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와우리] 나토의 확대·강화, 우크라이나 전쟁의 역설

2024. 1. 4.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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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 소련 사라져도 팽창 지속
러, 심각한 안보위협 인식 반발
나토 동진 막으려 우크라 침공
되레 서방 결속 강화 계기 마련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바르샤바조약기구는 냉전 시대의 쌍생아다. 나토는 유럽에서 소련의 팽창을 막기 위해 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를 포함한 14개국이 1949년 4월에 결성한 군사동맹이다. 이에 대응해 소련과 동유럽 국가들은 1955년 5월에 바르샤바조약기구를 창설했다. 동유럽 공산 체제가 연쇄적으로 붕괴함에 따라 나토의 대항마 바르샤바조약기구는 1991년 7월에 해체됐다. 같은 해 12월에는 소련마저 붕괴했다.

‘주적’ 소련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음에도 나토는 오히려 팽창을 계속했다. 유럽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도모한 미국과 서방으로의 통합과 대서양 동맹 편입을 통한 안전 보장을 갈망한 동유럽 국가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까닭이다. 1999년 폴란드, 헝가리, 체코 등 3개국을 시작으로 동유럽 국가들이 차례로 나토 회원국이 되었다. 2004년에는 소련의 구성 공화국이던 발트 3개국마저 가입했다.
장덕준 국민대 교수·유라시아학
러시아는 처음부터 나토 확대에 반발했다. 1990년 2월 제임스 베이커 미국 국무장관이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에게 통일 독일의 나토 가입 조건으로 향후 나토를 단 1인치도 동쪽으로 확대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는 것이다.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의 러시아는 나토가 자국의 국경까지 접근해 들어오는 것이 심각한 안보 위협이라는 점을 끈질기게 부각했다.

그러한 외형 확장에도 나토는 정체성과 활동 방향 등을 둘러싼 회원국 간 이견으로 인해 위기를 맞기도 했다. 9·11 이후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미국과 여타 회원국 간 이견이 노출되고 전략의 차질이 빚어짐에 따라 대서양 동맹은 무기력한 모습을 나타냈다. 게다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나토를 노골적으로 무시함으로써 미국과 유럽 회원국 간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2019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나토가 “뇌사 상태에 빠졌다”고 개탄했다.

한편 러시아는 기본적으로 소련 국가들의 나토 가입에 대해 매우 부정적 입장을 취했다. 그러한 러시아의 입장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우크라이나는 2019년 2월 나토 가입을 헌법에 명시하는 개헌을 단행했을 뿐만 아니라 미국 등 서방 국가들과의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역사적으로 우크라이나와 한 몸이라고 간주하는 러시아는 이를 국가안보에 대한 결정적인 위협으로 간주했다. 러시아의 그러한 안보 위협 인식은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의 주요 명분으로 지목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어느덧 3년 차로 접어들었다. 과연 러시아는 이 전쟁을 통해 대서양 동맹의 확대를 저지하고 그 세력을 약화하는 데 성공했을까. 러시아의 개전 명분과 현실 간에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듯하다. 오히려 우크라이나 전쟁은 지리멸렬하던 나토 회원국들을 결속하는 한편 무기력증을 보이던 대서양 동맹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미국 주도하에 대다수 나토 회원국은 우크라이나에 정치적, 군사적, 경제적 지원을 제공했다. 수십 년간 중립을 지켜 오던 스웨덴과 핀란드가 나토에 가입 신청서를 제출했고, 2023년 5월 핀란드의 가입이 확정되었다. 더 나아가 핀란드는 2023년 12월18일 미국과 방위협력 협정을 맺고 군사기지 15곳에 대한 사용권을 부여했다.

결과적으로 나토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외연을 확대하고 내부 결속을 강화했다. 이 전쟁이 어떻게 종결될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러시아가 나토 확대로 인한 안보 위기 해소 명분으로 시작한 전쟁이 오히려 나토 국가들과의 국경선을 연장시켰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 국가들의 미국에 대한 의존도는 더 높아졌다. 이쯤 되면 러시아가 전쟁을 유리하게 매듭짓는다고 해도 그것은 ‘피로스의 승리’에 다름 아니다. 예방전쟁으로 시작한 러시아의 ‘특별군사작전’이 빚은 아이러니이다.

장덕준 국민대 교수·유라시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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