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숙의3A.M.] 최적화, 포기와 후퇴, 그리고 그만두기

2024. 1. 4.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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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슨 디섐보는 골프의 '헐크'라 불린다.

이런 시간에 가장 필요한 일의 전략, 삶의 전략은 최적화, 포기와 후퇴, 그만두기다.

그는 그만두기를 잘하기 위한 2가지 팁을 제시하는데 참고할 만하다.

둘째 팁은 그만두기 기준을 아무리 세워도 본전 생각이라는 인지편향에 사로잡힐 경우에 대비해 '그만두기 코치'를 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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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최대·끈기가 절대선은 아니야
‘끊기’ 잘해야 보다 나은 삶 살 수 있어
브라이슨 디섐보는 골프의 ‘헐크’라 불린다. 또 세상은 그를 가리켜 ‘괴짜’라고도 한다. 야심 찬 목표를 세운 다음 그에 맞춰 자신을 마치 로봇처럼 개조해내는 모습 때문이다. 평범한 체격이었던 디섐보는 샷 거리를 늘리기 위해 2019년 말부터 80㎏대이던 체중을 몇 달 만에 110㎏으로 벌크업했다. 여기에 스윙 스피드를 최고치로 올리는 극단적 훈련을 더했다. 힘과 스피드를 장착한 ‘골프 괴물’ 디섐보는 400야드(약 365m)를 넘나드는 압도적 장타로 골프의 혁명을 가져왔다. 충격을 받은 동료 선수들의 장타 경쟁이 이어졌다.

2020∼2021년 전성기를 누리며 새로운 골프를 창시하는 듯하던 디섐보가 돌연 후퇴를 선언했다. 그는 2018년 버전으로 돌아가겠다며 살을 뺐다. 무리한 벌크업이 적잖은 부작용을 불렀다고 한다. 손과 골반에 부상이 생기고 단백질만 지나치게 먹어댄 탓에 소화기능이 엉망이 됐으며 감정 기복도 심해졌다. 그는 신체와 장비의 한계를 인정하고 빠르게 다시 변신했다. 90㎏대로 가벼워진 디섐보는 2023년 8월 꿈의 58타를 기록하며 LIV 골프 이적 1년 만에 우승했다. 5년에 걸친 과격한 인생 실험 끝에 디섐보는 최대화가 아닌 최적화의 원리를 깨달았다.

이와 유사한 인생 전략을 작가 김영하에게서 발견한다. 김영하는 2022년 ‘유퀴즈온더블럭’에 출연해 “매일 최선을 다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인생은 길고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데 매일 최선을 다하다가 본인이나 가족이 아프면 회복할 수 없다. 이미 자원을 다 쓰고 있어서 더 이상 갖고 올 게 없다. ‘오늘 내가 100을 할 수 있다면 70만 하자’ 하면서 위기가 닥쳤을 때 남은 30을 써야 한다.”

2023년은 효율성과 인플레이션의 시간이었다. 기업의 대량 해고와 구조조정이 연내 계속됐고, 인플레이션이 경제와 일상을 관통했다. 2024년은 2023년보다 더 팍팍할 것이 분명하다. 이런 시간에 가장 필요한 일의 전략, 삶의 전략은 최적화, 포기와 후퇴, 그만두기다.

인지과학 전문가 애니 듀크는 저서 ‘큇’에서 그만두는 것은 ‘최적의 의사결정 기술’이라고 말한다. 듀크는 ‘월드 시리즈 오브 포커’ 등에서 최다 누적상금을 탄 세계적 포커 플레이어라는 이력으로도 흥미를 끄는 학자인데, 포커를 하면서 중단하는 기술을 실전으로 익혔다고 한다.

듀크는 사람들이 흔히 중단, 포기를 실패라고 생각해 끝내지 못하는 강박에 시달리고는 하는데, 가치 있는 일을 ‘끈기’ 있게 하려면 정작 ‘끊기’를 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그만두기를 잘하기 위한 2가지 팁을 제시하는데 참고할 만하다. 하나는 언제, 무엇이 되지 않으면 포기하겠다는 구체적인 중단의 기준을 세우는 것이다. 지난해 80세를 맞은 배우 김혜자는 방송 인터뷰에서 “나를 잘 끝마치고 싶다”며 연기를 그만둘 기준을 밝혔다. 10번 읽어 외우던 것을 지금은 20∼30번 읽어 외우려 노력하지만 그마저도 되지 않아 대사를 외울 수 없을 때 연기를 그만두겠다고 했다.

둘째 팁은 그만두기 기준을 아무리 세워도 본전 생각이라는 인지편향에 사로잡힐 경우에 대비해 ‘그만두기 코치’를 두는 것이다. 듀크는 노벨경제학상을 탄 세계적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도 제때 그만두는 것이 힘들어 ‘그만두기 코치’를 곁에 두었다고 소개한다. 글로벌 밀리언셀러 ‘넛지’를 쓴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세일러였다.

올해 비즈니스를 정돈해야 할 기업이라면, 인생 구조조정 도모하려는 개인이라면 ‘그만두기 코치’를 두어 보는 건 어떨까.

이인숙 플랫폼9와4분의3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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