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접근성, '문제' 아닌 '문화' [삶과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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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근처에는 공유자전거 정류장이 있다.
자전거 대여섯 대를 대 놓을 수 있는 공간에는 늘 10대가 넘는 각양각색의 공유자전거가 가득하다.
나는 이곳을 지날 때마다 길 한가운데의 킥보드나, 노란 점자블록 위 공유자전거를 낑낑대며 치운다.
하루는 점자블록 위에 자전거를 세우는 한 이용자를 보고 "여기 이렇게 세우시면 시각장애인들이 불편해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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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근처에는 공유자전거 정류장이 있다. 자전거 대여섯 대를 대 놓을 수 있는 공간에는 늘 10대가 넘는 각양각색의 공유자전거가 가득하다. 문제는 이곳에 세워놓는 자전거들이 예외 없이 항상 무질서하게 세워져 있어서 보행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이 길은 휠체어를 탄 내 딸아이가 등하교 때 지나가는 길이다. 나는 이곳을 지날 때마다 길 한가운데의 킥보드나, 노란 점자블록 위 공유자전거를 낑낑대며 치운다.
길 한가운데 자전거나 킥보드가 세워져 있으면 휠체어는 길을 돌아가야 한다. 휠체어를 탄 상태에서 무거운 전기자전거나 전동킥보드를 치우는 건 불가능하다. 차도로 내려갔다가 장애물을 피해 다시 인도로 올라와야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휠체어는 경사로가 있는 연석을 찾아야 해서 때로는 100m 이상 차도로 가야 해 위험하다. 점자블록 위 장애물은 흰 지팡이를 든 시각장애인 보행에 큰 불편을 준다. 내가 아는 시각장애인은 몸에 멍이 사라질 날이 없고 어딘가에 부딪힐까 두려워서 외출조차 피한단다. 입장을 바꿔 보자. 외출할 때마다 누군가 별안간 무릎을 걷어차는데 나는 아무런 대응을 못 한다면, 외출이 두려워지지 않겠는가?
킥보드 같은 개인형이동수단(PM)은 누군가에게는 편리함이지만 누군가에겐 골칫거리이자 공포의 대상이다. 인프라 부족도 문제다. 세울 공간이 부족해 이용자들이 공유자전거 거치하는 곳에 전기자전거, 킥보드까지 다 몰아 놓는다. 이 문제가 워낙 심각하다 보니, 서울시는 전동킥보드 위반 신고 사이트를 따로 운영하거나 이용자 연계 페널티도 강화하는 조처를 취하고 있지만 아직 보행장애인 위협까지 다 막기엔 역부족이다.
법이 확정되기 전 당장 할 수 있는 솔루션은 무엇일지 생각해 봤다. 첫째, 이용자 교육을 귀찮고 과하다 싶을 정도로 자주 해야 한다. 하루는 점자블록 위에 자전거를 세우는 한 이용자를 보고 "여기 이렇게 세우시면 시각장애인들이 불편해요"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그는 "아, 몰랐어요"라고 말하며 다른 곳에 세웠다. 예를 들어 공유모빌리티를 세울 때 '노란 점자블록에 절대 세우지 마세요'라는 알람을 시각적으로, 청각적으로 귀찮을 정도로 주는 건 어떨까.
둘째, 시각적으로 거치 구역을 더욱 선명하고 크게 표시하는 건 어떨까. 점자블록을 피하고, 휠체어나 유아차가 지나갈 폭을 확보한 후 거치구역을 바닥에 선명히 표시하는 것이다. 시각적 구역 표시는 비이용 시민에게 교육 효과가 있다. 예를 들어 최근 KTX 열차 안 전동휠체어 구역 주변이 노란색으로 선명하게 표기되면서, 이 구역 안에 여행용 캐리어를 놓아두던 사람들이 크게 줄었다. (참고로 위 사진처럼 그 구역 옆에 짐을 두기도 하는데 휠체어 이동이 힘들어지므로 여기엔 아예 짐을 두면 안 된다고 추가로 표기해줘야 한다.)
셋째,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오늘 식사 시간에 주변 사람들에게 '점자블록 위에 어떤 것도 세우면 안된다더라'라고 전파해 주면 좋겠다.
미국의 장애접근성 전문가 셰리 번-헤이버(Sheri Byrne-Haber)는 이렇게 말했다. "접근성은 해결해야 할 문제(problem)가 아니라 쌓아가야 할 문화(culture)다." 공유모빌리티와 같이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는 최초 시점부터 접근성을 고려하는 게 당연한 문화로 쌓여 가면 좋겠다.
홍윤희 장애인이동권증진 콘텐츠제작 협동조합 '무의'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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