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공방으로 번진 ‘이재명 전원’…부산대병원 반박에 부산의사회도 “특권의식” 비판
부산시의사회, ‘이재명 전원’에 “민주당의 이중성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비판
서울대병원, 4일 브리핑 후 질문 없이 마무리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 방문 중 피습으로 병원에 옮겨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서울로의 ‘전원(傳院)’을 둘러싼 때아닌 진실공방이 의료계까지 번져 씁쓸함을 자아낸다.
이 대표가 처음 이송된 부산대병원으로부터 전원을 요청받아 중환자실과 수술을 준비했다던 서울대병원 의료진의 4일 브리핑에 ‘헬기로 타지역 이송은 처음’이라고 부산대병원이 반박한 데 이어, ‘지역 의사제’ 입법을 추진했던 민주당의 이중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부산시의사회 입장까지 나오면서다. 서울대병원은 취재진의 질문을 받지 않고 브리핑을 종료해 빈축까지 샀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2일 오전 10시27분쯤 가덕도 신공항 부지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으며 준비된 차량으로 이동하던 중, 갑자기 나타난 김모씨의 습격을 받았다. 20여분 후인 오전 10시49분쯤 구급차에 실려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에 오전 11시30분쯤 닿은 이 대표는 응급 조치 등을 거쳐 오후 1시쯤 ‘닥터 헬기’에 실려 2시간 후인 오후 3시쯤 서울 용산구 노들섬 헬기장에 내려졌다. 다시 구급차에 실린 이 대표는 오후 3시20분쯤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 도착, 최초 사건 발생 5시간여가 지난 오후 3시45분쯤 수술에 들어갔다.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 대표의 서울 이송 직전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 응급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목은 민감한 부분이라 후유증을 고려해 (수술을) 잘하는 곳에서 해야 할 것”이라며 “이 대표 가족들이 원한 것”이라고 전원 배경을 설명했다. 이 대표 가족의 요청에 따른 전원으로 보는 이가 받아들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제1야당 대표라는 점과 피습이라는 인명과 직결된 사건이었던 탓에 국민 관심사가 큰 상황에서 서울대병원은 수술 후 예정됐던 경과 브리핑을 취소해 의문을 자아냈다. 이튿날인 3일 병원 인근 브리핑에서 흉부외과 전문의이자 민주당의 ‘영입 인재 5호’인 강청희 전 대한의사협회 부회장도 “책임 있는 의료진이 직접 브리핑하는 게 타당성이 높다 생각한다”며 열리지 않는 브리핑에 다소 의문을 표했다.
박도중 서울대병원 대외협력실장은 수술 이틀 후인 4일 오전 열린 브리핑에서 “의료법과 개인정보보호법 저촉 우려가 있다는 자문에 따라 브리핑을 취소했었다”고 이유를 밝히고 늦어진 브리핑에 관한 양해를 우선 구했다.
박 실장은 “환자 동의 없이 의료정보를 발표하면 안 된다는 결론이 나왔었다”며 “지금은 이재명 대표가 많이 회복해서 언론 브리핑에 관해 상의할 수 있었고, 동의를 거쳐 치료 경과를 말씀드리게 됐다”고 밝혔다. 의료법은 ‘의료인 등에 대해 업무 과정에서 알게 된 다른 사람의 정보를 누설하거나 발표하지 못한다’고 규정하며, 개인정보보호법도 개인정보처리를 담당하는 자는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하거나 다른 사람이 이용하도록 제공하지 못하게 한다.
관련 법에 따른 조치라는 설명은 늦어진 브리핑의 이유를 수긍하도록 이끌었지만, 예상치 못한 불똥은 수술의 난이도를 논하는 대목에서 툭 튀어나왔다.
이 대표 집도의인 민승기 서울대병원 이식혈관외과 교수가 “목정맥이나 목동맥 혈관재건술은 난이도가 높은 수술”이라며 “따라서 그 수술의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하면서다. 민 교수는 “경험 많은 혈관외과 의사의 집도의가 꼭 필요하다”고 했는데, 보건복지부가 지정하는 권역외상센터를 보유한 부산대병원이 2019년부터 4년 연속 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다는 점을 참고하면 듣는 이가 고개를 갸우뚱할 수도 있어 보인다.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는 전담전문의가 총 17명, 전담 간호사만 157명이 근무한다. 전문의는 중증 외과 8명, 심장혈관 3명, 신경외과 3명, 정형외과 2명으로 구성됐다.
민 교수는 일부에서 제기된 ‘서울대병원에는 권역외상센터가 없다’는 주장에 “2021년도부터 서울특별시 중증외상 최종치료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난이도가 높은 중증외상 환자들을 치료한다”며 “중증외상 전문가들로 구성된 외상외과 세부분과가 운영 중이고, 중증외상센터에서 중증외상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다”고 반박도 했다. 서울대병원이 2021년부터 운영하는 중증외상 최종치료센터는 서울시에서 지정 운영한다.
특히 “부산대병원의 전원 요청을 받아 우리가 수술할 수 있는지 상황을 점검하고 중환자실과 수술실을 예약했고, 정해진 대로 수술을 진행했다”던 민 교수 설명에 부산대병원은 발끈한 듯 보인다.
서울대병원의 브리핑 후 여러 경로를 통해 알려진 부산대병원 입장을 종합하면 ▲기술·물리적으로 충분히 수술이 가능했고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를 찾은 외상환자의 전원 사례는 처음이며 ▲부산대병원에서 먼저 전원을 권한 사실이 없고 이는 이 대표 측의 요청이었다고 압축된다. 수술을 집도할 의사가 다른 수술 중이거나 세미나 등의 기타 일정으로 치료하지 못할 상황이 아니라면 먼저 나서서 전원을 요청하는 일은 없다는 게 부산대병원 입장이다.
부산시의사회도 같은 날 성명을 내고 이 대표의 서울대병원 전원은 ‘특권의식’에 몰입된 행동이라고 들고 나서 당분간 여파는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의사회는 이 대표의 쾌유를 빌고 폭력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행동이라는 점을 우선 강조하면서도, “환자 상태가 위중했다면 지역 상급 종합병원인 부산대병원에서 수술 받아야 했고, 그렇지 않다면 헬기가 아닌 일반 운송편으로 연고지 종합병원으로 전원했어야 마땅하다”고 부각했다.
특히 의사회는 “지방 의료 붕괴와 필수 의료 부족의 해결책으로 ‘지역 의사제’와 ‘지방 공공의대 설립’을 입법 추진한 민주당 스스로가 ‘우리나라 지역의료 문제의 실체’를 전 국민에게 생방송함으로써 그들의 주장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를 증명해 보였다”고 날을 세웠다. 이 대목에서 ‘잘하는 병원에서 수술을 해야 한다’로 비친 정 최고위원의 발언에는 “지방과 수도권을 갈라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의료계 일부에서 나왔던 전원을 둘러싼 의심에 가짜뉴스 성격이 짙다며 반박하고 개인 마음대로 전원은 불가능하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홍 원내대표는 ‘서울대병원으로 간 결정과 이송 과정에서 헬기 동원을 두고 의료인쪽에서 문제 제기가 있는데 어떻게 받아들이나’라는 진행자 질문에 이처럼 답했다. 우선 가족의 요청이 있어야 하고 의료진이 이를 판단해 전원을 결정한다면서다.
홍 원내대표는 “서울대병원과 부산대병원 간의 협의 결과에 따라 그것(전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조치가 이뤄진다”며, 이 대표 전원은 전적으로 응급의료체계 구조 절차에 따랐다고 밝혔다. 아울러 방송 등의 일부 의료계 의혹 제기 인용은 지방과 수도권 의료계 간의 갈등을 일으킬 수 있고, 우리나라 의료체계 신뢰를 떨어뜨리는 문제로 확산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는 보도라고 강조했다.
민 교수의 브리핑이 끝난 후, ‘별도의 질문은 받지 않겠다’고 말한 박 대외협력실장은 “치료 경과에 관한 질문이 있다” 등 현장에서의 취재진 요청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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