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목의 스시 한 조각] [160] ‘노해(老害)’와 ‘약해(若害)’
한국에 ‘꼰대’라는 말이 있다면 일본에는 ‘노해(老害·로가이)’라는 말이 있다. 노해의 사전적 의미는 ‘연로자가 나이를 앞세워 젊은 사람들의 활약을 방해하는 해악’이다. 실생활에서는 보통 고압적 행동이나 사리 분별력 저하로 주위에 민폐를 끼치는 노인이나, 젊은 시절 경험을 근거로 젊은 층의 생각이나 의견을 무시하고 훈계하려 드는 기성세대를 비하하는 표현으로 쓰인다.
여기까지는 꼰대와 대동소이하나, 노해는 개인 차원의 혐오감을 나타내는 속어를 넘어 사회문제를 지적하는 진지한 개념으로 쓸 때도 있다. 즉 기업이나 정당 등 위계질서가 있는 조직에서 실권을 쥔 구세대가 신진 세대에게 기회를 내주지 않는 현상도 노해에 해당하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고인 물’이 득세하며 변화에 더딘 일본 사회에 대한 젊은 층의 좌절감을 반영이라도 하듯 노해라는 말은 갈수록 사용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기성세대 역시 이에 지지 않고 ‘약해(若害·자쿠가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냈다는 점이다. 보통은 주위 시선에 아랑곳 않고 공중도덕이나 질서를 무시하는 젊은이들의 안하무인 일탈 행위를 이를 때 쓴다. 일정한 단계를 밟거나 충분한 경험을 쌓지 않은 채 설익은 혈기를 앞세워 급진적 변화나 세대교체를 주장하는 세태를 비판하는 의미로 사용하기도 한다.
세대교체는 어느 사회에서나 진통이 따르게 마련이다. 한국은 정치권에서 ‘운동권 세대’의 진퇴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86세대라 일컫는 이들은 이미 정치판에서 권력화된 기성세대에 해당하지만, 성장이 멈춘 채 아직도 자기들이 변화와 개혁의 주역을 맡아야 한다는 아집과 착각에 빠져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노해와 약해의 속성을 아우르는 희한한 민폐 당사자로 인식되는 셈이다. 신체의 건강이 원활한 신진대사에 달려 있듯, 건강한 사회에는 정치 주도 세력의 원활한 세대교체가 필수 조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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