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산책] ‘인간 김대중’ 탄생 100주년에 즈음하여

정인수 2024. 1. 5.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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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수 김대중재단 지도위원회 부의장

2024년 1월 6일은 김대중 대통령 탄생 100주년이다. 1971년 제7대 대통령선거에서 김대중은 40대 기수를 표방하면서 제1야당인 신민당 대통령 후보로 혜성과 같이 등장했다. 미남인 얼굴에 학구파이자 박학다식했다. 웅변술이 뛰어난 불세출의 영웅으로 한국판 케네디로 칭송받았다.

이때 박정희가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지 10년째였다. 주먹구구식 행정에 중농정책이 실패하고 빈익빈 부익부가 판쳤다. 기층민은 피폐해진 농어촌을 버리고 살길 찾아 서울로 대탈출을 이어갔다. 군사정권은 인구가 곧 국력임에도 산아제한을 강행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은 인구 늘리기 묘책에 급급하다. 지도자를 잘못 만난 미시적 행정 탓이다.

이때의 대선 강령은 ‘10년 세도 썩은 정치 못 참겠다 갈아치우자’였다. 김대중은 국가 경영에 대한 철학과 비전이 확실했다. 1971년에 발간된 김대중의 역저 ‘大衆經濟(대중경제)’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100문 100답을 통해 한국의 나아갈 미래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김대중의 혜안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었다.

김대중은 6선 국회의원의 정치 경험과 풍부한 독서를 통해 국가운영에 철저히 준비된 사람이었다. 정치의 정(政)자도 모르는 아마추어가 권좌에 올라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것이 겹쳐 떠오른다. 김대중은 가톨릭 신자답게 진실했다. 불굴의 정신과 투지에서 인간적 면모를 볼 수 있다. 고로 감히 ‘인간 김대중’이라고 명명하고자 한다.

김대중이 장충단 공원에 운집한 100만 청중에게 군사정권의 비정을 파헤치며 정권교체의 필요성을 갈파하자 국민은 열광했다. 김대중은 여세를 몰아 전국 유세에 나섰다. 이때 나는 24세였다. 주문진 유세장을 찾아온 김대중 후보와 즉석에서 연을 맺었다. 이어 수천 명 군중 앞에서 그를 위한 지지연설을 했다. 하지만 평생동지 김대중과 정치 노선을 함께한다는 것은 형극의 길이었다. 감시, 미행, 가택연금, 납치는 다반사였다. 심지어 먹고사는 생명 줄까지 탄압했다. 야비했다.

김대중의 일생은 파란만장했다. 죽을 고비를 5번이나 넘겨야 했다. 박정희 정부의 공작에 의해 일본 도쿄에서 납치돼 대한해협에 수장될 뻔했다. 전두환 신군부에게 사형선고를 받아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현대사에서 김대중처럼 생사를 넘나들며 박해받은 정치인은 전무후무하다. 박정희·전두환·노태우의 통치 수법에서 레드 이데올로기가 큰 무기였다. 군사정권 30년 동안 필자를 비롯한 반정부세력은 죄다 좌익으로 매도했다. 나는 1980년 보안사에 잡혀가 전두환 신군부를 지지하라는 회유를 거절했다가 김대중 심복이라는 이유로 ‘인간 도살장’ 삼청교육대에 끌려갔다가 용케 살아나왔다. 이후 신군부에 의해 정치 활동을 박탈당했다가 풀려났다.

김대중은 천신만고 끝에 마침내 1998년 제15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필자는 김대중의 3번에 걸친 대선에서 견마지로를 다했다. 그렇지만 논공행상으로 전리품을 챙기거나 이력서 한 장 청탁하지 않아 떳떳하다. 김대중과 함께 사람답게 사는 민주 세상에 흡족했다.

이때의 강원도는 한나라당 지방정부였다. 나는 재선 도의원으로 지방정부를 강력 견제하면서 김대중 정부 통치기반 외연 확장을 위해 진력했다. 김대중은 IMF 사태 극복을 위해 금 모으기 등으로 경제위기를 조기 극복하고 경제 안정을 이뤘다. 최초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등 한반도평화 노력과 민주화를 이룬 업적은 노벨평화상을 수상으로 이어졌다. 대한민국 역사에서 최고의 영광이었다.

인간 김대중은 내게 영원한 정치적 멘토였다. 요즘의 난장판 정치를 보면서 김대중과 같은 훌륭한 지도자가 없음을 한탄하지 않을 수 없다. DJ 탄생 100주년에 즈음해 그가 남긴 위대한 발자취를 반추하면서 영원불멸해야 할 대한민국의 무궁한 번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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