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하는 기자] 똥꼬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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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한 것은 높은 곳에 있다 이 말은 가끔씩 틀린 말 환하고 눈부신 앞을 향해 나아가다 향기가 사라지는 곳에 멈췄을 때 마침 우리는 뒤를 볼 타이밍을 찾는다 눈으로 볼 수 없어 손으로 더듬거리며 찾는 똥꼬가 그 뒤에 있다 오래 앉아 표정을 일그러뜨리면서도 똥꼬야, 말만으로 웃는 아이들 신비로운 어감은 아닌데 꼬였던 일도 술술 풀릴 것 같은 말 똥꼬가 움직이는 것을 신호로 온몸으로 힘을 보태 똥에 안부를 묻는 사람들 우리의 그곳이 웃기거나 쑥스럽거나 해도 똥꼬가 감당하는 속은 결코 속임수일 수 없으므로 아기들처럼 변기에 앉아 잼잼이라고 말하면 똥꼬를 향한 믿음이 생길 거야 쥐였다 놨다 캐스터네츠 악기를 연주하는 소년으로 자랄 거야 - 김미량, 우리의 그곳이 웃기거나 쑥스러워도, 『신의 무릎에 앉은 기억이 있다』, 2023, 달아실 '정신 차려보니' 새해다.
굳이 세어봐야 인식할 수 있는 나이와 외면하고 싶은 주름살을 뒤로 하고 '정신없이' 새해를 맞이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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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한 것은 높은 곳에 있다
이 말은 가끔씩 틀린 말
환하고 눈부신 앞을 향해 나아가다
향기가 사라지는 곳에 멈췄을 때
마침 우리는 뒤를 볼 타이밍을 찾는다
눈으로 볼 수 없어
손으로 더듬거리며 찾는
똥꼬가 그 뒤에 있다
오래 앉아 표정을 일그러뜨리면서도
똥꼬야, 말만으로 웃는 아이들
신비로운 어감은 아닌데
꼬였던 일도 술술 풀릴 것 같은 말
똥꼬가 움직이는 것을 신호로
온몸으로 힘을 보태
똥에 안부를 묻는 사람들
우리의 그곳이 웃기거나 쑥스럽거나 해도
똥꼬가 감당하는 속은
결코 속임수일 수 없으므로
아기들처럼 변기에 앉아 잼잼이라고 말하면
똥꼬를 향한 믿음이 생길 거야
쥐였다 놨다
캐스터네츠 악기를 연주하는 소년으로 자랄 거야
- 김미량, 「우리의 그곳이 웃기거나 쑥스러워도」, 『신의 무릎에 앉은 기억이 있다』, 2023, 달아실
‘정신 차려보니’ 새해다. 굳이 세어봐야 인식할 수 있는 나이와 외면하고 싶은 주름살을 뒤로 하고 ‘정신없이’ 새해를 맞이하고 말았다. 지난 한 해를 돌아볼 틈도 없이 “뒤를 볼 타이밍을” 놓친 당신. 후회 없었다고 자신하고 있는가. “환하고 눈부신 앞을 향해 나아” 가기 전 최선을 다하지 않았던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있는가. 지난 일은 지난 일이다. 후회한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과거다. “향기가 사라지는 곳”에 걸음이 멈춘 나를 다독이며 뒤늦은 새해 안부를 묻는다.
새해가 밝아오면 누구나 이전과 다른 나를 꿈꾼다. 그러기 위해선 누구나 실행하지만 누구도 쉽게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 ‘민낯’을 들춰봐야 한다.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찌꺼기들. 이 역시 내가 만들어 낸 ‘똥’이리라. 새해엔 망설이지 말고 밖으로 내보내자. “눈으로 볼 수 없”고 “손으로 더듬거리며 찾”아야 할지라도 밀고 나가야 한다. “온몸으로 힘을 보태”지 않아도 “안부를 묻”지 않아도 내일은 오기 때문이다. 비록 “그곳이 웃기거나 쑥스럽”다해도.
‘구린내 나는’ 지난날을 왜 나는 움켜쥐는 걸까. 시인의 말처럼 “간절한 것은 높은 곳에 있”다는 건 “가끔씩 틀린 말”일지 모른다. 언제부턴가 치열하게 살아야 한다는 강박이 평온한 일상을 괴롭히고 있다는 걸 느낀다. 나는 살고 있는 것인가, 살아지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살아내고 있는 것인가. 어쨌든 새해는 밝았다.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브래드 페이즐리는 “내일은 365쪽 책의 첫 빈 페이지”라고 했다. 평범한 일상이 특별한 날이 되는 건 언제나 나의 몫이다. ‘똥꼬발랄’한 우리의 ‘첫 페이지’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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