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명동 퇴근길 ‘버스 대란’...“두정거장 가는 데 1시간”

김휘원 기자 2024. 1. 4.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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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저녁 서울 명동에서 시민들이 퇴근을 하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연합뉴스

“5분이면 타던 버스를 30분째 기다리는데도 안 와요”

상습 정체 구간인 서울 명동 인근의 퇴근길 교통 정체가 최근들어 더 심각해지면서 시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명동입구 버스정류소. 29개의 광역버스 노선이 지나는 이곳에 지난달 서울시가 새로운 승차 위치 안내 표지판을 설치했는데, 이로 인해 버스들이 좁은 구간 안에 정체되는 ‘병목현상’이 일어나며 일대 버스 통행이 꽉 막혔다는 것이다.

정체가 가장 심각한 곳은 서울역에서 남대문을 거쳐 명동에 이르는 약 1.8km 구간이다.

이른 퇴근 행렬이 시작된 4일 오후 6시 찾아가 본 명동입구 정류소 앞 차도. 20대가 넘는 경기도행 광역버스가 약 300m 구간에 걸쳐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정류소 인근에 도착했지만 승객을 바로 태우지 못하고 앞 차가 떠나기를 한참동안 기다리는 버스들이 대부분이었다.

이곳에서 동탄행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는 직장인 안모(42)씨는 “표지판이 생기고 난 이후로 평소 1시간 걸리던 퇴근 시간이 이제 1시간 30분도 넘게 걸린다, 원래부터 막히던 곳이었지만 이 정도까지 막히는 건 처음 본다”고 했다.

서울 도심 일대를 지나는 버스 위치가 표시된 앱 화면 캡쳐. /독자제공

정체 현상은 지난달 23일 서울시가 새로운 승차 위치 안내 팻말을 설치한 뒤 더 심해졌다고 한다.

버스 노선 번호가 적힌 13개의 팻말을 인도 위에 약 1m 간격으로 설치했는데, 퇴근하려는 승객이 몰리는 저녁 시간이 되면 각 팻말 앞에 정차하려는 버스들로 ‘무한 대기줄’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설치 전에는 일부 버스를 제외하고는 승하차 위치가 고정되어있지 않아 한번에 3대 정도의 버스가 동시에 정차할 수 있어 문제가 덜했다고 한다.

동탄행 버스를 기다리던 다른 승객 조모(51)씨는 “휴대폰 앱으로 확인해 보니 서울역에서 명동 사이 도로에 내가 기다리는 버스 6대가 몰려 있다”면서 “버스가 명동에 도착한 뒤에도 버스에 타기까지 15분 정도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분당행 버스를 타고 통근한다는 직장인 전모(50)씨는 “버스가 줄줄이 밀려 명동까지 두 정거장 오는 데 1시간은 걸리는 것 같다”면서 “공무원들이 서울시청에 앉아서 경기도민들이 버스를 어떻게 타고 다니는지 모르는 것 같다, 표지판 설치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했다.

서울시는 안전상의 이유로 정류소에 팻말을 설치했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버스를 타기 위해 급하게 뛰쳐나가는 승객들이 많아 압사 사고가 걱정된다는 민원이 많아 정차 위치를 명확히 하기 위해 설치한 것”이라며 설명했다.

시는 혼잡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이달 중 명동입구 정류장을 지나는 29개 노선 중 5개 노선을 다른 구간으로 돌려 운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4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입구 버스정류소 앞에서 승객을 태우기 위해 대기 중인 버스 행렬 /김휘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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