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하는 기자] “치약 어떻게 짜세요?”

이정민 2024. 1. 5.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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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미뤄왔던 직장인 건강검진을 받았다.

연휴 첫날 아침 일찍 병원에서 검진을 받은 후 돌아오는 길에 배우자를 불러 콩나물국밥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집에 들어와 바로 샤워를 했다.

외출하고 돌아와 바로 샤워 후 새 잠옷을 꺼내 입고, 수면 양말을 신고, 얼마 전에 세탁한 보송한 담요를 덮고 소파에 누워있었던 게 다인데 또 샤워하라니 나는 억울했다.

배우자는 퇴근하고 바로 씻지만 나는 귀찮아서 미루고 미루다 자기 직전에 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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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민 기자

얼마 전 미뤄왔던 직장인 건강검진을 받았다. 연휴 첫날 아침 일찍 병원에서 검진을 받은 후 돌아오는 길에 배우자를 불러 콩나물국밥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집에 들어와 바로 샤워를 했다. 오후 2시쯤이었다.

휴일이니 하루 종일 소파에 누워 영화도 보고 게임도 하다가 저녁식사 후 자려고 침대로 가려는데 배우자가 “샤워 안 해?”라고 물었다.

외출하고 돌아와 바로 샤워 후 새 잠옷을 꺼내 입고, 수면 양말을 신고, 얼마 전에 세탁한 보송한 담요를 덮고 소파에 누워있었던 게 다인데 또 샤워하라니 나는 억울했다. 내 기준에 나는 아주 깨끗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자기 전에 또 씻으면 개운하고 기분 좋을걸?”이라는 배우자의 나를 씻게 하려는 말에 넘어가지 않고 세수, 양치질만 하고 침대에 누웠다. “이렇게 씻는 걸 싫어해서 어떻게 하지?”라는 배우자의 장난 섞인 말에, 너무 분해서 다신 일찍 씻지 않겠다고 답했다.

오래전 친구의 결혼식에서 들었던 주례사가 떠올랐다. 주례는 “부부는 화장실 휴지 거는 방향으로도 싸우고 치약 짜는 방식으로도 싸운다. 평생을 다르게 살아온 사람들이 만났으니 어쩔 수 없다. 그러니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며 살아라”고 말씀하셨다.

한 집에 함께 산 지 4년이 훌쩍 지났지만 아직도 다른 부분이 많다. 배우자는 퇴근하고 바로 씻지만 나는 귀찮아서 미루고 미루다 자기 직전에 씻는다. 몇 달째 외투걸이 신세로 전락해 제 역할을 못 한 채 거실 인테리어를 망치고 있는 실내 자전거를 창고에 두지 못하게 하는 나를 배우자는 이해하지 못한다. 책상 위에 작은 휴지통이 버젓이 있지만 다 먹은 아이스크림 봉지를 휴지통 바로 옆에 그대로 올려 두는 배우자를 나는 이해 못 한다.

우리는 서로 다른 생활 습관들이 거슬릴 때도 있지만 상대방의 행동을 비난하지 않고 변화를 강요하거나 평가하지 않는다. 그저 조금씩 맞추며 살아가고 있다.

얼마 전 배우자와 함께 사진을 찍었는데 전혀 다르게 생겼던 우리가 점점 비슷해져 간다는 것을 느꼈다. 각자의 행동, 버릇, 말투가 서로에게 얼마간 스며들었고, 다른 습관에 가끔 툴툴거리기도 하지만 이해하려고 애쓰고 맞춰왔던 노력이 쌓인 결과이지 않을까.

이정민 ljm1105@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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