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있는데 “쓰는 법 몰라요” 허무하게 사망…베란다에 ‘이것’ 있나요

박민기 기자(mkp@mk.co.kr) 2024. 1. 4.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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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부산 진구의 아파트 화재로 발생한 일가족 참변은 완강기만 설치돼 있었다면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

화재 발생 시 2층에서는 아래로 뛰어내리면 되고, 10층 이상 고층에서는 훈련을 받지 않은 일반인이 완강기를 이용해 지상으로 내려오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이 같은 층수로 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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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아파트서 잇단 화재
완강기 없어 추락사고 빈번
소화기 등 판매 700% 늘어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9월 부산 진구의 아파트 화재로 발생한 일가족 참변은 완강기만 설치돼 있었다면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 순식간에 가정을 집어삼킨 화염과 연기를 피하기 위해 발코니에 매달려 있던 일가족은 결국 7층에서 추락했다. 이 사고로 2명이 숨지고 3세 아동이 중상을 입었다. 화재가 난 아파트에는 완강기는 물론 기본적인 소방시설도 갖춰지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노후아파트에서 잇따라 화재가 발생하며 인명 피해가 잇따르자, 소방 시설을 제대로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시설은 완강기다. 완강기는 아파트 등 건물에 불이 났을 때 로프를 이용해 건물 외부로 천천히 내려갈 수 있는 피난 기구다. 1992년 7월 개정된 소방법 시행령에 따라 아파트 3~9층에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화재 발생 시 2층에서는 아래로 뛰어내리면 되고, 10층 이상 고층에서는 훈련을 받지 않은 일반인이 완강기를 이용해 지상으로 내려오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이 같은 층수로 정해졌다.

하지만 시행령이 개정된 이후 지어진 아파트에도 완강기가 설치되지 않은 경우가 부지기수다. 아파트는 개인 주거지역으로 분류돼 정기적인 소방 검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더 큰 문제는 완강기가 있어도 있는 줄 모르고 사는 이들이 대다수라는 것이다. 완강기는 보통 아파트 베란다 등에 ‘자양강장제 박스’ 크기만 한 상자 안에 보관돼 있다. 주민들이 평소에는 관심이 없다 보니 정확한 위치나 사용법을 모르고 있다가 갑작스러운 사고에 대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새벽 등 늦은 시간에 화재가 발생하면 일반인이 능숙하게 대처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평소 완강기를 이용한 대피 요령을 충분히 숙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용재 경민대 소방방재학 교수는 “10년 이상 된 노후아파트가 완강기를 갖추고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지만 완강기가 있더라도 이를 모르고 사는 사람들 역시 상당하다”며 “아파트 3~9층에 살고 있다면 완강기 위치와 사용법을 제대로 숙지해야 하고, 완강기가 없다면 반드시 마련해 두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아파트 화재가 연이어 발생하자 화재 대응 용품을 찾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4건의 화재가 발생한 지난해 12월 25~31일 사이 지마켓의 화재 대응 용품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700% 이상 급증했다. 품목별로 소화기·탈출장비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720% 증가하며 가장 많은 신장률을 기록했다. 이어 안전보호구(21%), 화재감지기(19%), 방독마스크(4%) 등 순서로 판매량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SSG닷컴에서도 화재 대응 용품 판매량이 늘었다. ‘안전용품’ 카테고리 매출이 전년 동기에 비해 10% 늘어난 가운데 3.3kg 분말소화기와 화재 대피용 마스크가 해당 카테고리에서 각 매출 1~2위를 기록했다.

일부 애플리케이션 등에서는 화재 대응 용품 품절 대란이 이어지고 있다. 인테리어 플랫폼 서비스 ‘집꾸미기’에서는 약 18만원에 달하는 ‘화재용 재난안전키트’ 품절대란이 벌어졌다. 소화기, 소방포, 긴급대피마스크, 손수건, 유리망치 등 10개 품목으로 구성된 해당 키트는 고가 제품에 속하지만 최근 이어진 화재를 지켜본 시민들 사이에서 ‘화재를 스스로 대비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화재 대응 용품 수요가 급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구매자 대부분은 리뷰를 통해 본인이나 가족, 친구, 연인을 위해 해당 제품을 구입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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