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눈여겨볼 IT 업계 정책 이슈는?
[IT동아 권택경 기자] 지난해 정보통신(IT) 업계는 인공지능(AI) 열풍과 함께 유럽연합의 디지털시장법(DMA)과 같은 빅테크 규제 움직임이 거셌던 한해다. 올해 또한 큰 틀에서 지난해와 같은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주목할 만한 국내 IT 업계 정책 이슈 세 가지를 꼽아봤다.
한국판 DMA, 플랫폼법 제정 추진
지난해 12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시장 지배적 지위를 지닌 플랫폼 기업들의 반경쟁적 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가칭, 이하 플랫폼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시장에 큰 영향력을 지닌 대형 플랫폼들을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로 사전에 지정해 이들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막겠다는 취지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금지 행위는 자사우대, 멀티호밍 제한 등이다. 자사 제품이나 서비스를 검색 결과에서 타사 제품과 서비스보다 먼저 노출하거나(자사 우대), 거래 업체들에게 다른 플랫폼 입점 제한을 요구하는 행위(멀티호밍 제한) 등을 금지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시장 지배적 사업자들을 ‘게이트키퍼’로 규정해 사전 규제하는 유럽연합의 디지털 시장법(DMA) 같은 형태의 법안을 국내에서도 도입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플랫폼법 제정 추진에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을 견제하려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 해석되는 유럽 DMA의 달리, 국내 플랫폼법은 국내 기업 성장 발목만 잡는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유럽과 달리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기업들의 토종 서비스가 글로벌 플랫폼보다 점유율이 앞서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각계 우려에도 불구하고 공정거래위원회는 플랫폼법 제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1일 신년사에서 “소수의 플랫폼 사업자가 시장을 독식함에 따른 소비자·소상공인·스타트업의 피해가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디지털 경제의 어두운 단면을 방치할 수 없다는 사명감을 갖고 플랫폼 공정 경쟁 촉진법 제정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별도 보도자료를 통해 플랫폼법은 국내·외 사업자 구분 없이 적용할 예정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제4이동통신사업자 등장할까?
올해 제4이동통신사업자 출범 여부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정부는 지난해 제4이동통신사를 유치해 기존 이통3사의 과점 체제에 변화를 주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난해 11월 20일부터 12월 19일까지 5G 28GHz 주파수 대역에 대한 할당 공고를 내고 신규 사업자 모집에 나섰다.
모집에 응한 후보는 스테이지엑스, 세종텔레콤, 마이모바일 컨소시엄 3곳이다. 세 곳 모두 기존 알뜰폰 사업자(세종텔레콤) 혹은 알뜰폰 사업자가 주축이 되어 꾸린 컨소시엄(스테이지엑스, 마이모바일 컨소시엄)들이다.
정부는 이들에 대한 재무건정성, 사업 계획 적절성 등 적격 여부를 검토한 후 주파수 경매 절차에 들어갈 방침이다. 심사 결과는 이달 중 나온다.
하지만 이전에도 여러 차례 제4이동통신사업자 선정이 불발됐듯 이번에도 세 곳 모두 정부 심사를 통과하지 못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세 곳 모두 정부가 원한 것으로 알려진 자금력 있는 대기업들과는 거리가 먼 후보들이기 때문이다. 한때 네이버, 비바리퍼블리카(토스), KB국민은행, 쿠팡, 한화 등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지만 모두 이번 모집에 응하지 않았다.
정부가 목표로 하는 현 이통3사 과점 체제에 균열을 가져다주기 위해서는 그만한 가격 경쟁력과 통신 인프라를 확보할 필요가 있지만, 현재 후보 3곳은 모두 자금조달력에 의문 부호가 붙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3년간 6000대의 28GHz 전국망 사업 의무 구축에만 1000억 원 이상이 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망사용료 논란 재점화
글로벌 1위 게임 스트리밍 방송 플랫폼인 트위치가 비싼 망사용료를 이유로 국내 사업을 철수하면서 망사용료 문제에 대한 세간의 관심도 다시 커지고 있다.
통신3사는 트위치 주장이 망사용료를 핑계로 경영 실패의 책임을 가리려는 억지 주장이라는 입장이지만, 이용자들 사이에선 다른 글로벌 CP들 또한 국내 망사용료로 철수하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도 확산하고 있다.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의 사례처럼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CP)가 국내 통신사업자(ISP)와 망사용료 문제로 법정 다툼을 벌인 적은 있어도, 망사용료를 이유로 국내 사업 자체를 철수한 건 이번 트위치 사례가 처음이다.
현재 글로벌 CP와 국내 ISP는 망 사용료를 놓고 뚜렷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CP들은 이미 미국 ISP에 접속료를 지불하고 있고, 캐시 서버 구축 등을 통해 ISP의 망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는 입장이다. 또한 이용자들이 ISP에 통신 요금을 내고 있는 상황에서 CP에도 망사용료를 부과하는 건 이중 과금이라고도 주장한다.
반면 ISP들은 CP들이 유발하는 막대한 트래픽을 감당하기 위해선 네트워크 증설 비용을 부담해야 해 망사용료 부과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트위치 철수 사태를 계기로 망사용료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정치권에서도 망사용료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허은아 전 국민의힘 의원은 "국내 콘텐츠사업자(CP)가 역차별을 받아선 안 되겠지만, 통신사의 과도한 망 이용대가 요구로 인해 해외 CP가 철수하는 상황이 된다면 결국 그 피해는 국민이 보는 것"이라며 "방통위가 적극적인 이용자 보호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밝혔다.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도 후보자 신분이었던 지난해 12월 2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트위치 철수 사태에 대한 질문을 받고 “과도한 망 이용료라든가 그런 부분이 있다면 시정돼야 할 것 같다”는 답변을 남겼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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