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성착취 파문 ‘엡스타인 명단’ 공개…클린턴·트럼프·앤드루 왕자·마이클 잭슨·마술사 코퍼필드 포함
미성년자 성착취 파문으로 미국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던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재판 관련 문건이 3일(현지시간) 공개됐다. 빌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영국 앤드루 왕자, 가수 마이클 잭슨, 마술사 데이비드 코퍼필드 등의 이름이 확인된 가운데 엡스타인과 친분을 맺었던 고위 관료·학자·재계 인사들의 이름이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떠오르며 파장이 일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 문건에는 이미 언론을 통해 엡스타인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공개된 앤드루 왕자에 대한 언급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 2016년 엡스타인을 고발한 요한나 쇼베르크는 “앤드루 왕자가 2001년 엡스타인의 맨해튼 타운하우스에서 (내) 가슴에 손을 얹었다”고 증언했다. 앞서 엡스타인의 또 다른 성착취 피해자인 버지니아 주프레도 미성년자 시절 앤드루 왕자와 강제로 성관계를 맺었다고 여러 번 폭로한 바 있다. 앤드루 왕자는 혐의를 전면 부인했지만 왕실 직위를 박탈당했다.
쇼베르크는 “엡스타인이 ‘클린턴은 젊은 여자들을 좋아한다’고 했다”고도 진술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2002년 엡스타인의 성착취 피해 여성에게 안마 시술을 받는 사진이 공개됐으나 성범죄와는 전혀 관련없다고 해명해왔다. 클린턴 이름은 문건에서 50차례 이상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건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름도 등장한다. 쇼베르크는 “엡스타인이 뉴저지주 애틀랜틱시티에 있는 트럼프의 카지노 중 한 곳에 들르자고 했다”고 진술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엡스타인과 자가용 비행기로 함께 여행을 한 것으로 보도된 바 있다.
2009년 사망한 마이클 잭슨과 유명 마술사 데이비드 코퍼필드가 엡스타인의 플로리다주 맨션을 방문했다는 진술도 나온다. 쇼베르크는 코퍼필드를 엡스타인의 디너파티에서 만났고, 그가 마술 트릭을 보여주기도 했다면서 “코퍼필드는 내게 엡스타인이 다른 소녀들을 조달해주는 대가로 그의 소녀들에게 돈을 지불하는 걸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고 말했다. 이는 코퍼필드가 엡스타인의 범죄행각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함께 공개된 녹취록에는 성착취 피해 여성이 헤지펀드 소유주 글렌 더빈, 조지 미첼 전 상원의원, 빌 리처드슨 전 뉴멕시코 주지사 등 이전에 자신의 혐의를 부인한 유명인사들과 성관계를 가졌다고 증언한 내용 등이 담겨 있다. 다만 문건에 이름이 포함됐다는 사실이 엡스타인의 성범죄에 연루됐음을 증명하진 않는다. 문건에 거론된 인물들은 모두 의혹을 부인해왔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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