 국내에 3억달러 이상 투자를 결정했다.

이차전지 업종에선 GEM(거린메이), CNGR 등 중국 이차전지 소재 업체들이 국내 기업들과 합작에 나섰다. GEM은 에코프로, SK온과 새만금에 1조2000억원을 들여 연간 5만t 생산 규모 전구체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세계 1위 전구체 기업인 CNGR은 포스코홀딩스·포스코퓨처엠과 포항 니켈·전구체 공장 건설에 1조5000억원을 투자한다. 양극재 세계 1위 벨기에 유미코어도 국내에 양극재 공장을 세운다.

자동차 업계에선 미국 GM이 기존 내연기관 라인을 하이브리드·전기차 등 미래차 라인으로 개조하는 데 9억4000만달러를 투자하기로 했고, 프랑스 르노도 하이브리드차 투자를 결정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경기 용인·화성·평택·이천을 잇는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가 추진되면서 글로벌 반도체 소부장 기업들의 투자가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최고의 제조 기술을 지닌 두 회사가 있는 데다 대만·중국·일본을 아우르는 동북아 시장의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ASML이 삼성전자와 함께 추진하는 1조원 규모 R&D(연구·개발)센터 구축 등 앞으로도 투자는 계속된다.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등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닌 이차전지 기업들의 경쟁력도 세계 시장을 노리는 소재 업체들을 끌어당기고 있다. 현대차·기아를 중심으로 구축된 자동차 부품 생태계도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국내 생산 능력을 확충하는 이유로 꼽힌다.

◇콘텐츠·풍력·소재 분야에도 투자 활발

작년 초 사우디아라비아국부펀드(PIF)와 싱가포르투자청(GIC)으로부터 1조원이 넘는 투자를 유치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같이 반도체·이차전지·자동차를 제외한 FDI 신고도 활발했다. 세계 1위 풍력터빈 업체인 덴마크 베스타스는 3억달러를 들여 국내에 터빈 부품 생산 공장을 세우기로 했고, 태국 최고(最古) 기업 비그림그룹은 해상풍력 발전 단지에 3억5000만달러 투자를 결정했다.

스웨덴 발렌베리 계열 사모펀드인 EQT파트너스의 보안업체 SK쉴더스 인수, 프랑스 화학업체 아케마의 PI첨단소재 인수도 지난해 주요 FDI로 꼽혔다.

산업부 관계자는 “반도체·이차전지 등 6대 첨단 산업 분야에서 550조원 규모 투자가 추진되며 전체 FDI 증가를 이끌었다”며 “외국인 직접 투자가 늘면서 수출 확대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 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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