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양육비 안 준 부모 신상공개 유죄…대법 “사적 제재”

김혜리 기자 2024. 1. 4.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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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죄 확정 ‘배드파더스’ 대표
“정치권 해결 의지 없어” 비판
“정부, 선지급제 약속 지켜라” 자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부모의 신상정보를 ‘배드파더스(Bad Fathers)’라는 인터넷 사이트에 공개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구본창씨가 4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혼 후 아이의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들의 신상을 사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적절한가.’ 4일 대법원은 ‘적절하지 않다’는 답을 내놨다. 양육비 미지급자들의 얼굴·직장명 등을 공개해온 ‘양육비해결하는사람들(구 배드파더스)’ 대표 구본창씨의 유죄를 확정한 것이다.

‘나쁜 부모 저격수’로도 불리는 구본창 대표는 2018년 7월부터 이혼 후 자녀의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부모들에 대한 제보를 받아 얼굴·직장명·전화번호 등 신상정보를 ‘배드파더스(Bad Fathers·나쁜 아빠들)’라는 인터넷 사이트에 공개했다.

파급력은 컸다. 2021년 10월 배드파더스 사이트가 잠시 문을 닫기 전까지 1000여건의 양육비 문제를 해결했다. 양육비 미지급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고, 2021년 7월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양육비 이행법) 시행령이 개정됐다. 개정 시행령은 양육비 미지급 채무자의 이름, 생년월일, 직업, 근무지, 양육비 채무 불이행 기간, 채무금액 등 6개 항목을 공개하고 운전면허 정지·출국금지 등 조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여성가족부가 양육비 미지급자들의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 등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본 구씨는 현재 ‘양육비해결하는사람들’이란 사이트에서 신상공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파급력만큼 위험부담도 커졌다. 구씨에게는 협박이 끊이지 않았다. 법적 대응에 나선 이들도 있었다. 구씨는 결국 2019년 5월 정보통신망법 명예훼손죄로 기소됐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1심에선 무죄 판결이 나왔다. 반면 2심 재판부는 유죄를 선고했다. 다만 제도 마련에 기여한 점 등을 고려해 벌금 1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대법원은 “결과적으로 양육비 미지급 문제라는 공적 관심 사안에 관한 사회의 여론 형성이나 공개토론에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배드파더스 사이트의) 주된 목적은 양육비 미지급자의 신상정보를 일반인에게 공개함으로써 인격권과 명예를 훼손하고 수치심을 느끼게 해 의무이행을 간접적으로 강제하려는 취지로서 사적 제재 수단의 일환에 가깝다”고 했다. 또 특정인의 양육비 미지급 사실 자체는 공적 관심 사안이 아니며, 얼굴 사진 등 상세한 개인정보가 공개되면 피해자들이 입게 되는 피해의 정도가 현저히 크다고 밝혔다.

구씨는 “문재인 정부도, 윤석열 정부도 국가가 먼저 양육비를 지급한 뒤 (미지급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해서 받아내는 선지급제를 공약했지만 지키지 않았다”며 “현재 국회에 양육비 이행절차 간소화 법안도 다 발의돼 있는데 여전히 계류 중이다. 정치권이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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