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후계자 김주애?
국정원은 2017년 국회 정보위에서 김정은에게 2010년생 아들, 2013년생 딸, 성별 미상의 2017년생 셋째가 있다고 보고했다. 다양한 첩보를 수집·분석해 내린 결론이었다. 결정적인 건 노동당 서기실의 물품 조달 내역이었다. 출산 시점을 전후해 유럽제 고급 출산·육아용품을 집중 수입한 정황이 포착됐다. 2010년엔 남아용, 2013년엔 여아용이었다. 해외 정보기관들과 교차 확인도 거쳤다.
▶김정은이 공개 석상에서 처음 ‘후사’를 언급한 건 2022년 10월이다. 노동당 간부 학교에서 “몇 백 년의 후사도 마음 놓고 맡길 수 있는 유능한 일꾼을 키워내라”고 했다. 4대 세습 작업에 시동을 걸겠단 예고였다. 한 달 뒤 ICBM 발사장을 시작으로 숱한 군 관련 행사에 딸 주애를 대동했다. 그런데도 국정원은 최근까지 “김주애를 후계자로 판단하는 건 성급하다”는 입장이었다. 북한에서 ‘여자 수령’이 나오기는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었을 것이다.
▶북한은 조선 시대의 남존여비 사상이 그대로 남아 있는 사회다. 직장에서 남녀 차별은 일상적이고 가정에서도 여성이 장마당에서 돈 벌고 가사 노동과 양육을 전담한다. 남자들은 하는 일 없이 권위만 세운다. ‘어디 여자가’란 말이 입에 뱄고, 여자들은 툭하면 ‘이 간나, 저 간나’ 같은 멸칭으로 불린다. 성추행, 성희롱, 성폭력을 당하지 않은 여성이 드물다. 장마당 활동으로 경제권을 쥔 여성들이 많아지면서 최근엔 조금 나아졌다고 한다.
▶신임 국정원장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에서 “현재로선 김주애가 유력한 후계자로 보인다”고 했다. 정보 당국이 존재를 확신했던 장남의 행방은 묘연하다. 스위스 유학 때부터 사귄 현송월의 소생이란 설, 지능이 낮아 후계 구도에서 밀렸다는 설이 있다. 김정은의 후계자 데뷔 무대는 2010년 제3차 당대표자회였다. 자신이 26세, 김정일이 68세 때였다. 김주애는 9세에 대중 앞에 나섰다. 당시 김정은은 38세였다. 뇌졸중 후유증으로 후계 체제 구축이 급했던 부친보다도 서둘러야 하는 말 못할 사정이 생긴 것이다.
▶김주애가 후계자라면 5대 세습 때 성(姓)이 달라지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일각에선 영국 사례를 거론한다. 영국 왕 찰스 3세는 부친의 성이 아니라 모친 엘리자베스 2세의 성을 물려받았다. 김정은과 측근들이 이를 눈여겨보았을 것이다. 찰스 3세 즉위 다음 달에 ‘후사’ 발언이 나온 게 우연이 아닐 수도 있다. 북한 주민을 노예와 가축처럼 만든 김씨들이 열 살짜리 아이를 내세워 4대까지 계획하고 있다니 기가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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