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과 흙이 만날 때, 더 큰 ‘나’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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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 출신 고진하 시인은 원주 '불편당'에서 기거하며 영성과 자연을 통한 묵상으로 시를 짓는다.
시인에게 유년의 기억 속 '똥장군'은 "세상의 어떤 장군보다 장한 일을 하던" 분이다.
이경호 평론가는 "고진하 시인의 이번 시집에서 주목할 점은 손과 흙의 접촉 효과"라며 "낳아서 사랑하고 보살피고 기르는 사랑과 영성이야말로 자연을 훼손해버린 현대문명의 환경속에서 우리가 점점 잃어버리고 있는 것이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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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이 사랑을 통과하면/나보다 큰 나를/만날 수 있으니”
영월 출신 고진하 시인은 원주 ‘불편당’에서 기거하며 영성과 자연을 통한 묵상으로 시를 짓는다. 온통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생명체를 소재로 ‘마음을 채굴할 시간’을 논한다. 그의 새 시집 ‘새들의 가갸거겨를 배우다’는 흙 속에서 ‘마음의 눈’이라는 주제의식을 키워낸 듯 하다.
목회자로 활동하면서 불교와 도교, 인도철학에도 깊이 천착해 온 시인은 서시로 ‘새벽성전’을 썼다. “오체투지하듯/꿈뜰꿈틀 움직이는/자벌레들을 보았네/지구/평화를/기리는/느림의 신도들-”이라는 문장을 통해 자벌레가 꿈틀거리고 있는 대지가 성전과 같다는 인식을 펼친다.
“흙 주무르기를 좋아한다”고 밝힌 시인은 시집 서문에 “시의 보폭도 궁극에는 흙으로 수렴되는 것”이라고도 언급한다. 식물이 흙에서 자고 나라듯, 구슬땀을 흘리는 시인에게 흙은 만물의 어머니로 통한다. 자연의 서기(書記)를 자처, 야생의 학교에서 존재의 경계를 환기시키지만 ‘황혼’의 적요를 기록할 말 또한 찾지 못한다.
시인에게 유년의 기억 속 ‘똥장군’은 “세상의 어떤 장군보다 장한 일을 하던” 분이다. “쿠린내 진동하는/똥장군 진 아버지 지게 뒤를/졸졸 따라가던” 까마득한 일이다. 원주를 소재로 한 시 ‘소금산’, ‘반계리 은행나무’, ‘느티나무 산방-거돈사지에서’ 등도 눈길을 끈다.
이경호 평론가는 “고진하 시인의 이번 시집에서 주목할 점은 손과 흙의 접촉 효과”라며 “낳아서 사랑하고 보살피고 기르는 사랑과 영성이야말로 자연을 훼손해버린 현대문명의 환경속에서 우리가 점점 잃어버리고 있는 것이다”고 평했다. 김진형 formatio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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