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형의 책·읽·기] “삶이 미끄러져도 종착까지 달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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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이 금지된 미개통 고속도로에서 한 밤중의 질주가 펼쳐지고, 얼마 뒤 한 사람이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됐다.
소설 읽기를 '놀이'로 즐기고 생생한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기획된 문학동네 출판사의 '플레이' 시리즈로 출간됐다.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S'와 '포르쉐 GT2 RS'를 포함해 다양한 스포츠카에 대한 설명도 상세하다.
자율주행 기술이 등장한 시대, 언젠가 사라질지 모를 스포츠카의 아름다움과 치명적인 속도감을 통해 청년들의 질주를 은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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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스 소재 미스터리 장편소설
100억원 보수 목표 검은 돈 추적
스포츠카 질주 섬세하게 묘사
운전 비유 속 삶의 굴곡 그려내
출입이 금지된 미개통 고속도로에서 한 밤중의 질주가 펼쳐지고, 얼마 뒤 한 사람이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됐다. 쓰러진 사람은 건설회사 회장 김상진의 자제 김유영. 유영은 김 회장이 가장 아끼는 자식이자 김 회장이 세탁한 검은돈 200억원 인출에 필요한 패스워드를 아는 유일한 인물이다. 업계에서 ‘박사’로 통하는 자동차 정비사 신준희와 수입 중고차 딜러 차인성은 패스워드를 찾으면 100억원을 준다는 김 회장의 말에 유영을 해한 범인과 검은 돈을 쫓는다. 한편 유영의 이복동생인 유한은 그날 레이싱 현장에서 불사조가 날아오는 장면을 보고 차를 멈춰 세웠다. 과연 유한이 본 것은 무엇일까.
2019년 김유정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한 이수안(사진) 작가가 미스터리 장편소설 ‘블랙 아이스’를 펴냈다. 소설 읽기를 ‘놀이’로 즐기고 생생한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기획된 문학동네 출판사의 ‘플레이’ 시리즈로 출간됐다. 인제스피디움 내 레이싱 장면이 나오는 등 스포츠카의 속도처럼 빠르게 읽힌다.
“곧게 뻗은 길은 순식간에 끝났다. 이 구간을 지나면 급격한 하강과 커브가 펼쳐졌고, 속력을 줄이면서 횡가속도를 통제해야 했다. 아벤은 내리막을 향해 쏟아졌고 도로의 곡선을 따라 저돌적인 드래프트를 시작했다.”
자동차 마니아만이 알 수 있는 섬세한 묘사들이 눈길을 끈다.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S’와 ‘포르쉐 GT2 RS’를 포함해 다양한 스포츠카에 대한 설명도 상세하다. 자율주행 기술이 등장한 시대, 언젠가 사라질지 모를 스포츠카의 아름다움과 치명적인 속도감을 통해 청년들의 질주를 은유한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카 생산 이후 줄어들고 있는 내연기관 엔진은 여전히 굉음을 내뿜는다.
작품은 운전을 매개로 그간 작가가 천착해온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엔진이 차체 뒤에 있는 람보르기니는 미끄러져야만 운전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언어와 삶 또한 ‘미끄러짐’의 연속이다. 직선 구간이 있어야 과감히 달릴 수 있지만 인생에는 직선만 있지 않다. 굴곡을 잘 헤쳐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달리는 고속도로에서는 아무리 힘들고 지쳐도 차를 멈춰 세울 수 없다. 소설을 쓰는 방식도 이와 같을 것이다.
자동차 마니아인 이수안 작가는 업계 인물들과의 세밀한 취재를 통해 이번 작품을 완성했다. 실제 사례를 수록하고, 비트코인 거래를 직접 시도하기도 했다. 이 작가는 “처음에는 자동차를 둘러싼 청춘의 이야기를 쓰다 점차 미스터리로 이어지게 됐다”며 “사람 사이에도 서로 대립되는 기질이 있는데 정교하게 만들어진 포르쉐와 미끄러움을 미학으로 내세우는 람보르기니의 관계가 이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작품 후반부는 비트코인 패스워드 추적 과정을 통해 퍼즐 조각을 맞춰나간다. 가장 믿었던 인물로부터의 배신은 예상치 못한 블랙아이스 를 상징한다. 활어처럼 날뛰는 인간의 욕망도 나타낸다.
현실에서는 안전운전이 우선이지만 인생에서는 길을 잃고 우회해도 다시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다. 소설의 마지막 문장은 이렇다. “헨리 포드의 말처럼 삶은 정주가 아니라 여행이기에 종착하기 전까지는 달려야 했다.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다만 꾸준히.” 김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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