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오승환, 두산은 김현수 보냈다…LG 용기 있는 결단, 고우석 보내고 ‘명문·왕조’ 기틀 다졌다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LG 트윈스의 결단은 박수를 받아야 한다. 용기 있는 결단이었다.
그 옛날 삼성 라이온즈는 오승환을, 두산 베어스는 김현수를 각각 일본과 미국에 보냈다. 우승 전력이었고 왕조를 구축하거나 구축하기 직전의 시점이었다. 결과적으로 명분과 실리 모두 잡았다. 두 구단은 오승환과 김현수 없이 또 우승했다. 그리고 빈 자리를 메웠다.
고우석은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와 2+1년 최대 750만달러 계약을 체결했다. 2년 보장 400만달러다. LG가 챙길 포스팅 비용은 90만달러. 애당초 LG는 계약규모가 크지 않으면 고우석의 계약을 허락하지 않을 방침이었다. 만약 LG가 동의하지 않았다면 고우석의 샌디에이고행은 불가능했다.
고우석의 계약이 헐값도 아니고, 대박계약도 아니다. 살짝 애매한 측면이 있었지만, LG는 대승적 차원에서 고우석을 메이저리그에 보내주기로 했다. LG는 이 선택으로 전력은 약화됐지만, 선수의 미래를 생각하는, 통 큰 구단이란 명분을 챙겼다.
과거 삼성이 2013시즌을 마치고 오승환을 일본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즈에 보냈다. 당시 한신은 2년 9억엔 조건으로 오승환을 데려갔다. 오승환은 FA 신분이 아니었고, 삼성에서 임의탈퇴로 묶고 한신 이적을 허락했다. 삼성은 이적료와 무관하게 오승환을 보내겠다는 입장이었다.
당시 삼성이 통합 3연패를 완성하는 등 왕조를 구축한 시점이었다. 결과적으로 오승환 없이 삼성은 통합 4연패를 해냈다. 임창용(은퇴)이 절묘하게 컴백해 마무리 공백을 메우긴 했지만, 아무리 삼성이 왕조라고 해도 당시 오승환을 포기하는 건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그러나 삼성은 오히려 뉴 페이스 발굴의 계기로 삼았다.
두산도 2015년 한국시리즈 우승에 성공한 뒤 간판타자 김현수를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에 보냈다. 물론 당시 김현수는 포스팅이 아닌 FA 자격으로 간 것이라 두산의 허락을 맡을 이유도 없었다. 그렇다고 해도 두산이 김현수의 꿈을 지지해줬던 건 사실이다.
두산은 김현수가 떠난 뒤 김재환이란 간판타자를 발굴했다. 김현수가 2년을 보낸 뒤 국내 복귀를 선언했으나 두산에서 김현수를 받기 어려울 정도였다. 결국 김현수는 LG로 옮겼고, 김재환은 김재환대로, 김현수는 김현수대로 탄탄대로를 걸었다.
삼성은 2014년, 두산은 2016년에 각각 통합우승을 차지하며 간판스타의 공백을 잘 메웠다. 2024년 LG도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다. 불펜 뎁스가 10개 구단 최강이라서, 개개인의 세부 보직을 재편성하고 적응하면 불펜 위력이 떨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마무리캠프 때 차기시즌 구상을 99% 해놓는 염경엽 감독 스타일상 빈틈없이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유영찬을 새로운 마무리로 찍었다는 보도들이 나온 상태다.
LG가 올해 통합 2연패를 하면 본격적으로 삼성, 두산처럼 왕조의 길을 걷는다. 두 구단이 그랬던 것처럼 LG도 고우석을 메이저리그로 보내고 진정한 명문 구단이란 명분을 얻었다. 선수를 미래를 위할 줄 아는, 통이 커야 명문이다. 그냥 우승만 몇 번 한다고 해서 명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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