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톡톡] 근대금융 상징에서 역사 품은 공간으로
[KBS 부산] 1963년 일제강점기 동양척식주식회사 부산지점을 허물고 들어선 한국은행 부산본부.
50년 만인 지난 2013년, 문현동으로 옮겨가고, 빈 공간에는 10년 남짓 만에 '부산근현대역사관'이 문을 열었습니다.
계단을 따라 지하로 내려가면 길게 뻗은 복도를 따라 두꺼운 금고문과 녹슨 쇠창살이 보입니다.
감시 복도와 이중 벽체로 둘러싸여 아무나 들어갈 수 없었던 은밀한 곳이, 60년 만에 '금고미술관'으로 처음 공개됐습니다.
14명의 작가, 51점의 작품이 전시된 '가장 가깝고, 가장 은밀한 역사'는 '역사'라는 거대 서사와 반드시 함께 기록해야 할 자연과 원도심, 청년예술 이야기입니다.
[이창훈/부산근현대역사관 주무관 : "역사관이지만 엄청난 거대 서사가 아니라 잘 보이지 않고, 가장 가까운 소소한 미시 서사도 이야기가 될 수 있고, 기록될 수 있고, 역사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상설전시에선 개항기부터 직할시 시대까지를 조명한 부산 근·현대 역사가 한눈에 펼쳐집니다.
최초의 개항지이자, 일본의 식민도시, 6·25를 극복한 피란수도, 그리고 수출 전진기지….
부산이라는 도시에 따라붙는 다양한 정체성과 함께 대한민국 근·현대사에서 부산이 갖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우리의 영광을 보여준 그 날을 8월 15일, 8월 15일."]
특히 근대가 끝나는 그곳, 광복을 맞는 시점에는 부산 출신 독립운동가 237명의 명판을 새겨 넣었고, 그 위로 부산 출신 인디밴드가 재편곡한 '8월 15일'이 흐릅니다.
그들의 희생이 오늘의 부산을 있게 했다는 사실을, 오늘의 나는 역사와 동떨어진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웁니다.
[위순선/부산근현대역사관 학예연구사 : "개항도시이기도 하고, 식민도시이기도 하지만 민주화운동에서도 전국에서 민주화 운동이 꺼져갈 때, 6월항쟁 같은 경우는 항쟁의 기운이 꺾일 때 카톨릭센터를 중심으로 다시 되살린 부분이 있거든요. 어찌 보면 부산의 근현대사가 대한민국을 이끌었다라고."]
일제강점기부터 여러 조선인 야구팀이 만들어졌고, 1940년대에 이미 '야구의 도시'라는 별명을 얻은 부산.
석 달마다 바뀌는 기획전시는 개관을 맞아 구도의 도시, 부산의 야구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롯데자이언츠 2개의 우승 트로피와 우승 때 썼던 최동원 선수의 글로브, 9개 경기 연속홈런의 세계신기록 때 썼던 이대호 선수의 모자와 유니폼까지….
다양한 전시품이 야구팬들의 추억을 소환합니다.
[홍성율/부산근현대역사관 학예연구사 : "(야구는) 우리나라와 부산에 소개된 지 100년이 훌쩍 넘은, 우리나라와 부산의 근·현대사를 아우르는 스포츠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근현대사를 이야기하면서도 관람객들의 현재와 추억을 같이 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주제라고 생각해서…."]
부산 근대 금융의 상징적 공간에서 근·현대 역사를 품은 공간으로….
부산근현대역사관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됐습니다.
문화톡톡 최지영입니다.
촬영기자:윤동욱/영상편집:전은별
최지영 기자 (lifeis79@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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