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위원장의 열흘…보수결집 구심점 '우뚝', 비전 제시는 '글쎄'

김세정 2024. 1. 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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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명 열흘째…여론 주목도, 당 장악력 높여
'운동권 청산' 외 정치적 비전 없었다는 평가도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임명된 지 열흘이 지났다. 여론 주목도를 높이고 당 구심점 역할을 잘 했다는 반응이 있는 반면 당정관계 재정립과 중도층 공략은 부족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사진은 한 위원장이 지난 3일 김진표 국회의장을 예방한 모습. /배정한 기자

[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임명된 지 열흘이 지났다. 김기현 전 대표 사퇴 이후 혼란에 빠진 당을 새롭게 정비하고, 보수 세력의 구심점 역할을 잘 수행한다는 평가다. 스타성을 내세워 여론의 주목도를 높인 것 역시 긍정적이다. 그러나 당정관계 재정립과 중도층 공략에는 의문부호가 남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피습 사건과 맞물려 컨벤션 효과가 한계에 부딪혔다는 해석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26일 전국위원회를 열고 한 비대위원장을 최종 임명했다. 수락 연설에 나선 한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겨냥해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운동권 특권 세력과 싸우겠다"고 밝혔다. '선당후사'가 아닌 '선민후사'를 실천하겠다며 총선 불출마 선언과 동시에 '동료시민'이라는 단어를 여러 차례 사용하면서 신선함을 주기도 했다.

김예지 의원을 비롯해 비대위원에 여성을 안배하고, 극우 진영으로부터 공격을 받는 김형동 의원을 비서실장으로 낙점한 점, 통상 다선 의원이 맡는 사무총장 자리에 초선인 장동혁 의원을 임명한 것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신년 행보로 4일 광주를 찾아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하고 "헌법에 5·18 정신을 수록하는 것에 적극 찬성한다"고 밝힌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여론조사에서도 한 위원장의 컨벤션 효과가 일부 나타난다. 중앙일보 의뢰로 한국갤럽이 지난달 28~29일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1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39%, 더불어민주당은 34%의 정당지지도를 각각 기록했다. 선호하는 장래 정치 지도자를 묻는 응답에도 한 위원장은 24%를 기록해 22%인 이재명 대표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 위원장이 신년 행보로 4일 광주를 찾아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하고 "헌법에 5·18 정신을 수록하는 것에 적극 찬성한다"고 밝힌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사진은 광주제일고 학생독립운동역사관을 방문한 한 위원장의 모습. /뉴시스

전문가들은 한 위원장이 열흘간 강한 그립감으로 당을 충분히 장악했다고 본다. 당 인재영입위원장 자리까지 겸임하겠다는 것은 '공천 물갈이'의 신호탄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에 "빠른 속도로 당 장악력을 키워가고 있다. (인재영입위원장까지 같이 하는 것은) 사실상 일인자로 평가될 수 있는 부분"이라며 "참신한 인물을 발굴해 본인의 책임하에 승부수를 던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한 위원장을 향한 부정적 시선도 만만치 않다. 비상대책위원회가 들어섰는데도 수직적 당정관계가 되레 공고화됐고,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대통령실과 한 위원장이 한목소리로 "총선용 악법"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중도층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불안감이 느껴진다. 당내 소장파 목소리가 완전히 사라진 것 역시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천을 앞둔 탓인지 당 내부에선 대체로 한 위원장에 대한 평가를 꺼리는 분위기다.

노인 비하와 식민사관 옹호, 이태원 참사 유가족 비하 발언 등으로 논란이 있는 민경우 시민단체 길 대표를 비대위원으로 인선한 것 역시 비판받는 지점이다. 민 대표는 임명 하루 만에 사퇴했지만 과거 SNS에 "페미니즘? 전쟁 지면 집단 ㄱㄱ(강간)이 매일 같이 벌어지는데 페미니즘이 뭔 의미가 있는데?"라는 글을 썼던 박은식 비대위원에 대해선 당은 공식 입장 없이 말을 아끼고 있다. 한 위원장이 직접 비대위원을 인선했다고 밝힌 만큼 부실검증 책임을 피하긴 어렵다.

'운동권 청산' 외엔 뚜렷한 정치적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것 역시 한계로 지적된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려서 비대위를 출범했으면 왜 비대위가 만들어졌는지, 그간 국민에게 무엇을 잘못했는지 분석·반성하고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고 밝혀야 하는데 그런 발언이 없었다"라며 "운동권 청산만 이야기했는데 '나는 무엇을 반대한다'라는 안티테제(antithese)만 가져간다면, 안티테제가 사라질 경우 자신도 없어지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재명 대표의 피습 사건이 발생하면서 한동훈 컨벤션 효과가 단절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29일 이 대표를 예방한 한동훈 비대위원장. /배정한 기자

이재명 대표의 피습 사건이 발생하면서 컨벤션 효과가 단절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언론의 주목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한 위원장이 취임 한 달을 맞이하는 설 연휴 이전에는 자신만의 정치적 어젠다를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최수영 평론가는 "초반엔 컨벤션 효과가 있었지만 사실상 이재명 대표 사건으로 한동훈 효과는 상대적으로 주춤했다. 광주 등 지방 방문 행보로 리더십과 국민의힘의 앞으로의 방향성, 쇄신 이런 걸 준비한 것 같은데 뉴스가 묻힌 감이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차별성 있는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는지가 관건이지만,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디테일, 한 위원장 자신만의 아이덴티티가 잘 보이지 않는다"라며 "본인만의 정치적 정체성, 차별성이라는 게 아직은 추상적인 선에서 그치고 있는데 한 달이 되는 시점엔 디테일을 보여줘야 한다. 이걸 어떻게 보완할지가 남은 과제로 보인다"라고 강조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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