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시선] 노토반도 지진의 교훈
내진 성능 강화·안전 점검 시급
신년 벽두에 발생한 지진으로 일본 열도의 상처가 크다. 지진은 1월1일 오후 4시10분경 노토반도 동쪽 가장자리에서 발생했다. 규모 7.6인 이번 지진은 경주 지진의 512배에 이르는 강력한 지진이었다. 사상자가 이미 400명을 넘어서고 있고,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서 생존자를 찾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노토반도 동쪽 가장자리에서 발생한 이번 지진은 지표를 따라 북동, 남서 양방향으로 각각 100㎞, 지하 30㎞의 단층면이 연쇄적으로 부서진 결과다. 단층면이 미끄러진 거리가 최대 3.7m에 이른다. 단층의 움직임이 노토반도 이시카와현에서 가장 컸다. 내륙과 인접한 데다 진원의 깊이가 얕아 큰 진동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번 지진을 계기로 한반도에서의 지진해일 피해가 주목받고 있다. 이미 우리나라는 1940년, 1964년, 1983년, 1993년 등 여러 차례 일본 열도 서쪽 해역에서 발생한 지진들로 지진해일 피해를 보았다. 1983년의 지진해일 때는 재산 피해뿐 아니라, 인명 피해도 있었다. 조선왕조실록에도 다양한 지진해일 피해 기록이 남아 있다. 최근의 지진해일 높이를 넘어서는 것들도 있다.
일본 해안 지진뿐 아니라 우리나라 연안에서 발생하는 지진에 의한 지진해일 방비도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동해 연안 지역을 따라 지진 발생 빈도가 높다. 특히 경주 지진, 포항 지진 이후 연안 지역에서의 지진활동도가 크게 증가했다. 경주 지진, 포항 지진이 동해 지역 단층들에 영향을 준 까닭이다. 동해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지진은 해안선에서 60㎞ 이내 거리에 집중되어 있다. 역단층 지진이 활발한 동해 지진 특성을 고려하면, 큰 지진 발생 시 지진해일 동반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지진해일은 해안까지 20분 이내에 도착한다. 지진해일 경고와 대피에 빠듯한 시간이다.
지진에 대한 준비가 많은 나라도 지진 피해를 온전히 피할 수는 없다. 하지만, 노토반도 지진 후, 일본 정부의 발 빠른 대처는 지진 피해를 줄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지진 발생과 함께 지진해일 경보를 즉각 발령하고, 지진 피해에 대한 경고 방송이 이어졌다. 민관이 협력한 즉각적인 피해 구호는 인명 피해를 줄였다.
하지만 숙제도 남겼다. 이시카와현의 많은 오래된 주택과 건물이 이번 지진으로 속절없이 무너졌다. 내진 성능 구축이 의무화되기 이전에 지어진 건물과 시설물에 대한 보강이 절실하다. 건물의 중요도와 지진 재래주기를 고려한 내진 성능 수준에 대한 면밀한 검토도 필요하다. 중요도가 높은 사회 기간시설에 대한 높은 내진 성능 검토뿐 아니라, 민간 시설물에 대한 안전 점검도 필요하다. 불필요한 경비 지출을 줄이고 효율적인 방재를 위해 지역별 정밀 단층 조사와 지진위험지도 작성도 필요하다. 돌이킬 수 없는 지진 재해를 피하기 위해 지혜를 모을 때다.
홍태경 연세대 교수·지구시스템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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