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 피습 전 6차례 따라다닌 피의자…변명문 보니 “역사적 사명감을 갖고 한일”

이승륜 기자 2024. 1. 4.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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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 김 씨 구속 결정…재판부 “범행 중대하고 도주 우려”
흉기 구매 시기에 6차례 이 대표 따라다닌 것으로 파악
경찰 범행 동기 공개 않는 중 김 씨 변명문 내용 공개돼
정면 응시하는 이재명 급습 피의자<YONHAP NO-2079>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흉기로 찌른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피의자 김모씨가 4일 오후 부산 연제구 연제경찰서에서 나와 구속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김씨 영장실질심사는 이날 오후 2시 부산지방법원에서 열린다. 연합뉴스

부산=이승륜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피습한 피의자 김모(67) 씨가 4일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됐다. 이런 가운데 경찰이 범죄 혐의를 입증·유지하는데 필요한 범행 동기를 파악했다고 밝히면서도 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아 적절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피의자 김 씨 구속 결정…재판부 “범행 중대하고 도주 우려”

부산지법 성기준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범행 내용, 범행의 위험성과 중대성 등 사정을 고려해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김씨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씨는 지난 2일 10시 29분께 부산 강서구 대항 전망대 시찰을 마치고 차량으로 가던 이 대표의 왼쪽 목을 흉기로 찌른 뒤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이후 부산경찰청은 윤희근 경찰청장의 지시로 수사본부를 꾸리고 이 대표 피습 사건 수사를 본격화했다. 그 결과 김씨가 이재명 대표 행선지를 미리 방문하고 흉기를 개조하는 등 범행을 계획한 정황이 확인됐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범행 하루 전날인 지난 1일 주거지인 충남 아산에서 KTX를 타고 부산역에 왔다가 다시 기차로 울산역으로 간 뒤 부산으로 복귀했다. 이 같은 동선은 범행이 이뤄진 부산 강서구 대항전망대와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등 다음날 이 대표가 방문할 예정이었던 장소와 가까워 이 씨가 사전에 이 전 대표의 동선을 파악하기 위해 국민의힘에서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긴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흉기 구매 시기에 6차례 이 대표 따라다닌 것으로 파악

김 씨는 지난해 중순 온라인을 통해 구매하고, 이 시기에 6차례 이 대표를 따라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지난 1일 문 전 대통령 사저가 있는 평산마을을 방문했다. 유튜브 등 온라인에서는 김 씨와 비슷한 외모를 가진 남성이 이날 이 대표가 방문한 봉하마을에서 취재진 뒤에 서 있었던 것이 포착됐다. 김 씨는 대항전망대에서 숨기기 좋게 손잡이를 빼 개조한 뒤 종이에 싼 길이 18㎝(날 길이 13㎝) 정도의 흉기로 이 대표를 해쳤다. 김 씨가 대항전망대에 간 것은 이 때가 처음이었다고 한다.

이후 경찰은 김 씨의 자택과 사무실 등지를 압수수색해 컴퓨터 3대, 휴대폰 3대, 업무용 노트 1권, 칼 1개, 칼갈이 1개, 플래카드 4개 등을 압수했다. 경찰은 디지털포렌식을 통해 김 씨가 범행 수법을 검색했는지, 즐겨 보는 유뷰트 채널이 있었는지 등을 확인 중이다. 압수한 플래카드에는 정치 관련 글이 적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포렌식을 통해 피의자가 평소 정치적 내용을 자주 검색했는지도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포렌식 작업은 아직 진행 중으로 늦으면 5일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 범행 동기 파악 않는 중 김 씨 변명문 내용 공개돼

이처럼 범행 전 김 씨의 행적은 어느 정도 파악이 됐지만, 김 씨가 어떤 의도로 이 대표를 살해하기로 마음 먹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공개된 내용이 없다. 이 부분을 확인하기 위해 경찰은 여야 중앙당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과거와 현재 당적 사항 등이 담긴 내용을 확보했다. 하지만 경찰은 현재 그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공개할 경우 정당법에 저촉된다는 게 이유다. 정당법 24조는 수사기관이 당원명부를 조사하려면 영장이 있어야 하며, 규정을 어겨 당원명부에 관해 알게 된 사실을 누설하면 3년 이하 징역ㆍ금고에 처하도록 한다. 이에 법조계와 시민사회에서는 이미 사문화 된 법을 갖고 경찰이 몸 사리기를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경찰이 유명인사의 혐의 내용 공개 이후 논란이 된 피의사실 공표 죄를 의식해 국민의 알 권리가 침해되는 것 같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가운데 김 씨가 경찰에 제출한 변명문에 “(피습은) 역사적 사명감을 갖고 한 일”이라는 취지의 범행 동기가 담긴 글을 적은 것이 4일 확인됐다. 김 씨는 이날 부산 연제경찰서 유치장을 나와 법원으로 이송된 후 범행 동기 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경찰에 8쪽짜리 변명문을 냈다. 그걸 참고해달라”고 했다. 김 씨는 범행 당시 이 변명문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는 또 구속 전 부산 연제경찰서 유치장에서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를 보였다고 한다. 밥을 잘 먹었고, 책을 읽고 싶다며 도서목록 중 ‘삼국지’를 골라 읽었다고 한다. 경찰은 또 김 씨의 심리 상태 등을 살피기 위해 프로파일러 투입도 검토 중이다. 수사본부는 다음 주중 수사를 마무리하고 범행 동기 등 결과를 발표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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