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전기차 판매량 비야디보다 적은데 시총 10배…고평가 논란?[오미주]

권성희 기자 2024. 1. 4.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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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

테슬라가 단기적인 성장 모멘텀이 부재한 가운데 주가가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

하지만 테슬라는 진정한 의미의 완전자율주행(FSD) 전기차를 실현한다면 주가가 갑작스럽게 폭등할 수도 있어 아예 외면해 버리기도 어려운 성장주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테슬라가 당장 먹을 것은 별로 없는데 버리기는 아까운 닭의 갈비뼈, 계륵 같은 존재가 된 것이다.

투자자들의 이런 흔들리는 마음을 반영하듯 테슬라 주가는 3일(현지시간) 4.0% 급락한 238.45달러로 마감했다. 테슬라는 지난해 12월28일부터 4거래일째 하락하며 8.8% 추락했다.

테슬라 독일 기가팩토리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로이터=뉴스1


전날(2일) 발표된 테슬라의 지난해 4분기 전기차 인도량은 48만5000대로 집계됐다. 이는 시장 컨센서스인 48만500대에 부합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테슬라는 지난해 전기차 인도량이 181만대로 목표치 180만대를 달성했다.

문제는 올해 전망이다. 테슬라가 지난해 4분기 전기차 인도량을 발표한 후 번스타인의 애널리스트인 토니 사코나기는 보고서를 통해 테슬라가 올해 이익률 하락과 판매 부진으로 어려운 한 해를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테슬라의 지난해 4분기 매출총이익률은 우리 전망치가 15.7%이고 시장 컨센서스는 17.8%인데 테슬라의 지난해 9월과 10월 전기차 가격 인하와 지난해 4분기 재고 모델에 대한 상당한 할인 판매를 감안하면 이익률이 이보다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코나기는 테슬라에 대해 '시장수익률 하회' 의견에 목표주가 150달러를 제시하고 있다.

사코나기는 테슬라의 올해 전기차 인도량도 215만대로 시장 컨센서스인 220만대보다 낮게 예상하고 있다. 올해 테슬라의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도 2.59달러로 제시해 시장 컨센서스인 3.31달러를 크게 밑돈다.

그는 "테슬라의 차종은 출시된지 올해 1년이 더 지나면서 보급률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사이버트럭을 제외하면 새로운 모델이 없어 판매량 촉진에 한계가 있을 것이란 뜻이다.

또 "테슬라는 올해와 내년에 전기차 인도량을 20% 이상 늘리는데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돼 점점 더 많은 투자자들이 테슬라의 성장 스토리에 의문을 제기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비야디에 뺏긴 전기차 1위 자리

테슬라가 지난해 4분기에 사상 처음으로 세계 최대 전기차회사라는 타이틀을 빼앗긴 것도 투자자들에겐 심리적인 타격이었다.

중국의 비야디(BYD)는 지난해 4분기에 52만6000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다. 이는 같은 기간 테슬라의 전기차 인도량 48만5000대를 앞서는 것이다. 배터리형 전기차시장에서 테슬라가 1위 자리를 뺏기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주목할 점은 비야디가 테슬라를 앞서 세계 1위의 전기차회사에 올랐음에도 시가총액은 테슬라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비야디의 영업이익이 테슬라에 크게 뒤쳐지는 것도 아니다. 지난해 3분기 비야디의 영업이익은 17억달러로 18억달러인 테슬라를 바짝 추격했다.


게다가 비야디는 배터리형 전기차뿐만 아니라 하이브리드 자동차도 함께 만든다. 비야디의 지난해 4분기 하이브리드 자동차 판매량은 91만9000대였다. 배터리형 전기차를 합한 전체 자동차 판매량은 144만5000대에 이른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포함한 비야디의 전체 자동차 판매량이 처음으로 테슬라를 앞선 것은 2022년 2분기였다. 그러다 지난해 4분기에는 배터리형 전기차만으로도 테슬라의 판매량을 앞지른 것이다.

비야디의 지난해 전체 배터리형 전기차 판매량은 160만대가량으로 181만대인 테슬라에 못 미쳤다. 하지만 올해는 연간 기준으로도 비야디가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최대의 전기차회사라는 타이틀을 차지할 공산이 적지 않다.

모델 오래 되고 저가 라인 없어
테슬라와 비교해 비야디 전기차의 장점은 저렴하다는 것이다. 비야디 전기차의 평균 판매가격은 3만달러가 안 되는 반면 테슬라는 지난해 큰 폭의 가격 할인에도 불구하고 4만달러가 넘는다.

문제는 테슬라가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가격을 인하할수록 이익률이 떨어져 주가가 하향 압력을 받는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가격을 그대로 둘 수도 없다. 비야디를 비롯한 중국 전기차회사들의 추격이 거세기 때문이다.

번스타인의 사코나기가 지적했듯이 테슬라의 모델 X, S, Y, 3 등 4개 차종이 나온지 너무 오래됐다는 점도 문제다. 지난해 사이버트럭이 출시되긴 했으나 가격이 비싼데다 올해 생산량을 늘리는데는 한계가 있어 판매량 증대에는 큰 도움이 안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단기적으로 테슬라의 수요 진작을 위한 타개책은 2만5000달러짜리 저가형 모델을 출시하는 것이다. 하지만 테슬라는 저가형 모델에 대한 시안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어 저가형 모델이 연내 출시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PER 73배, 시장 대비 3배 이상 높아
이런 점을 고려하면 테슬라 주가는 고평가 논란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CNBC에 따르면 테슬라는 향후 1년간 EPS 전망치 기준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73.5배에 달한다. 이는 S&P500지수의 21.7배에 비해 심하게 높은 수준이다.

테슬라의 높은 PER에는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는 전기차시장의 1위 업체라는 점, 자율주행 기술에서도 세계 최고일 것이라는 추정, 현재 개발 중인 로봇이 미래에 수익이 될 것이라는 기대, 테슬라가 AI(인공지능) 반도체까지 직접 만드는 기술기업이라는 점 등이 반영돼 있다.

하지만 세계 1위의 전기차회사라는 타이틀은 이제 비야디에 빼앗겼고 테슬라가 자율주행과 로봇에서 수익을 현실화하기까지는 최소한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주식은 장기 투자해야 한다고 하지만 수년을 기다리기엔 너무 많은 인내심이 요구된다. 테슬라 주가는 2년이 넘도록 2021년 11월에 기록했던 사상최고가 409달러조차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릴 만한 모멘텀이 보이지 않음에도 테슬라는 쉽게 던질 수 있는 주식이 아니다. 테슬라가 모델 Y를 선보였던 2020년 1년간 주가가 740% 폭등했던 기억 때문이다.

테슬라가 어느 날 갑자기 진정한 의미의 FSD를 불쑥 내놓는다면 주가는 또 다시 천정부지로 급등할 수 있다. 테슬라 투자자들의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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