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했을 뿐인데 깨질 듯한 두통"···러 피겨 요정·저스틴 비버도 걸렸다는데 [셀럽의 헬스]
키스를 한 뒤 감기에 걸린 듯 목이 붓고 침을 삼키기 어렵거나 극심한 피로감을 느낀다면 ‘키스병’ 감염됐을 수 있다. 키스병이라 불리는 전염성 단핵구증은 세계적인 팝스타 저스틴 비버가 걸려 주목받은 바 있는데 15~24세 사이 청년들 사이 흔히 발생한다고 알려졌다.
전염성 단핵구증은 80∼95% 이상이 엡스타인-바 바이러스(EBV)에 의해 유발되는 감염병이다. 경구 접촉으로 인한 타액으로 옮아 '키스병'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주로 감염에 대항하는 림프구를 공격해 발생하는데 키스뿐만 아니라 재채기나 기침을 할 때의 매개 감염, 같은 그릇에 음식을 나눠 먹거나 하는 행위를 통해서도 전파되기도 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EBV에 감염된 청년 4명 중 1명 정도가 단핵구증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시카고 드폴(DePaul)대학과 노스웨스턴대학 지역사회 연구센터(Center for Community Research)의 레너드 제이슨 교수 연구팀이 대학생 4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추적 조사 결과 이 중 238명(약 5%)이 단핵구증에 감염됐다.
단핵구증 감염자 중 55명(23%)은 감염 6개월 후 만성 피로증후군 진단 기준에 해당하는 증상들이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근육통성 뇌척수염(myalgic encephalomyelitis)이라고도 불리는 만성피로증후군은 6개월 이상 지속되는 복잡한 증상으로 인해 견딜 수 없는 피로감, 관절·근육 통증, 두통, 림프절 압통, 인후통, 기억력·집중력 저하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단핵구증에 걸리게 되면 4~8주 정도의 잠복 기간 후 증상이 나타난다. 첫 증상은 무기력함과 피로감, 쇠약감, 식욕 부진, 고열, 오한 등이다. 이후 점점 통증을 동반한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가장 흔한 증상으로는 근육통과 인후통, 발열, 림프절 부종 등이 있다.
편도가 심하게 붓는 느낌이 들면서 침과 음식을 삼키기 어렵게 되고 가래가 자주 끼는가 하면 목과 겨드랑이, 사타구니 등 림프절의 통증과 부종이 나타난다. 또 비장이 커져 복부를 짓누르는 듯한 압통을 느낄 수 있으며 체중 감소, 두통 등이 동반되기도 한다. 드물게는 얼굴이나 몸에 발진이 나타나기도 한다.
다만 단핵구증은 자신도 모르게 감염되었다가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특별한 치료 없이도 휴식과 수면을 충분히 유지하면 나아지기 때문이다.
휴식을 취해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는 경우에는 항생제, 해열제 등의 약물을 이용해 치료하기도 한다.
하지만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도 있는 병이다. 편도염이나 인후염으로 호흡곤란이 일어나기도 하고 비장 종대로 인한 비장 파열, 심장을 둘러싼 막과 심장근육, 뇌, 간에 염증을 일으키기도 하며 적혈구의 파괴로 빈혈이 생길 수도 있다.
합병증으로는 비장비대로 인한 파열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배에 충격을 줄 수 있는 행동은 1개월 정도 주의가 필요하다. 드문 경우에 뇌염이나 뇌수막염, 아주 드물게는 심근염이나 심외막염이 발생할 수 있다.
감염성 단핵구증은 혈액 검사를 통해 진단할 수 있으며 심신 안정과 수액 요법, 증상에 따른 약물 요법 등 일반적인 보존적인 치료 이외에 정해진 특효약은 없다. 기본적인 치료 방침은 충분한 휴식과 수분 섭취, 증상에 따른 불편한 증상을 치료하는 것이다.
차가운 물이나 소금물로 목 가글 등은 인후통의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인후통 및 발열 등의 심한 증상은 2주 이내에 호전이 된다.
지난 2018 평창동계올림픽 바이애슬론 여자 계주에서 우승하며 올림픽 통산 금메달 4개를 수확한 다리아 돔라체바(벨라루스)도 2015년 이 병에 걸린 탓에 대회를 통째로 날렸고 캐나다 아이스하키 선수 웨인 그레츠키도 이 병에서 완전히 회복하고자 선수 생활을 중단한 바 있다.
또 러시아의 ‘피겨 요정’이라 불리는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금메달리스트 안나 셰르바코바도 감염된 적이 있고 캐나다 아이스하키 선수 웨인 그레츠키는 이 병에서 완전히 회복하기 위해 선수 생활을 중단한 바 있다.
지난 2014년 11월 미국 오클라호마주의 한 학교에서는 '키스병'이 발병해 학교가 폐쇄되기도 했다. 2008년에는 테니스 스타 로저 페더러도 단핵구증에 감염됐지만 같은 해 베이징올림픽과 US오픈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김태원 기자 revival@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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