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의 미래] 음식에서 그레셤의 법칙은 어떻게 가능할까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그레셤의 법칙은 은 같은 귀금속이 포함된 동전뿐 아니라 음식에도 적용된다.
탕후루가 대표적이다.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배민트렌드 2023 가을·겨울편’을 보면, 지난해 7월 배민에서 탕후루 검색량은 1월에 견줘 47.3배 늘었다. 탕후루는 긴 나무 꼬치에 과일을 꿰 설탕·물엿을 입혀 먹는 중국 전통 간식이다. 구글의 검색어 흐름을 보여주는 구글트렌드 자료를 보면, 탕후루는 거의 검색 자체가 안 되었다가 지난해 초부터 늘더니 7월부터 폭증했다. 유튜브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탕후루가 급속히 퍼졌고 이런 유행이 배민 데이터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마라로제도 주목할 만하다. 배민의 같은 자료를 보면, 입이 얼얼할 정도로 매운맛이 특징인 마라탕을 변주한 마라로제의 지난해 7월 주문량은 1월 대비 6.3배 증가했다. 중국 쓰촨 지역 음식인 마라탕은 SNS에 민감한 10~20대 여성들이 주요 소비층이다.
이처럼 탕후루나 마라탕은 모두 중국 음식이며 시각적·미각적 강렬함이 특징이다. 그럼에도 초등학생들에게까지 ‘마라탕후’(마라탕 식사 후 탕후루)라는 말이 퍼질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SNS에서 인기 있는 음식은 대체로 자극적이다. 글로벌 1위의 1분 미만 짧은 동영상(쇼트폼) 플랫폼인 틱톡의 2023년 최다 조회수 음식들도 비슷하다. 지난해 10위 안에 든 음식을 보면, 냉동과일 빙수, 빅맥 토르티야, 코티지치즈 아이스크림 등 대부분 고칼로리다. 5위인 롤업젤리(조회수 1억회)는 아이스크림을 젤리에 싼 음식이다. 탕후루보다 설탕 함량이 많아 우리나라에서도 논란이 되었다.
재미있는 점은 틱톡에서 지난해 가장 많이 조회된 음식은 ‘걸 디너’(번역하면 소녀의 만찬쯤)였다. 조회수가 무려 28억회였던 이 음식은 코티지치즈, 채소, 과일 등으로 짜여진다. 얼핏 건강식처럼 보이지만 지나친 저칼로리식으로 잘못된 영양 정보를 준다고 비판받았다. 또 다른 자극인 셈이다.
틱톡·유튜브와 SNS의 자극적인 음식 정보가 우리 식탁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된 연구는 드물다. 하지만 이런 정보가 음식을 놀이로 즐기고 SNS에 공유하는 성향의 MZ세대를 자극하는 건 분명해 보인다. 많은 언론학자들이 유튜브나 SNS가 사람들에게 비정상적 내용을 정상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비정상의 일상화’에 빠지게 한다며 대안으로 미디어 리터러시를 강조해왔다.
음식은 틱톡의 조회수 많은 쇼트폼에서 보듯 ‘비정상의 일상화 현상’이 더 뚜렷한 분야다. 심지어 음식은 ‘확증편향이 뚜렷한 이념적 콘텐츠’보다 더 위험하다. 잘못된 식생활에 따른 심장병·소화기질환 등 비전염성 질환으로 한 해 전 세계에서 1200만명이 사망한다(2015년 기준). 이념 갈등에 따른 무력 충돌은 물론 흡연·음주로 인한 사망자보다도 훨씬 많다. 슬기로운 ‘음식 리터러시’가 필요한 이유다. 그래야 악화(SNS 등에서 유행하는 비건강식)가 양화(채소, 과일, 통곡물로 구성된 건강식)를 구축할 수 없다.
권은중 음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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