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대학 퇴출시키자는 대학 교수…“싼 값에 질 좋은 서비스 안 나와” [인터뷰]

김정환 기자(flame@mk.co.kr), 한상헌 기자(aries@mk.co.kr) 2024. 1. 4.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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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기 한남대 교수는 상아탑에 갇혀있는 경제학을 배격하는 학자다.

현장에서 생산성을 올릴 수 있는 실전 경제학에 조예가 깊다.

수출 기업의 총요소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방안과 해외직접투자가 기업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 연구가 그의 특기다.

매일경제는 다음달 초 국내 최대 경제학회인 한국경제학회장에 취임하는 김 교수를 만나 올해 복합위기 속 한국이 중추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한 성장 경로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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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경제학회장을 맡게 될 김홍기 한남대 경제학과 교수가 최근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를 하며 한국 경제의 위기와 기회를 진단하고 있다. 김 교수는 다음달 정기총회를 통해 임기 1년의 한국경제학회장에 취임한다. [이승환 기자]
김홍기 한남대 교수는 상아탑에 갇혀있는 경제학을 배격하는 학자다. 현장에서 생산성을 올릴 수 있는 실전 경제학에 조예가 깊다. 수출 기업의 총요소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방안과 해외직접투자가 기업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 연구가 그의 특기다.

매일경제는 다음달 초 국내 최대 경제학회인 한국경제학회장에 취임하는 김 교수를 만나 올해 복합위기 속 한국이 중추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한 성장 경로를 물었다. 그는 “1인당 국민소득 5만달러의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핵심 요건은 인적자본 확보”라며 “좀비대학을 퇴출시키고, 신산업 분야를 키우기 위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제도를 개편해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저성장 기조가 굳어지고 있다. 원인이 뭔가.

▶ 인구 감소에 노동력이 줄어들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더 큰 문제는 투자율이 떨어지면서 자본이 줄어드는 속도가 노동력이 감소하는 속도보다 빨라졌다는 점이다. 기술과 제도, 교육이 제대로 정비되지 못하며 총요소생산성이 계속 하락하고 있다.

- 역동경제를 위한 처방은.

▶ 지속가능한 성장을 막는 쓸데없는 규제가 여전히 많다. 정부가 꼭 해야 하는 규제 리스트를 작성해 거기에 중점을 두되, 다른 것을 하지 않겠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 민생 물가 안정은 어떻게 해야하나.

▶ 과거에 비해서는 물가가 안정됐지만 아직 잠재된 위험이 많다. 한국은 소규모 개방경제다. 정부가 개별 품목 가격 상승을 압박하며 관리하기보다는 환율을 안정시키고 수입처를 다변화해 수입 물가 상승세를 완화하는 노력을 기울이는게 맞는다.

- 저출산 상황 극복 방안은.

▶ 보다 과학적인 근거에 기반해 예산을 집행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가구 월 소득이 400만원이 넘으면 출산율이 떨어진다는 연구가 있다. 소득이 높아지면 출산, 육아에 따른 기회 비용이 커지기 때문이다. 인구가 감소하는 것은 첫째 아이를 가질 확률이 급속히 떨어졌기 때문에 발생한 측면이 크다. 일단 첫째를 낳으면 둘째 아이를 낳는 확률은 예전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 소득 분위별 특성을 고려하거나 첫째를 낳게 하는데 정책을 집중하는 식으로 예산 효율성을 키워야 한다.

김홍기 교수 [이승환 기자]
- 부실기업 구조조정이 현안이다.

▶ 한계기업 증가는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체 경제가 위험해지는 현상이다. 구조조정에서 발생하는 실업 문제를 보조금을 통해 완화시키더라도 신속한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한다. 지금은 워크아웃 제도를 통해 한계기업 경영 정상화를 지원하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을 계속 연장시켜가며 적용하고 있다. 기촉법을 항구적으로 가져갈 필요가 있다.

- 1인당 국민소득 5만달러, 인구5000만명 중추국가로 가기 위한 정책은.

▶ 우리나라 경제성장 동력은 결국 인적자본이다. 신산업을 창출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게 대학 교육을 통한 창조적 인적자본 축적이다. 사교육 투자는 굉장히 많지만 인적자본 개발과 관련된 투자로 연결이 안되고 있다.

- 구체적인 대안은.

▶ 대학에 시장경제 논리를 도입해야 한다. 15년간 대학등록금을 동결하면서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가 제대로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다. 통제 위주 정부 정책에 좋은 인력을 영입하는데 한계가 있다. 싼 값에 질 좋은 서비스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학령인구보다 입학정원이 더 많아지며 대학 교육 초과 공급 상태다. 지방 사립대도 한계대학이 늘고 있다. 경쟁력 없는 대학이 퇴출될 수 있도록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야 한다.

- 개혁의 재원 마련은 어떻게 해야하나.

▶ 유치원과 초·중·고 교육에 국한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고등교육에도 투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초중고 학생수는 줄어드는데 교부금은 초중고교에만 쓸 수 있도록 하면서 1인당 교육투자비는 엄청나게 높아졌다. 이 재원을 고등 교육에 쓸 수 있도록 재원 배분 체계를 다시 짜야 한다.

- 노동·연금·교육 3대 개혁이 지지부진하다. 노동개혁 방향은.

▶ 노동시간 유연화는 마치 시험기간이 다가올 때 공부량을 늘려야 하는 것과 같다. 노동계에선 노동 시간 연장에 악용될 것으로 우려하는데 시장 수요에 맞게 노동시간을 조절하는 것은 노동자 입장에서도 불리하지 않다. 이런 우려를 불식하면서 노동시장 개혁에 나서야 한다.

- 국민연금 개혁 동력은 어디서 찾아야 하나.

▶ 개혁에는 비용이 든다. 개혁을 미룰수록 비용은 더 커진다. 급속히 고갈되는 국민연금 기금을 이 상태로 둬서는 안된다는 국민들의 공감대는 있다. 연금을 더 많이 내고 받는 수급 기간은 줄여야 한다는 방향에서 속도를 내야 한다.

■ 김홍기 교수 △1960년 충북 청주 출생 △서울대 무역학과 입학, 국제경제학과 졸업, 석·박사 △2002년 미국 인디애나주립대 교환교수 △2007년 기획재정부 금융발전심의회 위원 △2012년 중소벤처기업부 자체평가위원장 △2013년 한국은행 객원연구원 △2014년 기획재정부 평가위원 △2014년 채권금융기관조정위원회 위원장 △2021년 한국국제경제학회 회장 △한남대 경상대학 학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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