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증언] 70여 년 뒤엉킨 핏줄…강숙자 할머니의 기억
[KBS 제주] [앵커]
4·3의 역사를 기록하는 KBS 연속기획 순서입니다.
강숙자 할머니는 4·3 당시 형무소에 끌려간 아버지를 잃고 핏줄도 뒤엉킨 채 살아왔습니다.
유용두, 강재윤 기자가 만났습니다.
[리포트]
[강숙자/4·3희생자 유족 : "우리 어머니는 일본에서 살다 아기 오누이 죽고 하니 화가 나서 부모도 볼 겸 한국에 들어왔는데, 누가 소개해서 우리 아버지를 만났는데 (시집)와서 보니 맞는 게 없지, 재산이 있나 돈이 있나 형제가 있나. (주변에서 아버지) 자식이 없을 거라고 했는데 내가 태어난 모양이야. 태어나니까 딸이라도 아들 못지않게 잔치를 했다고."]
[강숙자/4·3희생자 유족 : "집이 다 타버려서 없으니까 집터에 움막을 지었어, 잡초 깔아서 자고. (어느 날) 총 멘 사람이 보여서 내가 깜짝 놀라서, 어려도 겁이 나니까 아버지 못 가게 잡았는데 나까지 다 죽는다고, 아버지가 거기 있으면 금방 나가서 (토벌대에) 잡힌 모양이야, 잡혀서 (배에) 실어버린 모양이야. 이날 올까 저 날 올까 기다린 것이 86살이 됐어. (토벌대가) 총을 다 매고 있으니까 무섭지. 쏘면 다 죽는 거 아냐? 와서 우리 어머니보고 (있지도 않은) 아들 내놓으라고 했데요. (어머니를) 너무 때리니까 겨울에, 정월 달에 옷 두꺼운 것 입었는데도 여기 피가 묻어나. (아버지에게서) 편지가 한 번 왔다고 하더라고요. (대전)형무소에서, 어머니 얘기가. 그런데 그 한 번 온 다음 딱 끊어져서 편지도 없고 (행방불명 됐지.)"]
[강숙자/4·3희생자 유족 : "(9살쯤에) 고향에 오니까 친척이 나를 불러서 호적에 안 올리면 문제 생긴다, 학교도 못 간다. (어머니가) 내가 너를 호적에 올리려고 관청에 가보니까 (아버지 이름에) 붉은 줄로 사망했다고 쓰여 있어서, 음력으로 6월 그믐날, 말일에 죽었다고 쓰여 있어서 호적을 못 올렸다고 어떡하냐고 걱정하는 거야. 친척들이 (호적에) 올리라고 해서 아버지 6촌 형제한테 가서, 남자도 없는 집에 가서 올린 거야."]
[강숙자/4·3희생자 유족 : "어머니가 돈이 없으니까 제일 싼 것 해다가 먹으니까 목에서 역해서 토하다가 우리 다섯 살 동생이 죽었어요. 그 아이 죽는 것 보니까 못 살겠더라고요. 화가 나서. (어머니가) 못 가게 해도 내가 떠났어요. 내가 어디 갔느냐? 모르는 사람, 얼굴도 모르는 사람 따라갔죠. 우도를 간 거야, 소섬. 내가 거기서 죽을 뻔했는데 산 것이 다행이지. (가다가) 배가 엎어질뻔 했어. 거기서 그럭저럭 살다가 커서, 좀 나이 드니까 나보고 물질하라고 하더라고요. 헤엄칠 줄도 몰랐지, 봉개 살았으니까. 헤엄치는 것도 배우고 물질도 하고. (17살부터는 육지 물질) 다니다 보니까 언젠가 무역이 시작돼서 일본에 우뭇가사리 수출이 된 거야. 그러니까 비싸, 그때 내가 돈을 좀 벌었어요. 벌어서 어머니 집도 서너 번 사드리고 효도는 많이 했어요."]
[강숙자/4·3희생자 유족 : "(결혼 후에) 남편이 호적을 떼 와서 나를 불렀어요. 어째서 우리 장모가 김 씨인데 강 씨로 되어 있냐고. 방에서 나에게 묻길래. 내가 울면서 우리 둘이 만 알고 죽으면 안 되냐고, 아이들한테 (연좌제) 피해가 갈 수 있어. (아버지 직권재심) 재판했는데 죄가 없어, 조사했을 테지. (이제는) 호적을 바르게 해놓고 죽어야, 아버지 한이라도 풀고 죽으면 좋지 않을까. 죄도 없는데. 부모 돌아가셨지, 우리 다 죽을 뻔했는데 산 것이 기적이야. (그 시절이) 원망스럽지."]
유용두 기자 (yyd9212@kbs.co.kr)
강재윤 기자 (jaeyu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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