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 '아시아인 최초' 프랑스 슈퍼컵 MOM 선정!...PSG서 '결승골+첫 우승'→"정말 행복해요"
[포포투=김아인]
이강인이 결승골로 파리 생제르맹(PSG) 입단 후 첫 우승컵을 들었다. 아시아인 최초로 이 대회 MOM으로 선정됐다.
PSG는 4일 오전 4시 45분(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파르크 데 프랭스에서 열린 2023-24시즌 트로페 데 샹피옹(프랑스 슈퍼컵)에서 툴루즈에 2-0으로 승리했다. PSG는 이 대회 12회 연속 우승팀이 되었다.
트로페 데 샹피옹은 프랑스 축구연맹에서 주최하는 슈퍼컵 대회다. 지난 시즌 리그앙에서 우승한 PSG와 쿠프 드 프랑스 우승 팀 툴루즈가 참가 자격을 얻었다. PSG가 최다 우승팀에 빛난다.
PSG는 4-3-3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최전방에 브레들리 바르콜라, 킬리안 음바페, 우스만 뎀벨레가 포진했고 이강인, 비티냐, 워렌 자이르-에메리가 중원을 구축했다. 4백은 뤼카 에르난데스, 밀란 슈크리니아르, 마르퀴뇨스, 아치라프 하키미가 짝을 이뤘고 잔루이지 돈나룸마가 골키퍼 장갑을 꼈다.
툴루즈는 4-2-3-1 포메이션으로 맞섰다. 타이스 달링가가 원톱으로 나섰고 빈센트 시에로, 세자르 젤라베르트, 아론 돈눔이 뒤를 받쳤다. 카세레스, 스타인 스피어링스가 미드필더로 출전했고 가브리엘 수아조, 라스무스 리콜라이센, 무사 디아라, 크리스티안 마비사가 4백을 이뤘다. 골문은 귈라메 레스테가 지켰다.
당초 이강인의 출전 여부는 불확실했다. 2일부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소집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위르겐 클린스만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은 2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전지훈련을 시작으로 6일에는 이라크와 평가전이 예정되어 있다.
이에 이강인이 직접 슈퍼컵 참가를 위해 노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를 앞두고 프랑스 매체 '르 파리지앵'은 “이강인은 툴루즈와의 경기에 출전하고 싶다는 의사를 알렸고, 이에 동의했다. 그는 해외에서 뛰는 한국 선수들 중 유일하게 이러한 기회를 받았다. 루이스 엔리케 감독은 그가 출전할 수 있게 되어 기쁘게 생각했다”고 언급했다.
직접 일정을 조율한 이강인이 결승골의 주인공까지 되었다. 전반 3분 비티냐가 반대로 올려준 것을 뎀벨레가 받아 크로스를 올렸다. 박스 안쪽에서 수비진의 방해를 받지 않은 이강인이 날카로운 왼발 슈팅을 시도했고, 골망을 흔들면서 선제골로 앞서갔다. 이강인은 전반 34분에도 가슴으로 공을 받아 엄청난 바이시클 킥을 시전하며 최상의 컨디션을 자랑했다.
이어 PSG가 추가 득점에 성공했다. 전반 45분 이강인이 좌측에 있던 바르콜라에게 패스를 보냈다. 바르콜라의 패스를 받은 음바페가 수비수를 뚫고 강력한 슈팅을 선보이면서 두 번째 골을 성공시켰다. 이후 추가 득점 없이 경기는 2-0으로 PSG가 승리하면서 우승을 확정했다.
풀타임을 소화한 이강인은 축구 통계 매체 ‘소파 스코어’ 기준으로 1골, 볼 터치 68회, 패스 성공률 96%(50회 중 48회 성공), 키패스 1회, 크로스 1회 성공, 롱볼 크로스 2회 성공, 기회 창출 1회, 유효 슈팅 2회, 드리블 2회 성공, 지상 경합 4회 성공 등을 기록했다. 평점은 8점이었다.
공식 MOM으로도 선정됐다. 리그앙 사무국은 공식 SNS를 통해 이강인이 트로피를 들고 있는 사진을 공유하며 이강인이 MOM이 된 소식을 전했다. 이어 이강인과 한국을 상징하는 고궁, 축구 경기장 등을 합성한 그래픽 이미지를 게시하며 “이강인의 프랑스에서 첫 우승”이라는 글을 게시했다.
새로운 기록이 추가됐다. 리그앙 사무국은 “트로페 데 샹피옹에서 이강인은 이 대회에서 MOM을 수상한 10번째 국적의 선수다”라고 조명했다. 그동안 MOM으로 뽑힌 선수들의 국적은 아르헨티나, 포르투갈, 프랑스, 브라질, 코트디부아르, 스웨덴, 가나, 모로코, 노르웨이 선수들이었다. 여기에 이강인이 한국인으로서 10번째 국적을 추가했다. 지난해에는 리오넬 메시, 2019년에는 음바페가 수상한 바 있다.
리그앙 공식 영어 계정은 “트로피를 획득한 친구들과 함께 해요”라는 게시물을 올리며 이강인과 하키미의 사진을 게시했다. 하키미도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차출로 인해 잠시 팀을 떠나게 된다.
경기 후 이강인은 “만족스럽다. 우리의 목표는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것이었다. 이 팀에서 뛸 수 있어서 기분이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 정말 행복하다”라고 경기 소감을 전했다.
이강인은 지난여름 프랑스로 향했다. 선수단 대거 개편에 나선 명문 구단 PSG는 각 나라에서 뛰어난 선수들을 잔뜩 영입했다. 마르코 아센시오, 마누엘 우가르테 등을 영입한 데에 이강인도 포함되면서, PSG에 입단한 최초의 한국인 선수가 됐다. 파리의 명문 구단에 이강인이 합류했다는 소식에 한국 팬들을 더욱 들썩이게 했다.
시즌 시작만 해도 부상과 대표팀 차출로 팀에 본격적인 합류가 늦어졌다. 왼쪽 대퇴사두근 부상으로 한 달 여간 회복에 집중했던 그는 지난 9월 약 4년 만에 도르트문트를 상대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무대를 밟으며 복귀전을 가졌다. 짧은 출전 시간에도 순간적인 날카로운 움직임으로 2-0 승리에 힘을 보탰다.
이후 중국으로 건너가 한국 국가대표팀에 합류했다.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전 경기 7연승을 거두며 성공적으로 금메달을 따냈다. 병역 문제를 조기에 해결한 이강인은 유럽 무대에서의 커리어를 문제 없이 이어나가게 됐다.
쉴 틈 없이 곧장 A대표팀에도 합류했다. 성인 대표팀에서도 이강인의 기량은 절정에 달했다. 튀니지전에서 첫 A대표팀 데뷔골을 기록하면서, 멀티골까지 달성했다. 이강인은 베트남전까지 소화하며 2경기에서 총 3골 1도움으로 맹활약을 펼쳤다.
PSG에 금의환향했지만 치열한 주전 경쟁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이강인은 자신의 존재감을 꾸준히 드러냈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조별리그 3차전에서 AC밀란을 상대로 PSG 입성 후 첫 데뷔골을 기록했다. 10라운드 브레스트전에서는 음바페의 골에 어시스트를 하며 리그 첫 공격포인트를 기록했다. 다음 경기인 몽펠리에전에서 리그 데뷔골을 터트리며 기세를 이어갔다.
데뷔골은 이달의 골로 선정되기도 했다. 몽펠리에전에서 넣은 이강인의 골은음바페, 우스만 뎀벨레, 그리고 비티냐의 골을 제치고 PSG의 11월 이달의 골로 뽑혔다. 리그앙에서도 FC메츠의 아블리 잘로우, PSG의 뎀벨레, 스타드 렌의 뱅자맹 부리조, 릴의 티아구 산토스가 함께 경쟁을 펼친 가운데, 이강인의 몽펠리에전 골이 최종 이달의 골로 선정됐다.
PSG도 이강인의 효과를 톡톡히 맛보고 있었다. 프랑스 리그앙 사무국은 지난 11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PSG에서는 이강인의 유니폼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킬리안 음바페, 우스만 뎀벨레보다 이강인의 이름이 더 잘 보인다. 경기장에는 한국인 관광객들이 계속해서 몰리고 있다”고 이강인의 인기를 설명했다.
이어 “이강인이 파리를 미치게 만들었다! 이강인이 여름에 마요르카에서 합류한 이후 PSG는 음바페보다 이강인의 유니폼을 더 많이 팔았다. 유럽인들은 아직 깨닫지 못할 수도 있지만, 이강인은 PSG의 진정한 슈퍼스타가 되었다”고 덧붙였다.
확실한 이강인 효과를 누렸다. PSG는 르아브르와의 14라운드에서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한글로 이름이 적혀 있는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치렀다. PSG는 전반 10분 만에 골키퍼 잔루이지 돈나룸마가 퇴장당하고, 부상자가 속출하는 악재 속에서도 음바페와 비티냐의 골로 2-0 승리했다. 이강인은 이날 선발 풀타임을 소화하며 활약했고, 특히 음바페의 선제골에 기점 역할을 해내면서 팀의 승리를 도왔다.
최근에는 이강인을 향한 비판이 흘러 나왔다. 도르트문트와의 UCL 마지막 조별리그 경기 이후 더욱 거세졌다. PSG에서 발전 가능성이 없을 거라는 강도 높은 발언까지 이어졌다. 현지 매체와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전문가 등이 이강인에 대해 혹평하기 시작했다.
지난 릴전이 끝난 후에도 평가가 엇갈렸다. 프랑스 매체 '레퀴프'는 "이강인은 계속해서 적극적으로 압박했다. 뎀벨레에게 두 차례의 좋은 패스를 전달했다. 움직임과 속도를 가져가기 위해 노력했다. 에르난데스가 페널티킥을 얻을 때도 이강인의 영향력이 있었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정확한 킥을 시도했다"고 평가했다. 평점은 팀 내 두 번째로 높은 5점을 부여했다.
프랑스 매체 '르 파리지앵'은 아쉬움을 표했다. 매체는 "이강인은 경기에 녹아들지 못했다. 긍정적인 모습이 있긴 했지만, 찾는 일은 어려웠다. 애매한 움직임들이 많았다"라며 최하 평점인 3점을 매겼다.
이번 시즌 엔리케 감독은 다양한 전술을 두고 이강인에게 여러 역할을 맡겨보고 있다. 좌우를 오가며 윙어로 기용되기도 했고, 중앙에서 공격을 이끌기도 했다. 이강인은 릴전에서 공격적인 움직임보다는 중원에서 패스를 공급하며 주로 공격 전개를 도왔다. 거친 경합도 마다하지 않으면서 후반 26분 상대의 팔에 가격당해 입술이 터져 피가 흐르기도 했다.
엔리케 감독은 그런 이강인을 두둔했다. 경기를 앞둔 기자회견에서 그는 “이강인의 활약에 대한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기자의 질문에 “라리가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조금 생소할 수도 있는 선수다. 한국에서 그는 슈퍼스타다. 우리는 이번 여름에 이강인을 만났고,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인물이다”라고 대답했다.
이어 “그는 오른쪽 윙어부터 중앙에서 가짜 공격수 역할까지 맡았다. 그는 최고의 기술 능력을 갖고 있다. 수비 능력도 갖췄고, 팀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줄 안다. 그는 많은 성향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그는 친절하고 재미있기까지 하다. 정말 모든 것을 갖췄다”고 이강인의 능력을 칭찬했다.
이강인은 그런 엔리케 감독에게 보답했다. 리그 전반기 마지막 경기인 메츠전에서 후반 3분 우측으로 자리를 옮긴 이강인은 비티냐의 선제골에 시즌 2호 도움을 올렸다. 흐름을 탄 PSG는 후반 15분 음바페의 추가골까지 터트렸다. 메스가 한 골 만회해봤지만, 후반 38분 음바페의 멀티골까지 이어지면서 경기는 PSG의 3-1 승리로 막을 내렸다.
호평이 이어졌다. 프랑스 '90min'은 "이강인은 꾸준히 선발로 나오고 있다. 전반엔 다소 소극적이지만 후반에 우측으로 이동한 후 상대를 혼란에 빠뜨렸고 날카로운 패스로 상대 수비를 무너뜨렸다. 비티냐의 선제골에 도움을 올린 것 역시 이강인이다. 비티냐를 향해 맛 좋은 패스를 선사했다"며 이강인에게 7점을 부여했다.
프랑스 '겟 풋볼 프렌치 뉴스'는 "이강인은 최근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오늘은 그러나 자신감이 한껏 가득했다. 비티냐가 골을 넣을 수 있던 건 이강인의 예리한 크로스 덕분이었다"고 하며 평점 6점을 줬다.
루이스 엔리케 감독도 좋은 평가를 남겼다. 경기 후 그는 “이강인은 그런 종류의 어시스트를 쉽게 해낸다. 우리 선수들의 수준과 더불어, 내가 높이 평가하는 것은 그의 다재다능함이다. 이강인은 어디서든 뛸 수 있다. 나는 항상 선수들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한다"고 이강인을 칭찬했다.
이제 이강인은 아시안컵 우승컵에 도전하기 위해 잠시 PSG를 떠난다. 한국이 2월 10일 열리는 결승전까지 진출한다면, 이강인은 그동안 PSG에서 최대 4경기까지 결장할 수 있다.
김아인 기자 iny421@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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