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 금리 3%대 떨어지자, 은행서 한달새 19조 이탈

권순완 기자 2024. 1. 5.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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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무브’ 본격화하나
그래픽=김의균

금리가 정점을 지났다는 전망에 정기예금 금리가 연 3%대까지 떨어지자, 지난 한 달 동안 은행 정기예금 잔액이 20조원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예금에서 이탈한 돈의 상당 부분이 주식 투자 자금으로 옮겨 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간 고금리 혜택을 누리며 안전 자산으로 대피했던 자금이 위험 자산으로 돌아오는 ‘머니 무브’ 현상이 본격화되는지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작년 12월 말 정기예금 잔액은 849조2957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19조4412억원 줄었다. 5대 은행 정기예금 잔액은 작년 9월 약 842조원, 10월 856조원, 11월 869조원으로 점점 늘어나는 추세였는데 연말에 확 감소한 것이다. 정기예금이 줄어든 영향으로 5대 은행의 12월 말 총수신 잔액도 1951조3753억원으로 집계, 11월(1973억9895억원)보다 약 23조원 급감했다.

그래픽=김의균

◇정기예금 최고 금리 평균 연 3.76%

사람들이 정기예금에서 돈을 빼는 가장 큰 이유는 정기예금 금리가 더 이상 ‘짭짤’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연 3%대로 내렸다. 이날 기준, 은행연합회에 공시된 만기 1년 정기예금 상품 36개의 최고 금리(우대 금리 포함)는 평균 연 3.76%였다. 특히 5대 은행의 최고 금리는 연 3.5~3.9%였다. 연 4%를 초과하는 상품은 5개에 그쳤는데, 판매처는 모두 수협·대구은행 등 특수은행이거나 지방은행이었다. 작년 11월까지만 해도 은행권 정기예금 대부분이 연 4%대였던 것과 대조적이다.

정기예금 금리는 채권 금리를 따라서 떨어지는 중이다. 미국이 올해 상반기부터 기준 금리를 내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자, 이런 예측을 선제적으로 반영해 은행채 등 국내 시장 금리가 하락하고 있다. 예금 금리를 산정할 때 기준이 되는 은행채 1년물(AAA·무보증) 금리는 작년 12월 1일 연 3.95~3.97%에서 이달 2일 기준 연 3.70~3.72%까지 낮아졌다.

은행 정기예금에선 돈이 빠져나가는 반면, 주식 투자용 자금은 늘어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일 투자자 예탁금은 약 59조원으로 한 달 전(48조원)보다 약 11조원(23%)이나 늘어났다. 이는 지난 2022년 6월 이후 약 1년 반 만의 최고치이기도 하다. 투자자 예탁금이란 투자자가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 계좌에 맡겨둔, 일종의 ‘투자 대기 자금’이다. 투자 업계에선 “금리가 연 4%도 안 되는 예금에 돈을 1년 이상 묵히느니, 금리 인하가 호재로 작용하는 국내외 증시에서 ‘상승장’을 노려보겠다는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래픽=김의균

◇주식 투자 대기금은 1년 반 만에 최대

전문가들은 예금 금리는 앞으로 계속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미국이 올해 기준 금리를 내리기 시작하면, 국내 기준 금리도 곧 따라 내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다만 금융 당국은 ‘금리 인하’ 기대가 가계 부채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기준 금리 인하 방침을 공식화하지는 않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지금 금리 인하와 관련된 논의는 이뤄지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예금 금리가 낮아지긴 했지만, 주식 투자로 원금 손실 위험을 감수하기 싫은 금융 소비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예금과 주식의 중간 성격인 채권 투자를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채권은 만기까지 가져갔을 때 일정한 수익을 보장해 준다는 면에선 예금과 닮았지만, 금리가 떨어지면 채권 가격이 올라 투자 수익을 올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이자율이 낮아졌다고 해서 예금 전액을 빼 특정 주식 종목에 ‘올 인’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며 “자산을 예·적금과 주식, 채권 등에 적절하게 분배하는 것이 안정적인 운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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