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인터뷰]노시환 "작년 내 점수는 80점, 가을야구로 20점 채울래요"
2023년은 노시환(24·한화이글스)에게 결코 잊을 수 없는 한 해였다. 프로 데뷔 후 유망주 딱지를 완전히 떼고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거포로 우뚝 섰다.
지난해 노시환은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131경기에 출전해 타율 .298 31홈런 101타점을 기록하며 그라운드를 뜨겁게 달궜다. 홈런, 타점 2관왕을 차지했고 골든글러브(3루수 부문)도 수상했다.
투수 3관왕을 달성한 에릭 페디(전 NC다이노스)가 아니었다면 당연히 정규시즌 MVP를 받아도 손색없는 성적이었다. 스스로 “트로피를 몇 개 받았는지 세보진 않았는데 시상식은 많이 다닌 것 같다”고 할 정도로 2023년은 노시환의 해였다.
점수로 따지면 100점 만점에 120점을 줘도 부족함이 없다. 정작 본인은 스스로에 대한 평가에 인색했다. 그가 자신에게 매긴 점수는 80점이었다.
노시환은 이데일리와 신년 인터뷰에서 “잘한 시즌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며 “타율 3할에 미치지 못한 것도 그렇고 아직 더 보여주지 못한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 목표는 매년 더 성장하는 것이다”며 “남은 잠재력을 다 터뜨린다면 그때는 100점이 채워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노시환은 2023년이 의미있는 이유는 또 있다. 국가대표 4번타자로서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준우승을 견인했다. 야구팬들은 한국야구를 이끌 새로운 ‘국제용 4번타자’ 등장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노시환은 “어린 선수들이 출전한 대회에 나간 것이라 진짜 국가대표 4번타자가 됐다는 생각은 안한다”며 “저보다 대단한 선배들이 함께 국가대표로 나간다면 4번타자는 어려울 것”이라고 몸을 낮췄다.
그러면서도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나가서 뛴다는 것이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인지 새삼 깨달았다”며 “그전부터 너무 꿈꿔왔던 일인데 직접 경험하니 자부심과 책임감이 더 생긴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푸른 용이 승천한다는 2024년 갑진년은 바로 노시환의 해다. 2000년생 용띠인 노시환은 여의주를 물고 더 높은 곳으로 승천하기 위해 칼을 갈고 있다. 현재 고향인 부산에서 모교와 훈련센터를 오가면서 구슬땀을 흘리는 중이다.
노시환은 “지금은 웨이트트레이닝 등 체력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며 “스프링캠프에서 본격적으로 기술적인 부분을 준비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노시환의 2024년 가장 큰 목표는 ‘가을야구’다. 2019년 프로에 데뷔한 노시환은 아직 한 번도 포스트시즌을 경험해 본 적이 없다. 객관적인 팀 전력이 열세다보니 가을야구는 늘 남의 얘기였다.
2024년은 다르다. 최근 몇 년간 리빌딩을 착실히 진행한 한화는 벌써 올 시즌 5강 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채은성에 이어 올해 안치홍을 영입하는 등 구단도 전력보강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노시환은 “매년 하위권에 머물다 보니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다”며 “올해는 스스로도 기대가 많이 되고 꼭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지난해 채은성 선배님이 온 뒤 확실히 더 편한 마음으로 타석에 들어설 수 있었다”며 “안치홍 선배님까지 가세하면 든든함이 더 커질 것 같다”고 덧붙였다.
노시환에게 2024년 목표를 물었다. 그는 “개인적인 목표는 솔직히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작년도 개인적인 목표 없이 그냥 장타를 많이 치고 싶다는 생각만 갖고 시작했다”며 “내가 홈런왕이 될 줄도 몰랐고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오히려 욕심을 버리니 잘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도 팀과 함께 가을야구에 나간다는 목표만으로 시즌을 준비할 것이다”며 “팬들과 함께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잊지 못할 한 해를 보내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석무 (sport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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