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우울한 귀향’
“암담한 현실을 개선하는 데 문학이 도움을 주지 못함에 허무감을 느낀다.” 작가 이동하의 장편소설 ‘우울한 귀향’의 첫 구절이다.
주인공은 시골 출신의 나약한 대학생이다. 졸업을 앞두고 서울에서의 외롭고 황량한 삶을 청산하고 떠난다. 그리고 학업으로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향촌을 찾는다. 그 고향이 어느 곳인지는 명확하진 않다. 때마침 수은주가 영하를 향해 곤두박질치던 겨울 한복판이었다. 작품은 그렇게 시작됐다.
얼개는 이어진다. “허무하고 우울한 상황의 원인을 찾기 위해 내 발걸음이 닿은 곳은 내가 자란 곳이다. 그곳에서 제일 먼저 만나게 된 친구는 명랑하게 나를 맞이해줬다. 그러나 고향은 여전히 피로해 있었다. 그 사실이 나를 키워준 고장에 대한 씁쓸한 추억을 불러일으켰다.”
작가는 당시 젊은이들의 자기 정체성 확인을 위한 방황과 성장 등을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썼다. 이 작품이 세상에 나온 건 1967년이었다. 산업화가 막 시작되던 제3공화국 초반이었다.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하던 시점이기도 했다.
작품은 자연스럽게 이런 서사를 담는다. “마을 구장은 왕이나 마찬가지였다. 동네에서의 지도적 위치와 부유한 재산의 힘을 믿고 온갖 횡포와 폭력을 휘둘렀다.” 이런 사실들을 옆에서 겪고 바라보는 주인공은 삶에 대해 절망을 느낀다.
소설은 어떻게 끝이 맺을지 구태여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작가적 정체성을 오롯이 담고 있는 문학적 초상화이지만 당시의 사회상을 투명하게 담았다는 평가도 받았다.
그런 이유로 보수적인 문학계로부터 사회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고 젊은이들에게 악영향을 끼친다는 악평도 받았다. 6·25전쟁과 4·19혁명 등 당시의 기억을 중심축으로 전쟁과 이데올로기의 갈등에 대한 체험도 담았다.
새해가 시작되고 있다. 극심한 취업난 등으로 마음고생을 하고 있는 지금의 젊은이들은 그때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로울까.
허행윤 기자 heoh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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