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넘어 ‘전장’으로…전자업계 ‘사활’
삼성전자, 현대차그룹 협력 강화
작년 차량용 반도체 공급에 이어
‘홈투카·카투홈’ 연결 서비스 제휴
LG전자, 캐나다 마그나와 협업
IVI·ADAS 통합한 플랫폼 개발
CES 출품 글로벌 고객사에 첫선
삼성전자가 갤럭시 스마트폰으로 현대차·기아의 전기자동차를 제어하고, 반대로 차에서 에어컨·TV 등 집 안 가전을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지난해 차량용 반도체 공급계약에 이어 커넥티드카(네트워크에 연결된 자동차) 분야에서도 현대차그룹과 삼성전자의 협력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LG전자도 기존에는 분리돼 있던 운전자 보조 및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하나로 묶어 효율성을 극대화한 통합 플랫폼을 개발하는 등 전자업계의 모빌리티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차량과 집을 연결하겠다고 나섰다. 삼성전자와 현대차·기아는 4일 ‘홈투카(H2C)·카투홈(C2H)’ 서비스 제휴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홈 플랫폼 ‘스마트싱스’와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연계하는 게 목표다.
스마트싱스를 통해 집에서 차량 시동을 걸고 전기차 충전 상태를 확인하거나, 반대로 차에서 집 안의 TV, 에어컨 등 가전을 제어하도록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예컨대 갤럭시 스마트폰의 알람이 울리면 자동으로 조명과 TV가 켜지고, 차량 내부를 적정 온도로 맞춰 주며, 아이오닉6 같은 현대차 전기차의 배터리 잔량 및 주행가능거리 등 정보를 스마트폰에 띄울 수 있다. 사용자는 ‘기상 모드’ ‘귀가 모드’ 등을 설정해 스마트싱스 연결 기기와 자동차를 한 번에 작동시킬 수 있게 된다.
LG전자도 이날 캐나다 자동차 부품사 마그나와 협업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IVI)과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통합한 단독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LG전자의 IVI 기술과 마그나의 ADAS 및 자율주행 관련 솔루션을 단일 칩셋 모듈(SoC)에 담아 냈다는 설명이다. IVI는 정보·콘텐츠 전달에, ADAS는 도로 환경 감지, 충돌 경고 등 운전자 안전에 방점을 둔 시스템이기 때문에 기술 발전 경로가 각각 다르다. 그동안 두 기능을 통합한 차량 플랫폼이 드물었던 이유다.
LG전자는 오는 9일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4’에서 완성차 고객사들을 대상으로 이 플랫폼을 처음 선보일 계획이다.
전자업계가 전자장비(전장) 사업, 그중에서도 플랫폼 사업 비중을 늘리는 배경에는 전기차·자율주행차 등 빠르게 변화하는 미래 모빌리티 트렌드가 자리 잡고 있다. 전자업계가 그동안 쌓아온 정보기술(IT)과 통신부품 노하우 등 주특기를 살릴 수 있는 분야라는 점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냉장고·TV·세탁기 같은 전통적인 전자제품만으로는 매출 도약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완성차 업계도 전자기업들의 전문성을 적극 받아들이는 추세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정의선 현대차 회장 동맹’이 대표적으로, 지난해 6월 현대차는 오는 2025년부터 삼성전자의 인포테인먼트용 프로세서 ‘엑시노스 오토 V920’을 공급받을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대차는 같은 해 11월에는 LG전자의 차량용 웹OS 플랫폼을 제네시스 GV80에 탑재하겠다고도 밝혔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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