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재개 영영 못 보나…정부, 지원재단 해산 결정
청산법인으로 전환, 유관기관 잔업 이관 등 기업 지원 유지
정부가 개성공단 관리·운영을 맡아온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지원재단)을 해산하고 청산법인을 세운다고 4일 밝혔다. 2016년 2월 개성공단 운영이 전면 중단된 지 약 8년 만에 사실상 폐쇄 수순에 들어가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통일부는 이날 “운영 효율성과 개성공단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성공단 지원재단을 해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해산 배경에 대해 “공단 중단 장기화 과정에서 재단의 업무는 사실상 형해화됐고, 재단 운영 비효율성에 관한 문제 제기가 지속돼왔다. 최근 북한의 우리 재산권 침해 상황도 재단 업무 재개 가능성을 저해한다”고 말했다. 지원재단은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해산안을 의결할 계획이다.
지난해 7월 윤석열 대통령에게 ‘대북지원부’라고 공개 질타당한 통일부는 남북 교류협력 분야 업무를 줄이고 전체 예산·인력도 대폭 축소했다. 지원재단도 구조조정 대상으로 검토해왔다. 지난해 8월 서호 지원재단 이사장이 임기를 1년 이상 남겨둔 채 사임했다.
개성공단은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0년 6·15공동선언 이후 추진된 남북 교류협력의 하나로, 남쪽의 현대아산과 북쪽의 조선민족경제협력연합회,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가 체결한 합의를 토대로 조성됐다. 남측의 자본과 기술, 북측의 토지와 인력이 결합해 남북 교류협력의 새로운 장을 마련했다는 의미가 부여됐다. 이후 2007년 출범한 지원재단은 공단 입주기업의 인허가, 출입경, 노무, 시설관리 등을 지원해왔다.
개성공단은 남북관계 변화에 따라 부침을 겪었다. 2009년 5월 북한의 2차 핵실험과 연평도 포격 도발로 정부가 출입 인원을 제한하기도 했고 2013년 4월에는 북한이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이유로 공단 내 노동자를 철수시키면서 166일간 가동이 중단됐다. 이후 개성공단은 재가동됐지만 2016년 1월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강행하고, 2월에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자 박근혜 정부는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을 선언했다. 당시 개성공단에는 124개 기업이 입주해 있었고, 개성공단의 연간 생산액은 2015년(1~11월) 5억1500만달러였다.
공단 운영이 중단되면서 지원재단도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최근에는 북한이 우리 측 시설을 훼손·철거하고 기업 시설을 무단으로 가동하는 행태가 지속적으로 포착되기도 했다. 지원재단 해산 결정으로 정부가 개성공단 무단 가동과 관련해 손해배상소송을 유보하는 것인지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각 기업의 공장을 무단 가동하는 데 대한 소송 검토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지원재단 해산으로 개성공단과 관련한 우리 측 별도 기구는 하나도 남지 않게 됐다.
신한용 전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은 이날 통화에서 “지원재단이 나름대로 경영 정상화에 도움을 줬고, 소통 창구 역할을 했는데 재단 자체를 해산시키니까 개성공단 재개에 대한 희망이 완전히 사라지게 됐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지원재단이 해왔던 기업 지원 업무는 계속 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산 후 재단을 청산법인으로 전환해 직원 5명 이내의 최소 규모로 운영하고, 기업 등기 처리 및 민원 등 재단의 잔존 업무는 유관 공공기관으로 이관할 방침이다. 업무 연관성으로 볼 때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에서 맡을 것으로 보인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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