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신당' 제3지대 돌풍 일으킬까...현역의원 합류 가능성은
당원 모집 하루 만에 2만4000명 돌파
현역의원 합류 여부, 국민의힘 공천 결과에 달렸나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주도하는 '개혁신당'의 출발이 순조롭다. 이 전 대표의 개혁신당은 당원 모집에 나선 지 하루 만인 4일 당원 2만4000명을 돌파하며 관심을 모았다. 전국 시·도당 창당 기준을 넘어선 만큼 곧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당 등록 절차를 밟고 20일께 창당대회를 열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피습으로 이낙연 신당에 차질이 생기며 개혁신당이 제3지대의 구심점이 될 수도 있다는 기대가 흘러나온다. 향후 개혁신당에 현역의원들이 얼마나 합류할지 주목되는 가운데 시선은 국민의힘 공천 결과에 쏠린다.
다만 제3당 성공 요건인 지역 기반이 없고 유력 대선후보가 없다는 점은 치명적인 한계다. 성공 사례로 꼽히는 2016년 국민의당은 호남 지역 기반이 있었고 '안철수'라는 대선주자가 있었다. 이 전 대표가 그간 윤석열 대통령과 친윤계 인사들을 비판해 온 것 외에 민생 이슈나 정책적 의제를 선점하지 못했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컨벤션 효과를 잃어가고 있지만 한동훈 비대위가 출범하면서 신당 동력이 떨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개혁신당의 성공 여부는 현역의원의 합류 여부에 달린 모습이다. 총선에서 '현역의원 프리미엄'이 상당한 데다 현역의원이 5명 이상일 경우 국고보조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역의원의 수가 많은 순으로 선거 기호가 결정된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개혁신당은 내년 총선에서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는 20석 이상의 의석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까지 개혁신당에 합류한 현역의원은 없다.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허은아 전 의원은 전날(3일) 국민의힘 탈당하면서 의원직을 자동상실했다.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공천 국면이 지나면 공천에서 탈락한 의원들이 합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국민의힘 총선기획단은 20% 규모의 컷오프(공천 배제)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당무감사위원회도 당원협의회 204곳 중 22.5%에 달하는 46곳의 컷오프를 권고한 바 있다.
야권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적대적인 공생관계인 양당 정치에 회의적인 인식이 퍼져 있다"며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이 전 대표가 손잡는 제3지대 '빅텐트(초당파 연합)' 가능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유 전 사무총장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직계를 공천한다든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소위 비명계를 쳐내고 친명계 공천으로 치닫는다든가하면 (제3지대)돌풍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개혁신당 측은 현역의원의 합류 가능성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천하람 개혁신당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현역의원 합류에 대한 자신이 없다면 허 전 의원에게 나오지 마시라고 그랬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의원직을 유지하면서 나올 수 있는 분들"이라며 지역구 중진의원의 합류 가능성을 시사했다. 특히 "오히려 영남권 의원 중 (합류 가능성 있는 의원들이 있다)"며 "지역에서도 그렇고 본인도 그렇고 (공천 탈락이 유력하다는걸) 아신다. 정치 오래 한 분들은 지금 상황이 어떻고(를 안다). 저한테도 새해 인사가 온다"고 했다.
천 위원장은 "(공천심사) 직전 단계에서 합류하실 분도 계실 것"이라며 "저희가 공천신청을 받는 그 무렵에 신당 지지율 지표를 보며 합류 여부를 결정할 것이고 그때 신당 지지율이 아주 잘 나온다면 결단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지역별로 조금 차이는 있겠지만 저희는 15% 이상을 안정적으로 넘기게 되면 조금 더 부담 없이 많은 분이 합류할 수 있지 않겠느냐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허은아 전 의원도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중진의원이 다섯 손가락을 넘어간다"며 "결정하고 다음 날 마음이 바뀔 수도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지만 사실 말씀하신 분들은 10명이 넘는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의힘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이나 다른 당에서도 (있다)"며 "사실은 그분들이 속도가 더 빠른데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테러 문제 때문에 아마 속도가 좀 느려질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공천 탈락한 현역의원의 합류 여부가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회의론도 나온다. 이 전 대표와 각을 세워온 안철수 의원은 이날 YTN <뉴스라이브>와의 인터뷰에서 "(공천) 탈락할 가능성이 많은 후보나 이미 한 번 컷오프(공천배제)된 후보들은 아무리 합류해봤자 소용없다"고 잘라 말했다.
안 의원은 과거 국민의당 창당 경험을 거론하며 "경쟁력에서 부정적 평가가 내려진 사람이 (신당에) 합류해봤자 소용이 없다"고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부스러기 주워 담기', '이삭줍기' 이런 표현이 있지 않나. (이런 사람들이) 실제로 선거에 나가면 거의 효과가 없다"며 "나름대로 경쟁력 있고 공천을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인데도 '나는 대의에 합류하겠다', 이런 사람들을 모으는 게 키포인트"라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이 전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이나 친윤계 인사들에 날을 세우는 데 대해서도 "그게 차별화가 안 된다. 누구를 비판하면 그건 정치평론가"라며 "정치 선배로서 충고하지만, 다른 당의 움직임에 눈을 돌리거나 일희일비하지 말고 차별화된 정강·정책을 만드는 일에 먼저 집중하고 어느 정도 플랫폼이 완성되면 그때 주위를 둘러보라"고 충고했다.
공천에서 탈락했다 해도 개혁신당으로는 가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신당에서 당선 여부를 확신할 수 없는 데다 현실적으로 거대양당 구조를 타파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치적 앞날을 고려했을 때 '당을 떠난 적 없다'는 명분도 중요하다. 개혁신당의 노선이 불분명하다는 점에도 우려가 나온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 소속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의 연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중진일수록 당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통화에서 "신당에서 낙선하느니 집권여당에서 다음을 기약하는 게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한편 전날(3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내년 총선 공천과 관련된 인재영입위원장을 겸임하겠다고 밝히며 '새 인물'을 강조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인재 영입) 실무 단계부터 직접 책임지겠다는 의미"라며 "한 위원장이 비공개회의에서 '인재 영입은 비대위 성공의 십중팔구일 만큼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한 위원장은 지난달 26일 취임사에서 '용기와 헌신'을 언급한 바 있다. 때문에 대대적인 물갈이 신호탄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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